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Shot Drama 단막극

카레의 맛-전혜빈과 현우가 만들어낸 담백하지만 알찬 카레의 맛

by 자이미 2014. 1. 27.
반응형

단막극이 가지는 힘은 명료함일 것입니다. 연속극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단막극은 뭔가 부족한 듯 보이지만 영화 한 편이 주는 재미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막극은 흥미롭습니다. 숨겨진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 앞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식상한 막장 드라마에서 자주 보여주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풀어 가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카레의 맛>은 잘 보여주었습니다. 

 

카레의 맛에 담고 있는 가족의 힘;

전혜빈과 현우가 보여주는 담백하지만 끌리는 카레의 맛이 맛있다

 

 

 

 

골목길 한 편에 있는 작은 카레 가게는 고양이 식당이라고 합니다. 그곳에는 손님이 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고 단지 장사가 안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한 예쁜 주인 유미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입니다. 월세도 제대로 내기 힘든 상황에서도 오직 유기농 음식이라는 주장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는 그녀에게는 자신의 카레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마지막 통보를 받고 가게로 향하던 유미는 자신의 가게에 맛없는 집이라는 표시를 보고 절망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 술에 취한 남자 경표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어설픈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의 뒤에 나타난 남자를 인식하자마자 장바구니로 폭행한 유미는 경표에게 기억상실이라는 아픔을 안겼습니다.

 

경찰서까지 간 이들은 경찰 배달수에 의해 중재를 받아들입니다. 일주일간 유미의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그곳에서 자는 것으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주인과 종업원이 된 유미와 경표는 어색한 동거는 시작되었습니다. 아빠의 맛을 잊지 못하고 카레 가게를 연 유미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아버지를 기억하며 그 카레 맛을 내고 싶었던 유미에게 이 가게는 소중했습니다.

 

아버지의 기억을 카레 맛으로 기억하고 있는 유미에게는 그래서 이 가게는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값진 공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아빠가 자신에게 해주던 카레와 같은 맛을 내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그 맛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자신의 실수로 기억을 상실한 남자를 보살펴야 하는 현실이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아버지의 기억이 남겨진 집과 그 아버지를 기억해내기 위한 카레 속에서 아버지를 보고 싶지만 어떤 방식을 사용해도 그 맛을 구현할 수 없는 유미에게 경표는 이상한 존재였습니다. 누구도 하지 않았던 맛 평가를 해준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의 가게 앞에 맛없다고 표현한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신 앞에서 직설적으로 카레 맛을 평가한 이 남자 참 미웠습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이 남자의 도발은 유미의 마음에 상처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습니다.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음식 대결은 기억을 잃은 남자 경표의 승리였습니다. 자신의 입맛과 취향도 비슷했던 이 남자가 만든 카레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엄마를 시작으로 많은 이들에게 시식을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바뀐 이 남자의 레시피는 성공을 안겨주었고, 과거와 달리 조금씩 손님들이 늘듯 이 남자에 대한 감정도 커 가기만 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찾고 싶었던 맛을 간직한 이 남자 그래서 더욱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아빠 어린 시절 해주었던 카레 맛을 잊지 못하고 있는 유미와 경표는 이복 형제였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살아왔던 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아버지에게 부인과 딸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표는 군에 가기 전에 누나를 한 번은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숨긴 채 생면부지였던 누나를 보고 싶었던 경표는 몰래 보고 사라질 생각이었습니다.

 

자신이 배다른 동생이라고 밝히지도 못하고 그저 누나 곁에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경태와 그런 남자가 자신의 배다른 동생인지도 모르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 된 유미의 모습은 위태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그런 막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요리 학원까지 다니며 아빠의 맛을 기억하기 위해 살아왔던 경태는 그렇게 누나에게 아빠의 맛을 전수해주고 떠납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친근하고 사랑스러웠던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고, 배다른 동생까지 남긴 아버지가 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과 아픔이 시간이 지난 후 동생을 위한 누나의 만찬이 준비됩니다. 동생이 알려준 아버지 맛 카레의 레시피처럼 만든 카레를 만들어 함께 즐기는 식사는 가족에 대한 진한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배다른 남매가 만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는 <카레의 맛>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흥미롭기만 합니다. 1인 식당과 주변의 몇몇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속에 가족과 사랑을 담백하게 품어내고 있는 이 드라마는 단막극 특유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드라마로 돌아온 전혜빈은 여전히 매력적이었고,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던 현우의 달콤한 연기도 <카레의 맛>을 더욱 재미있게 해주었습니다. 막장이 대세인 현재 담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단막극은 청량제와 같은 맛이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