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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추적자-공공의 적이 김상중이 아닌 박근형인 이유가 섬뜩하다

by 자이미 201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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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적 이슈를 모두 담아 복수극으로 만들어내는 '추적자'는 흥미로우면서도 불편하기는 합니다. 분명 분노할 수밖에 없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면서도 그 결과가 너무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현실에서는 쉽게 이룰 수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황소를 죽이는 작은 모기보다는 황소 자체를 없애는 것이 득이다

 

 

 

 

 

 

'추적자'는 무척이나 단순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권력에 의해 죽게 된 딸과, 진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무척이나 익숙한 이야기의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추적자'에 많은 이들이 공분을 하고 함께 흥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상의 현실이나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딸이 가장 좋아했던 한류 스타에 의해 죽음 직전까지 가야만 했던 사건. 믿었던 친구가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 딸의 살인자를 찾아 줄 유일한 존재라 믿고 딸이 모아둔 저금통까지 깨서 후원한 국회의원이 딸을 죽이도록 사주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행할 수 있는 행동이란 단순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우발적인 총기 사고로 법정에서 피의자를 살해한 백 형사의 도주 극은 그래서 더욱 슬픈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거대한 힘에 의해 왜곡된 현실에서 진실이 더 이상 진실이 아닌 세상은 그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찾기를 간절하게 바랐던 백 형사. 그가 원한 것은 억울하게 숨져간 딸의 영혼이라도 위로해줄 수 있는 진실이것만 현실은 그런 최소한의 바람마저 무의미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재벌. 그 재벌가 딸이 사건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사건 성립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한류 스타의 사건이었다면 진실 찾기는 생각보다는 쉬웠고 처벌 역시 법의 공정한 심판을 기대해볼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재벌가의 딸이 공범이라는 사실은 이 사건은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더욱 장인인 서회장에 의해 이혼과 함께 대권도전마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강동윤의 욕망은 이 사건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만이 옳고 그렇기에 어떤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만 한다는 오만이 지배하고 있는 정치인 강동윤의 탐욕은 결국 한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을 산산조각 나게 만들었습니다.

 

딸의 억울한 죽음과 남편의 구속으로 정신을 놓쳐버린 부인마저 죽게 된 상황에서 백 형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복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탈출은 이어졌고, 동료 형사의 도움에 이어 자신의 친구인 의사 창민은 큰 의지로 다가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강동윤에게 거액을 받고 자신의 딸을 죽인 존재가 바로 그렇게 믿었던 친구 창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백 형사가 느끼는 분노는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실타래처럼 엮였던 관계들이 모두 드러나며 백 형사에게 남겨진 것은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백 형사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어디에서 알릴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서라도 그의 복수는 당연해 보입니다. 

 

'추적자'를 진정 흥미롭게 만드는 요인은 서회장입니다.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하며 극을 이끄는 백 형사와 강 의원의 대결 구도가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움직이는 서회장이라는 존재는 간과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단순히 극 중 인물 속에서 드러난 캐릭터의 존재감만이 아니라 서회장이 맡고 있는 최고 재벌 회장이라는 상징성이 중요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먹이사슬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존재는 대통령이나 정치권력이 아닌 재벌이라는 사실은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정치자금의 화수분으로 육성된 박정희 시절의 재벌은 정치권력에 의해 울고 웃는 시절을 보내야 했지만 스스로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규모로 커버린 그들은 이제 모든 권력을 집어삼킨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정권 들어 오직 재벌보호만이 경제 정책의 모든 것이라 외친 덕에 재벌가는 더욱 사세를 넓혔고 동네 상권까지 모두 그들의 차지가 될 정도로 대한민국은 재벌 공화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는 곧 재벌들이 모든 권력의 피라미드 최상위에 등극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현실에서의 관계를 서 회장은 아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법관도 자신이 원한다면 아무 때나 전화를 걸어 사건을 해결하도록 지시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사위가 밉다고 정치를 그만두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서 회장에게 무서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가 유일하게 두렵고 무서워하는 존재는 바로 자신의 피붙이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적자'의 진정한 추적 대상은 서회장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을 넘어서려는 사위를 견제하기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낸 함정들은 곧 강 의원을 위기로 만들고 맙니다. 강 의원의 제안을 받고 대법관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악한 일까지 도맡았던 장병호를 사위를 치는 적의 참모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보인 서회장의 정치력은 대단했습니다.

 

'추적자'가 정말 현실을 대변하고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최종 승자는 서 회장이어야만 하고 그의 냉소 섞인 웃음이 마지막을 장식해야만 할 것입니다. 백 형사가 쫓고 있는 강 의원이라는 존재 역시 서 회장에게는 언제나 대체 가능한 머슴에 불과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백 형사가 강 의원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그 진실을 알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안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질 수 없는 것이 곧 현실이고 '추적자'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일 것입니다.

 

드라마적 기교와 형식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가치 역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투박한 그리고 익숙한 방식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지만 이 드라마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안에 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극 중에서 단순화되어 있지만 명쾌한 권력 피라미드와 이를 바탕으로 구축된 먹이사슬은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그저 만들어진 이야기라면 꼭대기에 올라선 재벌 총수의 구속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겠지만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재벌 총수라는 점에서 이는 잘못된 결과일 것입니다. 손현주와 김상중의 소름끼치는 연기 대결도 흥미롭고, 김성령과 장신영의 대립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섬뜩하고 두려운 존재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박근형이 연기하는 서 회장이었습니다.

 

서회장의 도움을 받기 위해 서회장의 비선 조직들을 움직여 도망자 백 형사를 잡도록 해달라는 사위 강 의원에게 건넨 "대회에서 매번 우승을 하던 황소도 작은 모기 한 마리로 인해 죽더라"는 말로 강 의원의 절박함을 빗대어 꼬집고는 "모기를 잡는게 아니라 황소를 잡는 것이 나에게 이득이 아니겠나"며 강 의원을 압박하는 모습은 두려움까지 느끼게 했습니다.

 

절박한 상대를 앞에 두고 노골적이면서도 잔인하게 짓밟는 서 회장은 이 모든 상황을 그의 측근겸 브레인 역할을 해주었던 장병호 전 대법원장이 듣도록 만들어 강 의원을 파멸시키는 도구로 활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피라미드에서 왜 재벌이 최고 위치에 올라설 수밖에 없는 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국가 기관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정보력. 엄청난 자금으로 권력마저 쉽게 사들이는 그들 앞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그저 그들이 돈을 벌고 권력을 행사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만 남겨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서 회장 앞에서 강 의원은 그저 아무것도 할 수없는 무기력한 정치인일 뿐이었습니다. 비록 그가 대외적으로 엄청난 힘을 가진 대선 후보이지만 정작 거대한 돈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존재라는 점이 '추적자'의 진짜 의도이자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는 바로 이 대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말입니다. 그저 정치인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드러나 복수의 대상이 된다는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권원적인 권력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적자'는 흥미롭습니다.

 

마지막까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가져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단단한 이야기의 힘이라면 분명 우리 시대의 거울을 들여다보듯 효과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웃을 수밖에 없는 절대 권력자인 서회장이 과연 드라마 속에서도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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