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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88 18회-정환의 허무한 고백 쏟아내기, 그럼에도 어남류인 이유

by 자이미 2016.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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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마지막 장면은 과연 무엇을 위함이었을까? 시종일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끝내 택이에게 기회마저 넘겨 준 정환은 친구들 앞에서 덕선에게 고백을 했다. 고교시절부터 계속 사랑해왔다는 정환의 고백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농담으로 치부하는 작가의 가학적인 고백 쏟아내기는 당혹스럽다. 

 

어남류와 어남택;

만날 사람은 만나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진다, 포레스트 검프에 답이 있었다

 

 

 

컴퓨터 채팅이 유행하던 시절 언제나 유행에 민감하고 빨랐던 정봉은 천리안을 즐겨 사용한다. 성균네 집을 항상 통화중으로 만들어버리는 채팅에 빠진 정봉은 그 덕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잡는다. 잊으려 해도 잊지 못했던 운명과도 같은 여인 미옥을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퀴즈로 배우는 상식' 방을 운영하며 그 재미에 흠뻑 빠진 정봉은 단어를 던져 답을 찾아가는 단순한 방식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우주여행'이라는 단어에 당연한 답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메기의 추억'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는 '브루마블'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택이 생일에 간만에 모인 친구들은 여전하다. 모두 성장해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환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고, 택이는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로 군림하고 있다. 선우는 의사로서 길을 안정적으로 걷고 있고, 춤만 좋아하던 동룡이는 음식점을 하며 산다. 덕선이는 잘 나가는 스튜어디스가 되어 있었다.

 

매력적인 성인이 된 쌍문동 아이들이지만 그들은 모이면 과거 조금은 바보 같았던 아이들로 변하고는 한다. 그게 친구의 힘이기도 하니 말이다. "내가 찼어"를 외치는 덕선이에게는 그게 항상 콤플렉스다. 그녀의 감정 속에서 "차였다와 찼다"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모두 지쳐 널부러진 상황에서 이승환의 '텅 빈 마음'이 흘러 나온다. 친구들은 그렇게 잠이 들었지만 노래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간 덕선이의 자리를 보는 이가 있었다. 택이와 정환이는 여전히 덕선이를 향해 있었다. 덕선이가 있던 텅 빈 자리를 바라보는 택이와 정환이의 모습은 애절하기까지 하다.

 

사법연수원에 있는 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미팅에 나가게 된다. 쌍문동 골목길에서 우연하게 선우와 마주쳤지만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스쳐 지나간다. 별똥별이 떨어지던 날 이별을 한 후 그들은 그렇게 낯선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런 그들은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보라 친구 권유로 그녀가 소개팅 자리에 나갔기 때문이다. 연대 본과 3학년이라는 소개팅 남은 '천재 쓰레기'라고 불린다 한다. 최소한 보라가 알고 있는 선우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 소개팅을 승낙한 이유는 명확했다. 오직 공부만 하며 만나는 사람도 없었던 보라가 이번 소개팅에 응한 이유는 선우가 다니는 학교와 학과 생이기 때문이었다.

 

'천재 쓰레기' 김재준은 선우와 같은 과 친구다. 마이콜을 통해 알게 된 재준은 족보를 넘기는 조건으로 선우의 삐삐 번호를 얻어간다. 그리고 이는 운명처럼 선우와 보라가 다시 강렬한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된다. 오직 한 여자만 보고 사는 재준에게는 나정이 밖에는 없었다.

 

사법연수생 소개팅도 거부할 정도로 재준에게는 오직 나정이 밖에는 없었다. 재준의 선택으로 선우는 소개팅 자리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한 번은 들어줘야 할 빚이 재준에게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뜬금없는 자리에서 마주한 선우와 보라. 그 자리에서 보라는 솔직한 자심의 마음을 전한다.

 

선우와 같은 학과 동급생과의 소개팅을 받은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선우가 그 사람이기를 그것도 아니라면 이 사실을 선우가 알기를 바랐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시작했다. 컴퓨터 채팅에 흠뻑 빠져있던 정봉은 확신을 가지고 다시 퀴즈를 낸다.

 

'종로'와 '일요일 5시'라는 단어에 메기의 추억은 '1층 아닌 2층'이라는 말로 답변했다. 미옥이 자신에게 선물해줬던 분홍 셔츠를 입고 반줄 2층에서 기다리던 정봉은 너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 미옥을 힘껏 안았다. 말이 필요 없는 이들의 운명적인 재회는 그렇게 극적으로 이뤄졌다.

 

덕선에 대해 모르는 것이 전혀 없는 친구들. 이 지독한 상황은 덕선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선우에 이어 정환이에 대한 첫사랑도 흐지부지되었던 덕선은 친구들 앞에서는 '차였다'는 말은 금기어와 같은 존재다. 일요일 친구들과 간만에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기로 했지만, 그 날이 바로 디데이가 되고 말았다.

 

 

'이승환 콘서트'에 가기로 했던 덕선은 그날 삐삐를 통해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 심부름을 하러 나가다 친구들을 만나게 운명이었다. 콩나물을 사러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콘서트 장까지 슬리퍼를 신고 가야했던 덕선은 답답하기만 하다.

