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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유령 20회-왜 작가는 조현민을 자살로 처리해야 했을까?

by 자이미 201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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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던 드라마 <유령>의 마지막 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올림픽으로 인해 결방되면서 그 흐름이 깨지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사이버 수사대를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의 장르 드라마를 선보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조현민의 죽음과 세상은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없다는 진리

 

 

 

 

극적인 반전을 통해 조현민을 법정에서 수갑을 채웠던 사이버 수사대.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그것까지였습니다. 그를 구속할 법적인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조현민을 구속하고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이끈 이들에 대한 처벌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찰들의 분노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합니다. 모든 공권력이 썪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소수의 정의감 넘치는 경찰들에게 조현민 사건은 분노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으니 말입니다.

 

"나를 잡아넣을 수 있는 건 나 자신 밖에는 없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 회장인 조현민. 그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한다며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자신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는 이들은 거침없이 베어내는 전장의 장수처럼 오직 자신의 탐욕만 채우려는 그에게 브레이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취조실에서도 당당하기만 한 조현민에게 세상은 쉽기만 했습니다. 자신이 차지한 거대한 부는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지배하고 거대한 부를 통해 정치권과 공권력을 손아귀에 쥔 조현민에게 두려울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추적자에 등장했던 강동윤이나 서회장을 버물려 놓은 듯한 조현민에게 위기는 올 수 있지만 쉽게 넘어설 수 있는 존재라고만 인식합니다. 그런 당당함은 자연스럽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선고를 받으며 현실이 되었습니다. 동영상 속에 남상원 대표의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된 조현민이 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재벌 회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돈만 있다면 그 어떤 범죄에서도 보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현민의 무죄는 자연스러웠습니다. 조현민을 공권력의 힘으로 잡아넣을 수 없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한정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처럼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만들어낸 조현민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정보를 모두 공개해버리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유명한 해커인 박기영이 경찰이라는 조직을 떠나 해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박기영이 경찰학교를 퇴교할 수밖에 없는 원인 제공을 했던 세강그룹은 다시 한 번 그를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김우현의 몸으로 살아가는 그가 조현민을 쓰러트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조현민의 잘못을 공개하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조현민 리스트'를 모두 공개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뇌물 리스트가 그대로 드러나며 법조계와 정치권 모두 조현민의 사법 처리를 촉구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만든 권력은 그 돈이 만들어준 권력이 추해지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무기력해진 권력을 한탄하며 신효정이 죽었던 오피스텔의 옆방에 숨어든 조현민은 그곳이 자신의 마지막 자리인지는 미쳐 알지 못했습니다.

 

조현민이 올 곳이 그곳 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박기영과 마주한 자리. 그 자리에서 조현민은 패기 있게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신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는 없다고 말입니다. 대중들은 좀 더 큰 사건이 터지면 자신을 까마득하게 잊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 조현민을 무너트린 것은 바로 자신의 손에 의해 죽은 신효정의 휴대폰이었습니다.

 

신효정의 무덤에 놓여 있었던 휴대폰. 만약 조현민이 단 한 번이라도 그 무덤을 찾았더라면 먼저 발견해 없애버릴 수도 있었을 그 증거가 결과적으로 그를 무너트리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만 했던 그로서는 자신이 죽인 신효정의 묘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진심을 다해 사랑한 존재였다고 해도 말입니다.

 

신효정을 죽이고 바로 옆방인 자신의 은신처로 도망쳤던 조현민은 그 안락한 공간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신효정의 휴대폰에 남겨진 태아 사진은 그를 몰락으로 이끌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탐욕을 위해 두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자괴감은 그를 신효정과 동일한 방식의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면서도 죄책감도 가지지 못한 조현민 이었지만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존재의 죽음에는 심한 가책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조현민이 죽으며 회장 자리는 조재민에게 넘겨졌습니다. 둘다 비슷한 악마였다는 점에서 세상은 실패한 악마대신 아직 실패하지 악마를 선택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리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해결하려던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세상은 너무나 조용할 뿐입니다.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여전히 유령들이 난무하고 그런 그들을 잡아들이기 위한 사이버 수사대의 활약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박기영은 여전히 김우현으로 살아갑니다. 그가 김우현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어쩌면 병든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서였겠지요. 그렇게 사회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진리를 이야기한 <유령>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미친소와 쪼린 감자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점이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라고 할 정도로 그들의 관계 역시 특별한 변화를 가져가지는 않았습니다.

 

결과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좀 더 그럴듯한 마무리도 많을 텐데 이런 허무함으로 종결되었다니 믿을 수 없다고 분노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허무함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본모습이라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힘으로 다가옵니다. 

법치주의 국가를 외치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돈 권력이 모든 권력의 우위에 서 있다는 엄연한 진실을 <유령>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추적자>의 결말과 달리, 좀 더 감상적인 장면을 배치시켜 나름의 결말을 도출해냈다는 점이 현실감각보다는 드라마의 이야기 성에 주목했다고 보일 정도였습니다.

 

작가가 조현민을 자살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름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그 상황이 중요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저 첫 회와 마지막 회가 도돌이표 같은 상황을 수미쌍관법(신효정의 죽음을 조현민의 죽음으로)으로 사용해서가 아닙니다. 조현민이라는 절대 권력을 제어하고 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현실에서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돈 권력에 지배당한 사회에서 공정한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현민이 취조실에서 당당하게 외쳤던 발언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에게 벌을 줄 수 있는 존재는 자신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고만장한 재벌 회장의 외침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현실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저 바라보기에 사회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지만 아주 조금씩 변화를 가져간다는 점에서 <유령>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 주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들은 최소한 정의라는 단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과 하나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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