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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윤식당 4회-시청자를 행복한 나른함으로 이끄는 나영석 사단의 마법

by 자이미 2017.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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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한 종류로만 장사를 하던 '윤식당'은 메뉴 개발에 나섰다. 대단한 메뉴는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라면이다. 일본 라멘과는 다른 메콤함을 베이스로 깐 마법의 라면 스프가 좌우하는 한국 라면의 마력은 한 번 빠지면 쉽게 나오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리도 증명해주고 있었다. 


라면은 마술이다;

나른한 그래서 더욱 행복해지는 윤식당, 마법의 한국 라면이 등장했다



오픈 하자마자 해변 정리 사업으로 인해 윤식당은 사라졌다. 노란 지붕이 있는 해변과 맞닿은 식당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하루 만에 헐리고 다른 장소로 옮긴 윤식당은 또 다른 재미와 행복을 품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메뉴만 보고 돌아서는 상황에서 신 메뉴의 등장은 본격적인 영업을 위한 신호탄이었다. 


열흘 동안의 식당 운영은 특별한 원칙이나 기준, 그리고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망해도 된다.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 위한 장사는 아니기 대문이다. 낯선 공간에서 한국 음식을 알리는 행위와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오니 말이다. 


매일이 천국과 같은 환경 속에서 이들의 아침은 분주하지만 여유롭다. 이서진은 바다를 찾아 스노쿨링을 즐기고, 신구는 숙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정유미는 그 섬에 있는 온갖 동물들과 조우를 하며 행복해 한다. 길을 가다 멈춰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교감을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인 듯하다. 


사장이면서 셰프인 윤여정은 노곤한 몸을 일으키고 단단하게 채비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의 시작이다. 전기 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는 그 섬에서 이동은 자전거나 마차가 대신한다. 마부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말과 함께 바로 앞에 있는 바다로 들어간다. 


말도 씻고 자신도 씻는 그 행위가 그들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원칙이다. 그렇게 제각각 아침을 시작하는 다른 방법으로 잠을 깨우고 식당에 도착해 하는 일은 음식 재료들을 준비하는 일이다. 채소들을 다듬어 정리하고 언제든 손님의 주문에 맞춰 조리를 할 모든 것이 갖춰지면 준비는 완료다. 


그렇게 손님이 찾으면 그들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하는 '윤식당'은 단순함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진정한 행복이 존재한다는 사실 만은 명확하다. 언제나 새롭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시도들이 때로는 오히려 독이 되어 우리의 모든 것을 억누르는 스트레스가 되고는 한다. 


항상 새로워야만 한다는 압박은 결과적으로 그 새로움을 찾다 스스로 악몽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길리 트라왕간에는 그런 압박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모든 환경이 천국과 닮은 그곳에서는 오직 돈에 쫓겨 자신의 인생을 모두 소진하는 일은 드물다. 


환경을 닮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이질적인 문화들과 함께 어울리며 그 자체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 어떤 중압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닮은 그곳의 시계는 그렇게 느리게 흘러간다. 탐욕을 내려놓고 잠시 주위를 돌아보면 언제나 나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게 하고는 한다. 그 초라함은 외부로 보여지는 물질적 가치와는 전혀 다른 정신적인 피폐함이다. 


나영석 사단의 <윤식당>은 그런 빈곤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흔든다. 결코 우리가 그들처럼 여유롭게 살 수는 없다. 모든 것을 내려놓기에는 수많은 것들은 우리의 온몸을 부여잡고 있으니 말이다. '욜로 라이프'가 하나의 트랜드로 유행을 이끌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사치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한 번 뿐인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개인의 행복보다는 사회 조직의 일원으로서 충성을 요구할 뿐이다. 그렇게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우리에게 '욜로 라이프'는 곧 기계의 멈춤과 비슷한 두려움으로 다가오고는 한다. 


한없이 여유로운 그들의 일상을 보며 우리는 마치 영화 <토탈리콜>의 가상 체험을 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직접 체험을 하지 않아도 정신을 지배하는 그 체험이라는 수단은 인간을 지배한다. 자신이 한 평 집에서 거주한다고 해도 신기한 문물들은 자신을 거대한 성에 사는 군주로 만들며 평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세상을 우린 앞두고 있고, 일정 부분 체험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기계적인 발전이 만든 기억의 파괴와 재조합과 달리 <윤식당>이 보여주는 방식은 상대적인 아날로그다. 그들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여 잠깐의 행복을 누린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말이다. 불고기 단일 메뉴에서 '라면'을 추가한 '윤식당'은 비와 함께 찾아온 라면 국물의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바뀌었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이들도 늘었고, 한국인 친구들을 통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들도 늘었다. 그렇게 세계 방방곡곡에서 온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윤식당은 작은 한국과 같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프로그램 취지에 동참한 후 한국인 친구들을 위해 인증샷을 찍고 그 경험 자체를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유와 행복이 함께 하고 있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의 나른함은 하루를 충족시켜주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그 행복한 나른함을 선사하는 <윤식당>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천상의 자연 환경에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의 일상은 콘크리트 섬에서 벗어나기 힘든 우리를 파라다이스로 이끌게 하고는 하니 말이다. 그 마법은 그래서 언제나 반갑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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