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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알쓸신잡3 2회-재미있는 지옥과 심심한 천국 사이 철학과 삶을 논하다

by 자이미 2018.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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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여행 두 번째 날도 풍성함이 가득했다. 첫날 여행과 달리 각자 여행을 한 후 돌아와 함께 식사를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지적 호기심과 재미를 폭발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스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 등 다양한 이야기는 흥미롭기만 했다.


성벽을 쌓는 자 망한다;

안티키테라 기계와 신탁의 시대, 말을 통해 사유가 발전했던 사회



소피스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렵게 배웠던 이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듯하다. 소피스트들이 소크라테스를 증오할 정도로 싫어한 이유도 재미있다. 그런 스승을 따라다니며 모든 것을 기록했던 제자 플라톤의 이야기 등 풍성한 그리스 이야기는 매력적이었다. 


플라카 지구에 수많은 소피스트들이 존재한 이유는 말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당시 학교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주장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말이 중요했다고 한다. 그런 말을 가르치는 이들이 바로 소피스트들이었다. 말의 중요성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했던 그리스에서 소피스트는 말을 가르치는 이들이었다. 


돈을 받고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던 이들과 달리 소크라테스는 수많은 이들과 이야기 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삶이 무엇인지 되묻는 소크라테스와 그를 추종하던 플라톤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말이 중요한 시대,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은 '침묵은 금이다'란 문화가 지배한 사회와의 차이는 컸다.


우린 말을 신중하게 하라고 배워왔다. 일종의 침묵을 강요받은 시대를 살기도 했다. 그렇게 침묵이 강요 당하게 되면 행복해질 수 있는 자들은 권력을 가진 소수일 수밖에 없다. 직접 정치를 하던 그리스의 이 문화가 무너지게 된 것은 로마 정복 시기였다. 


기독교 교리는 말 보다는 개인적 사유를 요구한다. 강력한 권력을 앞세워 지배자가 된 그들에게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 근원이 된 '말'은 금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를 남겼다.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진리이니 말이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다"


플라톤의 이 명언은 현대 사회 가장 중요한 가치로 다가온다.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던 소피스트들이 지배하던 시대. 당시 말을 통해 서로 논의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던 방식은 지금에 와서는 더욱 큰 가치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침묵은 금이 아니라 침묵은 곧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피레우스 항구는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배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작은 도시 국가였던 그리스가 피레우스 항구를 통해 거대한 왕국으로 확장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의 역사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포가 발달하며 사라진 성벽은 과거에는 유용한 방어 수단이었다. 


성벽이 과거에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면 현대 사회의 성벽은 고대 시절의 의미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마지막 성벽은 멕시코 장벽이다. 미 트럼프 정권이 구축한 멕시코 성벽은 마약과 이주민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 주장하지만 그 성벽은 결국 미국의 고립주의 산물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키기 위해 거대한 성벽을 짓고 감시탑까지 만드는 만행을 저지른 행위는 경악스럽다. 팔레스타인 자체를 거대한 교도소로 만들어버린 이스라엘의 만행은 경악스러운 범죄가 아닐 수 없다. 한 국가를 그 자체로 감옥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이나 다름 없다. 


동독과 서독이 반으로 나뉘었던 시절. 거대한 베를린 장벽을 쌓은 곳은 동독이었다. 동독이 성벽을 쌓은 것은 스스로 감옥을 만드는 행위였다. 잘 사는 서독으로 가려는 동독 주민들을 막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바로 베를린 장벽을 세우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스스로 고립을 할 수밖에 없었던 동독은 그렇게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성벽을 쌓는 자 망한다"는 말은 역사가 만든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만행은 그래서 씁쓸하고 경악스럽기만 하다. 한 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권주의가 낳은 막장 정치는 세계 질서마저 뒤흔들고 있다. 


이명박이 만든 차벽은 유명하다. 말하려는 시민들의 입을 막기 위해 경찰차로 벽을 만들어버린 이명박의 행태는 그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을 막는다고 그 잘못이 사라질 수는 없다.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억압한 이명박근혜 정권은 그렇게 시민들에 의해 무너졌다. 


그들이 차벽을 세워 분노하는 국민들을 제압한다고 그 잘못이 사라질 수는 없다. 차벽을 높이 세우고 물대포로 시위하는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몬다고 목소리마저 막을 수는 없다. 그렇게 억압의 상징이 된 벽은 몰락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핑크 플로이드 'The Wall'은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거대한 벽으로 상징해 파괴하는 방식으로 바로 잡고자 하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유행하던 시절 핑크플로이드는 음악만이 아니라 뮤직 비디오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는 했다. 벽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모든 가치의 전복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계기 일식을 맞추는 기계인 '안티키테라 기계'는 지금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놀라운 과학적 결과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미 그 당시 현대 사회가 되어 밝혀진 모든 가치를 알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놀라는 것은 너무 당연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와 과학 등은 사실 놀라울 정도의 변화는 있지 않아 보인다.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했다는 "악법도 법이다"는 사실이 아니란 점도 다시 한 번 강조되었다. 위정자들이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소크라테스까지 거론한 황당한 행위일 뿐이다. 폴리스가 유지되기 위해서 그들이 행하는 부당함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해 고민했던 소크라테스를 온갖 부당한 방식으로 악법을 집행하던 자들에 의해 호도 되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할 뿐이다. 


그리스 애기나 섬을 여행한 김영하 작가의 여유로움은 참 부럽다. 그 아름다운 바다와 한가롭게 즐기는 가족의 모습 속에서 천국을 봤다는 김 작가의 말에 '즐거운 지옥과 심심한 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시민 작가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기만 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가끔 보기 때문이다. 일상이 되는 순간 그것은 아름다움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일상을 대하는 태도 역시 비슷할 것이다. 과거 두려움의 존재였던 바다가 관광업계 사람들의 상술로 인해 아름다운 바다가 되었다는 거부할 수 없는 진술 속에서 인간의 그 단순함에 감사를 드려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일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와 호메로스까지 이어지는 그리스 여행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철학자와 거대한 서사 시인이 남긴 흔적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여행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단순히 풍광만 즐기는 여행이 아닌 역사와 철학, 그리고 도시가 함께 하는 <알쓸신잡3>는 언제나 옳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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