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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육룡이 나르샤 1회-사람 젖먹이는 아기돼지로 풀어낸 전설의 시작

by 자이미 2015.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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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꼴이 된 정도전이 보부상의 밥을 훔쳐 먹으며 시작한 <육룡이 나르샤>는 첫 회만으로도 충분했다. 왜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기대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말선초 그 급박한 시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수없이 반복되는 사극이지만 <뿌리깊은 나무> 팀을 만나면 흥미롭게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천호진의 이성계vs김명민의 정도전;

정도전과 이방원 그리고 이방지의 강렬했던 첫 만남, 부패한 권력에 맞선 육룡이 나르샤

 

 

 

이성계의 위대함과 강직함 뒤에 숨겨진 어둠까지 한꺼번에 쏟아진 <육룡이 나르샤>의 첫 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선과 악이 공존하고 그 안의 대의를 꿈꾸던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 첫 방송은 거대한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개경 외곽에서 거지꼴을 한 정도전은 보부상의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으며 등장한다. 8년 만에 개경에 들어선 정도전은 숨겨둔 자신의 근거지에 들어서지만 그곳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미 그 안에서 그를 기다리던 이방원과 이방지가 있었으니 말이다. 정도전을 애타게 기다렸던 두 남자의 만남은 잔인한 전설의 시작이기도 했다.

 

8년 전 함주 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오랑캐에 맞서 최전방에 있던 이성계와 그의 아들들. 도망치는 한 남자를 추격하는 이방과와 이방원. 잘 보이지도 않는 자를 화살 한 방으로 제압하는 이성계의 활 솜씨는 신의 한 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아들 이방원이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이성계는 아들 방원 앞에서 첩자 질을 한 부하를 죽여 버린다. 그리고 이런게 바로 전쟁이라면 전쟁 영웅인 아버지의 뒤를 따르려는 이방원에게 잔인한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잔인한 모습 속에서도 이방원은 두려움보다는 보다 더 큰 꿈을 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조선의 3대 왕이자 세종대왕의 아버지인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는 조선 건국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당연하게도 흥미롭다.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인 이 작품은 지난 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정통사극 <정도전>가 같은 시대 동일한 인물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과 <육룡이 나르샤>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제 시작한 이 드라마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명을 받고 개경으로 오게 된 이성계. 그리고 그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이인겸의 강력한 방어. 그 과정에서 드러난 고려 말 잔인한 현실은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아버지 먼저 개경을 오게 된 아들 방원은 함주와 너무 다른 개경 모습에 정신이 팔려 거지패들에게 납치되는 상황에 몰린다.

 

방원과 거지패의 만남은 결국 아버지 이성계에 대한 신화를 깨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거지패가 되어서 어머니를 찾고자 했던 분이와 땅새는 방원으로 인해 어머니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된다. 달콤한 엿에 홀려 방원을 호위하던 무사의 뒤를 쫓던 땅새는 그가 숨긴 서찰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가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를 데려간 자들의 기호를 확인하게 된다.

 

이런 상황 전개는 방원과 땅새, 분이가 개경의 명문세가이자 고려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인겸의 집으로 들어서게 만든다. 첩자를 찾는 것보다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음식들에 홀린 세 아이들이 열심히 먹고 옷소매에 담기에 여념이 없던 고기들은 은밀하게 훔쳐본 방안의 모습과 겹치며 강렬하게 다가온다.

 

연하고 맛있던 돼지고기의 정체는 인간의 젖을 먹은 아기 돼지였다.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갓 아이를 낳은 여자들을 데려와 돼지에게 수유를 하게 한 이인겸의 행동은 결국 젓 동냥을 다니던 갓난아이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방원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아버지 이성계에게도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고한다.

 

 

전장을 지배하던 강직한 아버지 이성계라면 백성들을 괴롭히는 악덕한 권력자인 이인겸을 멸하게 할 것이라 확신했다. 이인겸의 청을 받아 그의 거대한 성과 같은 집인 도화정으로 들어선 이성계와 아들들은 연희극을 보면서 달라지게 되었다. 첩자가 이인겸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그 연희극에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이성계를 제압하지 못해 안절부절 하던 이인겸에게 그 서찰은 그 강력한 존재를 무너트릴 수 있는 신의 한 수였다. 쌍성총관부를 지배하던 적랑 조소생을 제거하고 고려의 영웅이 된 이성계. 하지만 호형호제하던 조소생을 배신하고 죽이기까지 했던 이성계에게 이 사건은 트라우마 일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이인겸 앞에 머리를 조아린 이성계의 모습을 보게 된 이방원의 실망한 모습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성계와 이방원의 관계는 이후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온다. 왕자의 난이 두 차례 벌어지고 형제들을 죽이고 왕좌에 오르게 되는 이방원과 이성계. 이 둘의 엇갈림은 <육룡이 나르샤> 첫 회부터 명확하게 정의되고 있었다.

 

 

화려한 개경의 시장과 달리, 바로 뒷골목에는 먹지 못해 죽은 사체들이 너부러진 모습은 경악스럽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탐미를 위해 어린 돼지에게 사람의 젖을 먹이는 악랄한 고려 말 사대부들의 행태는 잔인하기만 하다. 오직 자신들의 탐욕만 채우기에 급급한 그들의 행태는 우리 현실에서도 쉽게 목격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이를 더욱 부추기는 위정자들의 행태는 고려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청년들은 7포 세대라는 웃지 못한 환경에 처해있고, 모든 것을 쥔 재벌들을 위해 정책을 바꾸기에 여념이 없는 현실은 터지기 일보 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과거와 달리 점점 뜨거워지는 물속에 잠긴 채 자신이 그렇게 죽어가는 줄도 모르는 것이 다를 뿐이다. 고려 말 권문세가의 현재의 위정자들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보다 재미있게 바라보는 방식이 될 듯도 하다. 사극의 힘은 바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니 말이다.

 

<육룡이 나르샤> 첫 방송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서로 연결되는 과정들은 능숙함으로 다가왔다. 억지가 없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전개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억지로 점철되었던 드라마들 속에서 이야기의 힘으로 승부하는 드라마는 그만큼 반가운 일이니 말이다.

 

성인 연기자들과 아역 연기자들이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고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유려하게 풀어낸 작가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어낸 연출의 힘까지 <육룡이 나르샤>는 많은 이들이 기다린 만큼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전통사극과 달리 팩션 사극이라는 점에서 좀 더 가볍기는 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담아낼 이야기는 그래서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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