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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88 5회-일화의 피묻은 양말, 쌍문동 아줌마들 엄마를 말하다

by 자이미 2015.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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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만이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를 담으며 부쩍 감동이 가득해졌다. 쌍문동 아줌마 3인방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엄마라는 존재를 확인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상황을 통해 어머니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 이번 특집 역시 최고였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엄마, 그 위대한 이름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행복했고 화목했던 그 시절을 담고 있는 <응답하라 1988>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앞선 두 개의 이야기와 달리 이번에는 쌍문동 좁은 골목길에서 함께 살던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들이 담겨 있었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던 1988년. 그 뜨거웠던 시절을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흥미롭다. 학생만이 아니라 넥타이 부대라고 불리는 직장인들까지 거리에 나와 독재자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 시절. 그렇게 대한민국에도 민주주의는 시작할 수 있었다. 다시 사라져가는 민주주의를 생각해보면 30년도 안 된 청년의 위기가 씁쓸함으로 다가올 정도다.

 

쌍문동 골목길에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중 세 아줌마는 언제나 함께다. 은행에 다니는 동일의 부인인 일화, 큰 아들의 취미인 복권 사기로 돈벼락을 맞은 미란, 전교 1등하는 아들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선영. 이들 세 아줌마들은 서로 사는 것이 다르기는 하지만 언제나 서로를 위하며 행복해 한다.

 

동네 아저씨들에게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 말 많은 이 아줌마들이 우리네 엄마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들도 많았다. 그런 그녀들이 5회에서 엄마로 복귀했다. 그저 시끄럽기만 하고 농담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아줌마가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희생의 상징인 엄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쌍문동에서 미친X으로 통하는 보라는 서울대 수학교육과에 다니는 수재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1등만 해왔던 존재다. 그런 딸을 위해서 가족들은 모두 큰딸 보라를 위해 움직이는 것도 당연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보라는 언제나 동일네 집 제왕처럼 군림해오고는 했다.

 

 

대학생 보라도 그 시대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모두가 나서는 상황에서 그녀 역시 시위에 가담하며 뜨거운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딸을 바라보는 동일과 일화의 태도가 전혀 달랐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딸에 대한 마음 자체가 다르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없는 선우네 집 이야기라고 다르지는 않다. 선영은 가난하지만 언제나 반듯한 아들 선우와 어린 진주를 키우며 행복하기만 하다. 비록 낡아 버리기 일보직전의 옷들과 텅 빈 쌀통과 연탄창고로 인해 불안한 삶을 연명하기는 하지만 남편이 떠난 후 주고 간 집과 연금으로 생활하는 선영은 그래도 행복했다.

 

가난함이 불편을 줄 수는 있지만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선영에게도 힘든 상황은 존재한다. 바로 시어머니의 방문이다. 선우를 누구보다 편애하는 시어머니의 발문은 언제나 선영에게는 힘겨운 일들의 연속이다. 언제나 침묵으로 그 독한 말들을 받아내던 선영은 더는 참지 않았다.

 

자신을 타박하기만 하는 시어머니에게 더는 집을 찾아오지 말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더라도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알아서 키우겠다고 한다. 그런 선영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은 또 다른 엄마인 친정 어머니였다. 시어머니에게는 죽은 자식에 대한 애정이 넘쳐 남겨진 며느리가 밉고 싫을지 모르지만 젊은 나이에 남편을 보내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딸이 걱정인 친정 엄마는 마음 속 가시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아들이 다리를 다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에 온 엄마는 곧장 딸 선영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집을 둘러보는데 정신이 없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영은 엄마가 온다는 소식에 부잣집 성균네 집에서 살림을 공수하기에 여념이 없다.

 

 

빈 쌀통을 채우고 아무 것도 없던 연탄 창고도 연탄으로 가득하게 만든다. 그리고 냉장고까지 성균네 것으로 채우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로 멋을 내고 엄마를 맞이하는 선영의 마음은 그랬다. 엄마가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바랐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걱정을 안기고 싶지 않은 딸의 마음이었다.

