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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프로듀사 1회-김수현과 아이유 변신은 흥미 두 자리 시청률은 독이 든 성배

by 자이미 201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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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어벤저스라고 평가되었던 <프로듀사> 첫 방송이 끝났다. 평가는 제각각으로 나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드라마와는 달랐다는 점에서 반갑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다큐3일>을 끌어오는 형식도 흥미로웠다. 

 

두 자리 시청률은 독이 든 성배;

다큐를 품은 드라마, 서로 다른 네 명의 주인공을 설명하다

 

 

 

박지은 작가는 그가 쓴 모든 드라마가 대박 행진을 하면서 최고 인기 스타 작가로 각인되었다. 전 편이었던 <별에서 온 그대>는 국내만이 아니라 중화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주인공이었던 김수현과 전지현을 수백억을 벌게 해주었다.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표민수 피디와 개콘에 이어 1박2일 CP로 있는 서수민이 드라마 피디로 합류하며 분위기는 극강의 조합으로 다가왔다. 

 

 

첫 회에 대한 기대감은 시청자들을 양분시켰다. 실제 있는 프로그램들을 전면에 내세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은 성공했지만 형식의 극단적 시도는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는 환상이라는 기본 개념을 가지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다큐는 현실이라는 직접적인 설명으로 다가오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신입 피디인 백승찬이 방송국에 첫 출근하는 모습을 '다큐 3일'팀에서 촬영을 한다. 첫 회의 70% 이상은 이 피디들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진행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효과적이다. 라준모, 탁예진, 백승찬과 신디로 이어지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개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1박2일 시즌4를 이끌고 있는 라준모와 뮤직뱅크 피디인 탁예진. 신입으로 예능국을 선택한 백승찬과 23살이지만 10년 차 톱스타인 가수 신디로 이어지는 이들의 관계는 첫 회만으로도 충분했다. 기본적으로 준모와 예진은 아주 오래된 친구 사이다. 준모가 홀로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정도로 그들에게는 거리감은 존재해 보이지 않았다. 둘이 결혼한 부부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서울대를 나와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가지기 원했던 부모님의 마음과 달리, 승찬은 대학교 때 짝사랑했던 선배 혜주와 함께 하기 위해 방송국 피디가 되었다. 그리고 아무런 관심도 없는 예능국을 선택한 것 역시 혜주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직 혜주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 담백하고 답 없는 젊은 피디 백승찬의 어리바리는 첫 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마치 맹구의 현대 버전처럼 보이는 맹한 승찬의 매력은 헤어스타일로 시작해 어눌한 표정에서 완성되었다. 시종일관 주눅든 신입 피디의 표정 연기는 김수현의 가치를 상승시켰다. 무슨 역할이든 김수현 화하는 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니 말이다.

 

세상 다 산 듯한 준모는 뭘 해도 안 되는 스타일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칙칙한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을 위한 '1박2일'을 호기롭게 내세웠지만 모든 게 힘들다. 중년의 여배우들은 패기보다는 원하는 것들이 많다. 험한 곳에서 잘 수도 없고, 멀리 가는 여행도 싫다. 그저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방송을 하고 싶은 그녀들의 바람은 시청률 저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출연진을 교체해서 새롭게 하라는 국장의 지시가 내려진다.

 

폐지가 아닌 출연진 변화를 요구했지만 '1박2일'팀 분위기는 급랭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로 촬영을 가면 폐지라는 암울함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무한도전'도 제주도 갔다는 말로 위로하던 작가들은 고기를 먹으며 서러운 자신들을 책망해야 했다. 정규직인 피디들은 상관없지만 비정규직인 작가들은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자신의 살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폐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확실하게 결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들은 서둘러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여념이 없다. 방송사의 현실은 그런 지점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제작 현장에서 밤을 세워가며 일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은 작가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노동강도는 높지만 그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은 한직인 방송작가의 애환은 첫 회의 서글픔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되었다.

 

 

방송사의 갑을 관계의 변화는 뮤직뱅크 안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피디가 왕인 현장에서 매니저들은 피디의 기침소리 하나에도 긴장을 할 정도다. 출근을 하자마자 고급 외제차를 문콕으로 사고를 낸 것도 힘겨운데 신입 피디들을 받아 날카로워진 뮤뱅 피디인 예진은 폭발 직전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방송사 앞 커피숍에서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매니저들에게 곧바로 통보된다.

 

'진도개 3호'가 내려진 상황만 보면 절대 갑은 피디다. 하지만 그런 피디를 능가하는 존재는 어디에나 있다. 절대적인 존재가 아닌 이상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뮤뱅의 최강 피디인 예진도 꼼짝 못하는 것은 최고 스타인 신디다.

 

23살에 불과하지만 이미 10년 차인 신디는 매니저를 괴롭히는 것으로 행복을 찾는다. 오직 일만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그녀가 그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것은 힘없는 매니저였다. 자뻑의 여왕에 무서울 것이 없는 신디 앞에 예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후배 피디들 앞에서는 당당했던 그녀는 신디와 단 둘이 되자 급 굴욕모드로 변신해 톱스타의 마음을 풀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어떻게든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야 하는 피디에게 톱스타는 절대 갑이다.

 

거대한 아이돌 기획사가 방송사마저 접수한 현실은 뮤직뱅크 제작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는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방송사의 현실은 명확했다. 방송사라는 공간 안에서 4명의 주인공들은 첫 회 자신들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어리바리한 김수현과 얄미운 톱스타 아이유의 연기 변신은 반가웠다. 어눌하고 독한 이들의 연기 변신이 흥미로웠지만 진짜 승자는 김태호 피디의 등장이었다. 능숙하게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를 끄집어 들여 예능을 정리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악독한 모습으로 기억되던 박혁권이 능숙하게 동명이인 김태호 역할로 감초역할을 해준 것은 발견이었다.

 

<프로듀사>는 첫 방송부터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첫 방송이 10%를 넘겼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컸다는 의미다. 이는 독이 든 성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2회 상승하면 좋지만 하락하면 그 추락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색다른 접근법은 반갑지만 기존 드라마의 형식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이를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자가 들어간 직업을 원하는 승찬의 아버지는 억지로 '사'자 직업을 만들어내기 위해 '프로듀~~사'라고 외치는 모습에서 제목의 비밀은 드러났다. 엉뚱한 지점에서 만들어진 제목의 진실처럼 <프로듀사>는 철저하게 웃기는 드라마이다. 그런 웃기는 드라마 속 다큐의 접목이 낯설기는 하지만 여전히 톡톡 튀는 감각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2회가 진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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