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파스타는 되고, 아결녀는 대박을 놓친 이유

by 자이미 2010. 2. 6.
반응형
MBC의 수목 드라마에는 저주가 내린 것일까요? 월화 드라마의 선전과는 판이하게 최근 작품들이 보여주는 시청률은 저주라고 표현 하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될 정도입니다. KBS가 일주일 내내 드라마를 석권하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MBC 수목 드라마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들은 무엇일까요? 톡톡 튀는 감성으로 승부한 <파스타>의 성공과 비슷한 감성으로 승부한 <아결녀>의 저조한 성적은 무슨 이유일까요? 

파스타는 되는데 아결녀는 안 되는 사랑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걸여)>가 5~6%의 시청률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은 골드 미스들의 사랑 타령이 식상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보도국 기자, 동시 통역사, 레스토랑 컨설턴트등 전문직 여성에 미모도 빠지지 않는 그녀들이 사랑에 목메며 신세 한탄만 합니다. 

가장 중증 환자는 동시 통역사로 나오는 정다정역의 엄지원입니다. 극중 어려운 살림을 이겨내고 열심히 공부해 성공한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자신이 어려운 삶을 살았다는 이유로 외형적으로 뛰어난 외모와 경제적으로 성공한 자가 아니면 남자로도 보지 않습니다. 

유명한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김부기역의 왕빛나는 과거의 지난 한 사랑을 밑천으로 과감한 변신을 해서 성공한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능동적이며 빛나는 배역이기도 합니다. 사랑에 목메지 않고 즐길 줄 아는 그녀의 삶이 <아결녀>가 추구해야하는 삶이였습니다.

박진희를 둘러싼 남자들 역시 민간 항공기 파일럿, 인기 뮤지션, 한의사등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이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어느 순간 박진희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장난스럽게 시작한 연하남과의 설정은 사랑으로 변하고 이로 인해 남은 두 남자는 경쟁적으로 그녀와의 관계에 빠지며 얽히고설킨 관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박진희라는 배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이기에 본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청하고 있지만 배우가 좋다고 드라마까지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이지요. 일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방송국 기자라는 소수의 가진 자의 직업에 안주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에 가해지는 수모들을 참아내는 모습에서 직장생활의 애환이나 동점심보다는 답답함만 몰려옵니다.

그런 답답함을 연하남인 하민재가 대신 울분으로 토해내지만, 30 넘고 나이들어보니 그 열정도 모두 사라지더라(6회 방송분)라는 그녀의 말에 이 드라마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세명의 친구 중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고 꿈의 직장이기는 하지만 조직 생활을 해야 하는 그녀에게서 직장인들의 비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픔과 뭉클한 동정심 정도는 일어야 하는데 스스로 자포자기하고 안주하는 상황은 드라마의 재미와 한계만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민재를 만나면서부터 이신영이라는 존재감은 더욱 사라져 갑니다. 그저 과거 남친의 접근을 방어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사랑으로 발전하지만 직장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묻혀가고 사랑하는 여인으로서의 사랑스러움도 매끄럽지 못하고 수동적인 여성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여자 주인공들의 한정된 여성성과 가진 자들의 여유 속에서 <파스타>와는 다른 아쉬움이 담겨 있습니다. <아결녀>와는 달리 <파스타>의 여주인공인 공효진은 예쁘지도 않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주방 막내에서 막 후라이팬을 잡은 끝자리 요리사일 뿐입니다.

그렇게 바닥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모진 고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공감합니다. 그렇게 고생한 그녀에게 찾아온 동화 같은 사랑은 그래서 더욱 감정 이입과 환호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감동과 성공 스토리에 얹어진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직업에 올라선 그녀들의 굼뜨는 사랑 타령은 공감보다는 그들만의 넋두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기획 의도로 인해 <파스타>는 성공하고 <아결녀>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산부인과>와 <아결녀>

멀찍이 앞서가는 <추노>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르니 뒤늦게 수목드라마 경쟁에 합류한 <산부인과>와 비교해보면 왜 그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상실했는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두 작품 모두 성공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두 여자 모두 미혼이며 누구나 선망하는 전문직 여성으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여성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자마자 <아결녀>의 시청률 두 배를 넘어서며 경쟁 상대에서 제외되어버린 이유는 그들의 기획의도에서 드러납니다. 성공한 여자가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는 내용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드라마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에는 사회가 넉넉하지 못합니다. 마음이 허한 시청자들에게 <아결녀>는 동화 같은 환상이 아닌 상대적 박탈감만 강요하는 아쉬움으로만 다가올 뿐입니다. 