 

어린 진주에게 티아라 머리띠를 해주고 어울리지 않는 목걸이까지 하게 한 선영의 마음은 그랬다. 자신의 힘겨운 삶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딸의 마음은 자신도 엄마가 되어도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는 딸 몰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봉투에 편지와 함께 넣어 두었다. 착한 딸을 향한 엄마의 이 뜨거운 모정은 그렇게 다시 딸이면서도 엄마인 선영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바나나 우유보다 싸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나나가 당시에는 쉽게 사먹을 수 없는 고가의 귀한 과일이었다. 콩나물과 두부 한 모를 사면 가족이 모두 먹을 수 있는 찬거리가 나온다. 거기에 드는 비용이 700원이던 시절 바나나 하나의 가격이 2천원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바나나는 서민들에게는 그저 선망의 대상일 뿐이었던 시절이었다.

 

엄마가 딸의 남루한 옷을 보고 예쁜 옷이라도 한 벌 사입기를 바라며 몰래 두고 간 돈이지만 딸이자 엄마이기도 한 선영은 그렇지 못했다. 아들이 다리를 다쳤어도 고기반찬 한 번 해주지 못하고 바나나는 너무 비싸 바나나 맛 우유로 대신해야만 했던 선영은 바나나 하나를 사 아이들을 먹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바나나 하나를 반을 잘라 어린 진주에게 주고 남은 반쪽을 다시 갈라 엄마에게 건네는 선우는 정말 속 깊은 효자다. 그것마저 거부하며 아들이 먹기를 바라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어떻게 해야 먹을 수 있게 하는지 잘 아는 아들의 모습은 참 따뜻하다. 가족이란 그런 마음들을 공유하는 집단이니 말이다. 

 

 

시골에 있던 어머니가 다쳐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우게 된 성균네도 다를 것은 없다. 집안의 대장인 엄마 미란이 떠난 이틀은 이집 세 명의 남자들에게는 해방의 날이었다. 떠나기 전 밑반찬을 잔뜩 만들어 세 남자 걱정에 정신이 없던 미란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란이 없는 집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세 남자에게는 이보다 더 한 행복은 없었다. 

 

집안은 엉망이 되고 식사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아무렇게나 때우는 그들은 그게 행복이었다.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고, 마요네즈와 마가린 여기에 설탕까지 더한 괴식을 사랑하는 큰 아들 정봉의 독특한 식성도 엄마가 없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연탄불과 막힌 화장실, 그리고 부엌살림까지 엄마가 없는 성균네 집은 위기였다. 하지만 공부 빼고는 뭐든지 박식한 정봉의 '맥가이버' 빙의는 모든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자유를 만끽하던 성균네는 마지막 저녁의 자유를 빼앗기고 서둘기 시작한다. 예정보다 빨리 도착한 엄마로 인해 비상사태가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고 대장인 엄마 미란을 맞이하는 가족들은 당당했다. 뭐 하나 트집 잡힐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정리된 집에 세 남자는 뿌듯했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엄마 맞이에도 행복하지 못했던 정환은 뭔가 찝찝했다. 그리고 그 해법은 이번에도 도룡이의 지적으로 해결되었다. 

 