 

친구들 앞에서는 숨기고 싶었던 초라한 자신. 그런 그곳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덕선이가 만나는 남자가 사실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택이는 화장실에서 덕선이 선배를 통해 듣게 되었고, 정환은 동룡이와 극장에서 덕선이 소개팅 남이 콘서트를 봐야 할 시간에 다른 여자와 극장에 온 것을 보고 확신했다.

 

정환은 영화를 보다말고 갑자기 뛰쳐나가 콘서트 장으로 향했다. 이번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정환은 그렇게 미친 듯이 차를 몰았다. 하지만 그렇게 도착한 그곳에 먼저 와 있던 이는 택이였다. 자신처럼 택이 역시 덕선이가 간절했었기 때문이다.

 

정환은 다시 한 번 한 발 늦었다. 과거 선우와 택이로 인해 덕선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만 했던 정환은 1994년 10월 '이승환 콘서트'장 앞에서 다시 좌절을 해야만 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단순히 '타이밍'의 문제로만 치부했다. 좀 더 자신이 빨리 갔다면 혹은 신호등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그 자리는 자신의 차지였다고 말이다.

 

운명적인 문제로 치부하던 정환이 더욱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택이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평생 바둑만 알고 살아왔던 택이가 평생 처음으로 기권을 했다. 대국을 앞두고 택이는 바둑보다는 덕선이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건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나 간절한지에 대한 문제였고, 그 간절함에서 정환은 다시 택이에게 진 것뿐이었다.

 

바보처럼 자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여인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조차 못해봤던 정환. 그는 공사 졸업반지인 '피앙새 반지'를 들고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가지고 나갔다. 그리고 정환은 덕선이에게 그 반지를 건넸다. 그리고 자신이 오래 전부터 덕선이를 좋아했다 고백하기 시작했다.

 

함께 등교하기 위해 1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했고, 독서실에서 늦게 오는 덕선이로 인해 잠도 자지 못하고 안절부절 해왔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둑이 무너져 물이 쏟아지듯 털어놓은 정환. 그렇게 극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 듯했던 그 순간 정환은 그 모든 것이 동룡이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한 농담으로 치부해버렸다.

 

문제는 정환이의 고백을 들은 덕선이의 표정이다. 택이가 오지 않아 반복적으로 출입문을 바라보던 덕선. 그런 변화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바라본 것은 정환이다. '이승환 콘서트'장 앞에서 택이가 덕선을 위해 달려온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던 정환은 덕선이가 택이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런 확신이 그 허무한 고백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장난이라는 말 뒤에도 덕선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이 놀라는 것과 달리 덕선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정환이의 고백이 장난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덕선이는 믿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택이와 덕선이의 콘서트 데이트가 정환이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중요하게 다가온 이유는 그저 당시 유행했던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직한 바보 검프의 거짓말 같은 여정 속 운명과도 같았던 연인과의 사랑을 담고 있다는 것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방송 중에도 전쟁 영웅이 되어 수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던 검프가 '링컨 기념관' 앞 호수를 가르며 달려오는 제니와 재회를 하는 장면은 그저 우연처럼 쓰여 지지는 않았다.

 

오벨리스크가 보이는 그곳에서 제니와 재회한 검프의 모습과 덕선을 향해 달려가던 정환. 검프처럼 우직하고 바보처럼 앞만 보고 달린 정환에게는 덕선 밖에는 없었다. 검프에게 먼전 손을 내밀고 평생의 연인으로 살았던 제니. 그 사랑이라는 단어와 동일한 제니를 향한 검프의 마음이 곧 정환이다.

 

자리를 옮기는 쌍문동 친구들의 술자리 테이블에 남겨진 '피앙새 반지'는 영원히 그곳에 남겨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처럼 덕선이의 몫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사실 덕선이의 남편이 누가 되든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택이와 정환 둘 중 하나가 되든 모두 해피엔딩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시리즈와 다른 확연한 차이는 남주인공 주도가 아닌 여주인공 주도로 사랑에 대한 결말이 맺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선택은 주도적 사랑을 못해본 덕선이 몫이니 말이다.

 

 

문제는 그동안 이끌어왔던 상황들을 생각해보면 오늘 방송에서 등장한 정환의 허무한 고백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농담으로 포장한 진심까지 덕선이가 받아준다는 설정이 준비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 방송에서 나온 장면은 정환이를 응원해왔던 수많은 시청자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악수였다.

 

현실에서 만화 좀 그만 보라는 덕선이의 발언은 항상 만화책이 떠나지 않던 정환과 마주하고 있다. 성균과 미란에게 늦둥이가 생기고, 택이는 진주가 그렇게 경고했던 여배우와 인연이 맺어질 수도 있다. 반전은 주차를 못하는 택이와 정환이 그토록 한탄했던 그 타이밍이 다시 결정적인 이유로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응답하라 1988>은 덕선이의 사랑을 위한 드라마는 아니다. 물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이 드라마의 특징은 가족이다. 그 가족의 정과 사랑이 모든 것에 우선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덕선이의 사랑은 하나의 재미 요소일 뿐이다. 너무 집착하면 모든 것이 일그러질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결국 덕선이의 선택은 정환 일수밖에 없다. 18회 동안 지속적으로 정환과 덕선이를 향해 이야기가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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