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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수첩 견제에 성공한 정부, 피디수첩이 위험하다

by 자이미 201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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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피디수첩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자연재해인 화산폭발과 쓰나미에 대해서 현지 취재를 한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자연재해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알게 해준 방송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는 피디수첩이 아닌, W의 몫이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 폐지로 위기에 몰린 피디수첩




화산이 폭발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취재는 현장감이 극대화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지역까지 보도를 위해 들어서고 화산재가 날리는 상황에서도 화산 폭발 현장을 취재하는 그들의 모습은 기자 정신이 투철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가는 현장임에도 죽음을 무릎 쓰고 현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곳을 떠나도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주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단순히 죽음을 피해 이주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화산 폭발 경고가 있었음에도 죽음 앞에서 자신의 집을 떠나지 못했던 그들에게는 초라한 그 집만이 전부였기 때문이었지요. 그 절절함은 먼 이국땅의 문제만이 아닌,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더욱 처연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쓰나미로 전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했던 그곳은 다시 한 번 휩쓸고 간 쓰나미로 인해 마을 하나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아직은 낯설지만 엄청난 자연의 재해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것인지 깨닫게 만든 인도네시아의 화산폭발과 쓰나미는 어쩌면 우리에게도 곧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여 진 인도네시아 정부의 안일함과 쓰나미 경보가 무용지물이 되어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으면서도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의 태도는 낯선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피디수첩에서 보여 진 인도네시아의 참사나 그 안에 품고 있는 내용에 대해 아쉬움은 없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무서운 충고를 늦었지만 이제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중요한 경험이기도 하니 말이지요.

문제는 피디수첩에서 다루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었다는 점입니다. 세계에서 일고 있는 자연재해 문제는 시사 프로그램 폐지 전에는 <W>에서 지속적으로 다뤘던 문제였습니다. 세계의 자연재해 지역에 찾아가 그곳에서 고통에 힘들어 하는 이들과 함께 울고 대책에 대해 고민하던 그들의 모습이 피디수첩이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문제입니다. 선택적 사항에서 선택지가 사라져 버린 시사 프로그램은 과중한 사안들에 대해 정리마저도 쉽지 않은 과부하에 걸렸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뉴스들 중 심도 깊은 후속 보도가 필요한 내용들을 다루었던 '후 플러스'와 사회적 약자와 자연 재해 등을 세계인의 관점에서 다루었던 'W'가 폐지되면서 그 모든 내용들을 피디수첩이 받아야 하는 상황은 피디수첩이 본연의 색깔을 낼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G20과 과련 된 다양한 문제들, 종편 문제, 청와대 대포폰, 삼성의 MBC 불법 감시 등 수없이 쌓여있는 현안들에 대한 고민과 심층적인 보도를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인도네시아까지 날아가 자연재해를 편성해야만 하는 상황은 현재 피디수첩에 닥친 위기입니다. 

시사 프로그램이 김재철에 의해 강제 폐지된 후 담아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이 한정된 방송 안에 묶일 수밖에 없고 이런 한계는 곧 남아 있는 시사 프로그램들을 흔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시사 프로그램 폐지된 자리에 들어선 '위대한 탄생'의 당위성을 위한 방송을 세 꼭지 중 가장 앞에 편성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을 잡아먹은 괴물을 찬양하는 것과 다름 없는 행태가 바로 MBC의 위기입니다. 레임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현 정권이 마지막 남은 기간 언론의 집요함을 예단하기 위해 취한 시사 프로그램 폐지는 그들에게는 현명함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포폰과 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보도가 이뤄져야 할 시점에 나온 인도네시아의 재앙은 역설적으로 MBC와 피디수첩의 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비판이 연성 화되고 권력을 두려워하게 된다면 비대해진 힘은 괴물로 변해 모든 이들을 잡아먹게 되어 있습니다.

괴물을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깨어있어야 합니다. 잘못된 것들에 대해 비판하고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비대해져가는 권력은 점점 그 거대함을 무기로 모두를 집어삼키려고만 할 것입니다. 그들의 습성은 상생이 아닌 독식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지요.
권력에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비판을 해오던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는, '대중 우민화'를 위한 첫 발이고 '거대 권력의 영구화'를 위한 필수입니다. 국민들에게 권력자들의 집사가 되라고 강요 하고 싶은 것인지 우리 문화와는 상관없는 집사를 예능으로 들여와 쓸데없는 비굴 놀이를 하는 작금의 상황은 망가진 MBC의 현주소와 다름없습니다.

피디수첩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이 부활해야만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문제들을 바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소통할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필수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 후폭풍은 과부하걸린 피디수첩을 만들고 이는 곧 비판의 연성 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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