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97 정은지 오열과 천연덕스런 연기, 비교불가 명품 연기였다

by 자이미 2012. 8. 8.
반응형

추억과 스타의 인기를 파는 드라마와는 달리, 추억을 재생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 드라마 매혹적이기까지 합니다. 그저 과거를 회상하고 이를 통해 추억을 파는 여타 드라마와 달리, 탁월한 완성도를 선보이는 <응답하라 1997>은 보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단순한 추억팔기가 아닌 추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1997년과 2012년을 오가며 동창생들의 과거와 현재를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과거 추억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실제와 다름없는 이야기의 힘과 당시를 그대로 재현해주는 소품들의 힘 역시 이 드라마를 더욱 탁월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치 연기자들이 연기가 아닌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능숙한 연기는 <응답하라 1997>를 명품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제5화 삶의 연속, 삶이란 그렇게 얽히고설킨 관계의 연속이다

 

삶이란 쉽게 규정하기도 단정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 어떤 현자들에게도 삶이란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대상은 아닐 테니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삶의 연속'이라는 틀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의 힘은 매력적이었습니다.

1997년 고가의 외제 청바지를 탐내는 시원. 지금이나 과거나 그 나이 대 청소년이라면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나 봅니다. 29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청바지가 가지고 싶은 라디오 사연을 쓰는 시원. 그런 시원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동일. 자동차 사고를 천우신조라 생각하는 지원의 부모님은 가벼운 추돌 사고에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부부사기단이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부모님의 이런 행동에 부끄러워하던 시원. 그런 시원과 아버지는 평행선만 달리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시원이 그렇게 아끼는 HOT 1집 기념 한정판 우비를 쓰레기 버리러 나선 아버지가 입고 나가며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웠던 HOT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아버지와 싸우던 시원은 찢어진 우비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합니다. 당시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커다란 가치로 다가왔던 HOT. 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녀에게 본질적인 사랑이 움트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병이었습니다.

 

교통사고 합의금을 얻기 위해 거짓으로 병원에 입원한 부모로 인해 팔 부상으로 입원한 소꿉친구인 윤제의 병실을 찾습니다. 환자를 보조 침대로 밀어내고 침대를 차지하고 자는 시원. 그런 잠든 시원을 바라보며 자신의 첫 사랑이 된 소꿉친구에게 볼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은 애틋하기만 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 안경을 벗고 렌즈를 낀 시원의 모습을 보고 사랑을 느끼게 된 윤제. 하지만 그는 이제 안경을 쓴 시원마저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텅 빈 집에 들어서며 음습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시원은 전화를 받기 전부터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MT를 하러 갔던 언니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TV 뉴스를 통해 죽음을 알게 되었던 시원과 그 가족들. 그 지독한 운명은 다시 한 번 시원의 가족에게 찾아왔습니다.

 

쏟아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병원으로 향하던 시원은 택시 안에서 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면 폭풍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청바지를 얻기 위해 아버지가 암이라고 속였던 사연이 현실에서 실제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서럽게 합니다. 너무 편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시원은 거짓 사연을 통해 진실한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숙제보다는 사연을 보내 청바지를 가지고 싶은 딸 시원. 그런 철없는 딸을 위해 몰래 시원의 숙제를 대신 해준 아버지. 큰 딸을 먼저 보내고 남은 딸 시집갈 때 손을 잡아 주고 싶다는 아버지 동일의 바람은 가슴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삶의 연속이란 어쩌면 이런 사랑을 경험하고 깨닫게 되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제6화 사랑, 안하던 짓도 하게 만든다, 혈서와 항의 전화 어쩌면 그것이 진정 사랑인지도 모른다

 