그들만의 사랑 속에선 그들이 꼭 이뤄져야만 하는 간절함도 부족합니다. 외모 뛰어 나겠다 능력 출중한데 그저 인연을 만나지 못해 잠시 힘든 것 뿐인 그들에게서 지독한 사랑의 기운도 찾을 수 없고, 간절한 기원도 무의미하게만 보입니다.

그저 가진 자들의 쓸데없는 사랑 이야기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사이 <산부인과>의사는 자신의 일에 목숨을 거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냉철한 여성 의사이지만 마음 아픈 사연에는 굵은 눈물을 흘릴지도 아는 따뜻함을 보여줌으로서 많은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산부인과>의 여주인공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교수 임용에 큰 힘이 되어줄 내연남과의 관계도 단호하게 정리해 버릴 정도로 강단이 있습니다.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그 사랑에 목메 자신의 일마저도 흐지부지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많은 이들은 부러움과 당당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결녀>는 스스로 씌운 사랑이라는 한계에 갇힌 채 멋진 배우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마저도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그저 그런 드라마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를 지향하는 것 까지는 그들의 선택이지만 그런 그들만의 사랑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시청자들의 몫입니다.

MBC 수목드라마의 저주는 여전히 스스로 자신을 옭아 메면서 저주를 읊조리고만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배우들이 나와 구안괘사 연기를 하고 아스팔트에 붙는 엽기적인 연기로 여성성을 버리며 재미를 추구 한다 해도, 공감을 이끌기에 한계가 있다면 더이상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저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결혼을 하거나, 누군가는 여전히 솔로 애찬을 부르짖으며 독야청청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가진자들의 사랑놀이만으로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제작진들의 판단이 있었다면 시대를 읽지 못하는 제작진들의 넌센스일 뿐입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여성의 결혼에 대한 고민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은 없겠지만 <아결녀>에는 '위기'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힘든 느슨함으로 재미를 상실했습니다. 그저 순탄함 속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여유롭고 사치에 가까운 사랑이야기는 시청을 하며 허탈함만 유발할 뿐입니다. 

이신영을 좋아하는 하민재 어머니가 김부기와 소울 메이트가 되어가는 최상미이고, 그런 상미가 신영의 과거 연인이었던 상우와 엮이게 되는(?) 구도로 흘러가는 것은 뜨악하게만 다가옵니다. 신영의 구안괘사를 치료하며 한 눈에 반했던 한의사 반석은 이성에 대한 서툼으로 인해 기회를 놓치고 민재와 내기를 걸며 엮이게 됩니다. 이젠 결혼에 눈이 먼 신영의 친구 다정과 사귀는 상황으로 치달으며 한정된 관계 속에서 복잡해지기만 하는 그들을 목도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꼬았기에 풀어내는 과정에서 기존의 결혼관과는 다른 파격적인 무언가를 던져줄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도록 스스로를 구속하는 느낌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드라마가 좀 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포기하는 것일 듯합니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 <이젠 결혼하고 싶지 않은 여자>가 되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시대를 잘못 만난 유쾌한 드라마가 <아결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직 하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골드 미스들의 골라하는 연애담에 시간을 소비할 정도로 시청자들은 여유가 없습니다. 동경으로 바라보기에 사회 속 나는 너무 작아져 있는데 동화로 받아들이기에도 부담스러운 <아결녀>의 사랑은 저주받은 재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익하셨나요? 구독클릭 부탁합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방송연예드라마스토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