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풍문으로 들었소 18회-유준상 굴욕에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by 자이미 2015. 4. 22.
반응형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한송'의 대표 한정호가 부인인 최연희에게 무릎을 꿇은 채 머리채를 잡혔습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오직 자신만 아는 한정호에게 탈모가 막 시작된 머리는 결코 잡힐 수 없는 약점이었습니다. 순하기만 하던 연희의 반격은 중반을 넘어선 <풍문으로 들었소>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했습니다. 

 

실체 드러낸 최연희의 위엄;

유아적 일상과 치밀한 일처리 한정호의 두 얼굴, 감정적인 인상의 도발 전쟁은 시작되었다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내보낸 연희는 정호를 맞았습니다. 평생 태어나 이렇게 조용하게 지낸 적이 없었던 정호는 이 정적이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냉랭해서 접근조차 쉽지 않은 연희의 모습까지 더해져 자신의 집이지만 자기 집과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상황에 유아적 퇴보현상은 두드러지게 드러났습니다.

 

연희를 따라다니며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하지 않는 내 것 타령을 하던 정호. 끝내 골프채를 들고 대결 구도를 벌이는 정화와 연희는 급기야 무릎을 꿇은 채 연희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정호의 모습으로 완결되었습니다. 보안업체의 긴급 호출로 걱정이 되어 집으로 향한 집사와 비서들이 모두 목격한 그날의 장면은 드라마 역사를 새로 쓰는 명장면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밖에서는 그 누구도 한정호를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대단한 위엄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파워게임에서는 한정호 역시 최연희를 넘어설 수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과 같은 연희의 위엄은 단순히 정호를 굴복시키는데 있지 않았습니다. 집사와 비서진들 앞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참견하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는 모습에서 그녀의 힘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거대하고 견고했던 정호의 성에서 벌어진 이들의 대전은 연희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더욱 가관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호였습니다. 자신이 부리는 사람들 앞에서 머리채까지 잡힌 상황에서도 부끄러움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반성과 사과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호에게 그런 기대감은 품을 수 없는 사치와 같았습니다.

 

부끄러움보다는 연희가 자신들의 일을 돕는 이들에게 위계를 세운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머리채를 잡은 것을 재미있게 풀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는 모습에 연희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 반성이라는 것을 하기 바라며 행했던 전날의 대결은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나버린 셈이기 때문입니다.

 

 

치졸하고 한심하기까지 한 집안에서의 한정호와 달리 직장인 '한송'에서 그는 달랐습니다. 사시 수석합격자인 제훈에게 현실과 이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는 그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작은 로펌을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으로 만든 정호는 봄이 정확하게 표현해주었습니다. 집에서는 귀여우시지만 한송에서는 무서운 존재라는 봄이의 발언이 곧 한정호였습니다.

 

한정호라는 거대란 존재에 맞서는 이들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봄의 경우 아직 한정호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거대한 힘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컸습니다. 그런 봄과 달리 인상은 달랐습니다. 친구인 현수로 인해 아버지인 한정호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리고 생각도 하지 못했던 현실은 봄을 통해 직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상의 친구 민재가 봄을 지칭해 외계인이라는 표현하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자신들을 지구인이라 지칭하며 봄을 외계인이라 부르는 그들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주도적인 그들에게 세상은 오직 자신들을 위해서만 움직입니다. 가부장적인 가치관에 사로잡힌 그들에게 여자는 한정호가 생각하는 그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은 민재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아버지가 반성을 했고 어른들이 풀 이야기라는 인상에게 들이민 휴대폰의 문자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날 좀 유혹해줘 영라야"라는 문자를 보며 분개하는 현수와 "아버지 전화번호다.."라는 말과 함께 그 분노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인상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현수와 이야기를 한 여동생 이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외도를 알아차린 아이들이 하는 일은 어머니로 향했습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어머니를 안아 주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습니다. 여고생인 이지는 그게 전부였지만 인상은 달랐습니다. 철저하게 정호와 연희에 의해 체계적으로 길러진 인상은 그렇게 되물림 된 갑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자신의 세상 이외는 바라보지 않고 살아왔던 그에게 봄은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해준 은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세상 밖에서 아버지를 바라본 인상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에 분노해 눈물을 쏟는 인상과 그런 그를 안아주는 봄. "아이는 아버지가 싫은 순간 확 남자가 된다"는 봄의 말처럼 그렇게 인상은 남자가 되었습니다.