너무 완벽해 자신의 할일을 빼앗겨버린 엄마의 서운함을 남자 셋은 몰랐었다. 엄마가 챙겨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미란에게 완벽한 집은 소외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를 위해, 라면 끓이던 형 손을 데게 하고, 알려준 대로 연탄 갈기에 나선 아빠를 곤궁에 빠트리고 자신의 방을 어지럽히며 엄마를 부르는 정환의 작전은 대 성공이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찾은 미란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보라가 시위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TV 뉴스를 통해 확인한 동일은 분노한다. 마침 돌아온 딸 보라에게 모진 말을 하고 방안에 가둔 채 직장마저 월차를 내고 딸을 지키는 아빠의 마음은 하나다. 모진 말로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는 하지만 아빠 동일이 지키고 싶은 것은 딸이었다. 부당한 현실 속에서 그녀의 외침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위대에서 빠져 나와 잔인한 백골단에 쫓기던 학생을 지켜주고 용돈까지 쥐어주던 동일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그 위기에 처했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모진 말로 딸을 지키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렇게라도 지키지 못한다면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딸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일과 달리 일화는 딸을 품기에 여념이 없다. 온 몸과 마음으로 키운 딸을 위해서 엄마인 일화가 할 수 있는 단순했다. 밥 먹는 것도 거부하는 딸에게 밥 한술이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이 엄마의 마음이었다. 딸을 감시하기 위해 월차까지 낸 동일을 마침 자유를 얻어 술을 마시려던 성균에게 보낸 이유 역시 보라에게 밥 한술이라도 떠먹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일화의 이런 마음과 달리, 술에 취해 쓰러져 잠든 동일과 사라진 딸 보라로 인해 분주해진 엄마는 비가 오는지도 몰랐다. 딸이 잘못될까 동네를 뒤지고 다니며 보라를 찾는 엄마 일화. 그런 일화에게 우산을 건네는 택이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쌍문동 골목길 이웃의 정서는 그대로 묻어났다. 이심전심으로 말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일화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네 사람들의 마음은 이제는 찾기 힘든 정성이기도 하다.

 

경찰들에게 붙잡힌 딸 보라를 보고 달려가 딸을 보호하기에 여념 없는 일화. 그동안 보라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던 인물처럼 그려졌다. 가난해도 보라를 위해서는 뭐든지 다했고, 그런 보라만을 위해 동일네 집은 움직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일화는 알고 있었다. 보라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희생해왔는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해서 항상 1등만 하던 보라는 법조인이 되고 싶었다. 능력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큰딸은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공장에 취직해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기에 집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대가 아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수학교육과로 방향을 돌렸다.

 

과외 한 번도 하지 않고 한 번에 서울대에 장학금까지 받고 들어간 보라는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족들을 위하고 있었다. 그런 보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 일화의 애끓는 모정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그 작은 몸으로 딸을 지키고 있는 엄마 일화. 그런 엄마의 발을 본 보라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아빠 앞에서도 당당하고 누구에게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던 보라가 엄마의 하얀 양말에 붉게 물든 피를 보고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엄마를 지키는 것은 자신이 경찰서에 가는 것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문지방에 발가락을 찌어 피가 철철 나도 그저 반창고 하나로 버틴 엄마. 딸이 걱정되어 비를 맞고 거리를 헤매며 찾아다니던 엄마가 그 왜소한 몸으로 건장한 경찰들에게서 딸을 지키는 모습을 보라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훈방 조치로 풀려나는 딸을 기다라는 아빠 동일과 엄마 일화의 모습은 달랐다. 경찰서 밖에서 끊었던 담배를 물고 있는 동일은 따끔하게 혼내주라는 성균에게 "잘못한 일도 없는데 뭐라고 혼을 낸데"라고 타박한다. 그저 딸을 보호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있었지 딸의 시위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던 그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넥타이 부대 중 하나일 뿐이었다.

 

빚보증 잘못 서 반지하에 살며 항상 돈에 쫓기던 일화는 딸을 위해 그 비싼 바나나 하나를 사왔다. 비닐봉지에 담긴 그 바나나의 모습은 위대한 어머니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두부가 아닌 바나나. 그 값 비싼 바나나에 담은 엄마의 마음은 그런 것이었다.

 

덕선을 향한 정환의 마음이 더욱 애틋하게 이어지며 흥미로운 상황들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선우가 자꾸 덕선을 찾고, 덕선은 노골적으로 선우를 좋아하는 상황에서 정환의 마음은 더욱 힘들기만 하다. 비 오는 새벽 독서실에서 돌아오지 않은 덕선을 위해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간 정환의 모습은 시청자마저 두근거리게 할 정도였다.

 

선우의 첫 사랑이 과연 덕선일까? 덕선과 선우, 정환이 모두 첫 사랑에 빠져 있던 1988년 겨울.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과연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원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쌍문동 아줌마들은 '엄마'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우리에게 언제나 감동 그 자체로 다가오는 마법의 단어 '엄마'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 <응답하라 1988>는 그래서 행복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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