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은 성일은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재발 가능성이 두려운 그에게 더욱 무서운 것은 같은 병동에 있는 아주머니들이었습니다. 거칠 것이 없는 입담을 과시하며 홀로 남자인 동일을 힘겹게 하는 아주머니들과의 병동 생활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암 병동 환자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보여 지는 이야기를 토대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드라마는 어쩌면 가장 행복하고 값진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그녀들이 웃음을 잊고 드라마 시청마저 거부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너무 행복한 부부의 모습은 갑자기 남편의 암 선고로 인해 3개월 시한부 인생이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암이라는 병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드라마에서 나온 이야기는 그저 남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점심시간 교실에 있는 TV를 차지하기 위한 'HOTvs젝키'의 싸움은 치열한 육탄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누가 먼저 테이프를 넣느냐에 따라 점심시간을 지배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들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순간이었으니 말입니다. 절대무적 시원에게 은도끼는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이들의 일상은 그렇게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윤제를 짝사랑하는 유정은 농구를 글로 배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녀에게 이 정도 공부는 당연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시원만 바라보는 윤제에게 유정은 없는 존재나 다름없었습니다. 윤제와의 데이트를 위해 어렵게 구한 농구 티켓을 윤제의 말 한마디에 아무렇지도 않게 전해주는 유정의 모습은 사랑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는 유정 곁에 앉은 학찬의 모습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여자를 책으로 배웠던 그에게 여자는 두려운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눈도 마주보지 못하던 학찬이 울고 있는 유정을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장면은 매력적이었습니다. 학찬 역시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유정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행동들 말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원이 준희와 함께 밤을 센다는 이야기에 농구도 보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윤제. 그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준희 걱정을 해주지만 그에게는 오직 시원만 존재할 뿐입니다. 윤제를 좋아하는 준희로서는 윤제가 건네는 이런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은 행동들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 그 말 할 수 없는 비밀을 윤제도 마음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간절함 말입니다. 

 

사랑하는 HOT.와 토니를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혈서도 쓸 수 있는 시원. 그녀에게 현재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는 토니 밖에는 없었습니다. 부산 HOT 팬클럽 임원이 되기 위해 거침없이 혈서를 쓰는 시원의 사랑은 그렇게 도발적이고 과감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시원에게 자신이 하루 종일 두르던 목도리를 감싸주며 내 냄새가 날 테니 잘 두르고 있으라는 윤제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두르고 있는 시원의 모습에서 사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암에 걸린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인해 더욱 침울해진 남편 동일. 그런 동일을 위해 아내인 일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찾아 간 곳은 공중 전화기였습니다. 드라마 작가에게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그녀와 늘상 그래왔던 시청자들의 항의에 무감각한 작가. 이런 반복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지점은 분노가 아닌 진심을 이야기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얼마나 간절하게 갈망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는 일화의 마음은, 작가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습니다. 몰래 아내의 통화를 듣고 있는 남편 동일이 무한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아내의 마음.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으니 말입니다.

 

일화의 진심은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바꿔 놓았습니다. 암 병동을 삽시간에 우울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은 항암치료를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드라마를 보던 환자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반가워하며 삶의 희망을 다시 찾게 되는 과정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드라마를 통해 자신을 투영하는 소시민의 삶을 냉철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낸 이 에피소드는 분명 대단했으니 말입니다. 

 

딸은 아버지의 암을 팔아 청바지를 얻습니다. 물론 건강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거짓이었지만 말입니다. 어머니는 남편의 암을 고치기 위해 드라마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희망을 전달합니다. 아버지의 암을 두고 상반된 모습의 딸과 어머니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얼마나 짜임새 있고 잘 만든 드라마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디테일한 소품(삐삐, 다마고치, 음악 테이프, 스타 책받침,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심지어 볼펜 3개를 묶은 것까지)이 주는 매력만이 아니라, 연기자들의 탁월한 연기력도 명품 드라마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에이핑크 리드 보컬인 정은지가 보여준 폭풍 눈물은 그저 쥐어짜는 수준의 거짓 눈물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눈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시종일관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그저 그녀가 부산 출신이기에 가능한 사투리의 영향은 아닙니다. 사투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 되기는 하지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능숙하게 주인공 성시원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정은지의 연기는 연기를 꿈꾸는 혹은 연기 겸업을 하는 아이돌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매 회가 흥미롭게 진행되는 <응답하라 1997>은 드라마가 갖춰야 하는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명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단순히 추억을 끼워 파는 허무한 드라마와 달리, 시대를 추억하고 그 시절을 통해 진정한 가치들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해주는 이 드라마 매력적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