 

민주영만이 아니라 인상과 봄, 그리고 제훈까지 관심을 두고 있는 재벌가의 노동자 탄압 문제는 한정호를 반격하는 무기로 다듬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고민과 성찰을 통해 완벽한 준비를 통해 한정호와 맞서야 했지만 인상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싶은 아버지가 그렇지 않을 때 아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반항입니다. 인상은 그런 반항을 아버지의 잘못을 들어 했고, 흥분한 아들을 바라보는 정호는 냉정했습니다. 흥분한 상대와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가르치는 박 선생을 직접 만나는 정호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과거 정호 시대의 삶과 20대에 접어든 인상과 봄의 세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박 선생의 직언이 과연 정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알 수는 없습니다.

 

인상의 감정적 도발로 인해 연희는 정색을 했고, 정호는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과거처럼 맞지 않지만 그런 폭력 행위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들의 편에 서지 않고 정호를 두둔하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인상.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 연희의 묘한 표정은 앞으로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게 했습니다.

 

중요한 상황에서도 혼자 라면을 먹는 연희에게 이런 상황이 부당하다던 정호. 자신은 먹는 것만 바라보는 것이 부당하다는 말로 논점을 흐리는 그의 행동은 당황스러웠습니다. 남편이 말을 안 들을 때는 일단 애완동물 다루듯이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무시를 하라고 시어머니에게 배웠다는 연희의 발언 속에서도 슈퍼 갑들의 삶이 슬쩍 드러나 있었습니다.

 

 

기묘한 집 분위기를 만들어낸 연희의 행동에 집사와 비서진들의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완벽한 연기를 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아무리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는 그들에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었습니다. 부부로 살기로 결정한 이상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과 함께 "여우 짓도 노동"이라는 이 비서의 말도 이어집니다.

 

이 비서의 말에 박 선생은 그게 한송이라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한송이라는 거대한 로펌. 그곳을 지배하는 한정호와 사는 것이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속물적인 발언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세속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누리가 제훈이 적당히 세속적이고 쿨 해서 좋았지만 다른 것을 품고 있다는 의심과 이어지게 합니다. 박 선생이 자신이 좋아하는 이 비서에게 멋진 남자가 아니라 한정호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고 반성하는 장면과 거대한 권력과 맞서기 위해 한송을 선택한 제훈의 모습은 겹치며 이후 반격의 축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공통점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수치심을 느껴야만 바뀔 수 있는데 그들에게는 반성 자체를 할 수 없는 괴물일 뿐입니다. 이완구 총리의 끊임없는 거짓말 퍼레이드와 자신의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은 채 "유체이탈 화법'만을 구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도 '수치심'이라는 단어는 별개의 모습일 뿐입니다.

 

중앙대를 사들인 두산 회장의 만행 역시 이런 수치심 결여가 만든 치욕입니다. 대학을 회사로 생각하는 한심한 장사꾼은 이를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막말을 늘어놓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흔적이 남는 이메일로 그런 막말을 할 정도로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어떤지 그 경계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상태입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자 돈을 가진 자들의 무모한 갑질은 이성을 잃고 이 곳 저곳에서 폭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항공의 땅콩사태로 촉발된 갑질 논란은 두산 박용성 회장이 모든 직책에서 서둘러 물러나는 선택을 하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진정으로 반성을 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없습니다. 드라마에서 그려졌듯 수치심을 모르는 갑에게 반성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준상이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 속 갑들에게 답이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