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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100회-블랙하선은 좌절하고 댄싱 퀸 유선은 삼바의 여인이 되었다

by 자이미 2012.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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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휴식을 거치고 방영된 100회는 박하선과 윤유선의 자아 찾기로 이어졌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보는 시기는 있기 마련입니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사회라는 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당연할 듯합니다. 변신을 통해 자신을 찾으려는 하선과 유선의 자아 찾기는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블랙하선과 댄싱 퀸 유선의 자아 찾기가 흥미롭다





남편과 사별하고 딸을 시집보낸 후 자신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사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진 유선의 친구는 출가를 했다고 합니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며 누군가의 엄마와 부인으로 불리는 그들에게 정체성이란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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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은 어느 날과 다름없이 친구와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다 우연히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친했던 친구가 자신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출가를 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당혹스러움에서 어쩔 줄 모르던 유선은 출가했다는 절로 친구를 찾아갑니다. 고즈넉한 산사에 비구니가 된 친구는 세상과 등진 채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과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도 해보지 못한 채 그저 살기 위해 살아왔던 인생에서 한발 짝 물러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정말 중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사색의 시간은 어쩌면 현대인들에게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문제일 듯합니다. 비구니가 된 친구가 자신에게 "윤유선 너는 누구니?"라는 선문답 같은 질문은 유선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40 중반을 넘어선 자신이 과연 친구의 말처럼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에서 그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집에서는 식구들 식사 챙기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그녀에게 자아를 찾는 과정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그 누구도 자신의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자신을 불러주는 이가 택배기사가 전무하다는 사실은 절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나는 존재하는데 내가 존재하지 않는 이 기괴한 상황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노력은 당연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거리에 나서도 누군가는 자신을 "아줌마"로 혹은 "저기요"로 동네 사람들은 자신을 "통장 사모님"으로 부를 뿐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존재는 없었습니다. 김춘수의 '꽃'을 들먹이지 않더라고 각자에게 주어진 이름은 곧 자신을 규정하는 유일한 가치라는 점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중요합니다. 그런 간단하고 당연한 행위에서 언제부터인가 사라져버린 현대인들에게는 자아보다는 쓰임새에 의해 규정된 명칭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친구를 통해 스스로 자아 찾기에 골몰하게 된 유선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붓글씨 수업에 나가서도 수업보다는 행위를 통해 자아를 찾으려는 그녀에게 그곳은 별 무의미한 공간이었습니다. 차분하게 글을 쓰면서 자신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붓글씨를 처음 배우는 그녀에게 그곳은 자신이 생각했던 자아 찾기에 걸 맞는 공간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색에 잠겨 거리를 걷던 유선은 자신이 붓글씨로 썼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글씨가 바람에 날려 어느 입간판에 붙게 되고, 그녀는 비로소 새로운 자아를 찾기 시작합니다. 스포츠 댄스 학원 간판에 붙은 붓글씨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학원으로 이끌게 되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냅니다. 친구는 깊은 산 속에서 자신을 찾고 있지만 유선은 화려하고 경쾌한 댄스 학원에서 흥겨운 춤을 추며 '삼바의 여인'이 되어 자아를 찾아낸 그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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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얼굴에 소심한 하선은 학생들이나 동료 선생들에게도 언제나 만만한 존재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그녀에게 학생들의 짓궂은 질문들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이미 학교에 지석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진 상황에서 이런 식의 현상은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작정하고 하선 놀리기에 나선 남학생으로 인해 불편해진 하선은 교무실에서마저 지선으로 인해 힘겨워합니다. 언제나 자신에게 잔무를 맡기는 지선에게 거절도 하지 못한 채 속으로 마음만 상해있는 하선은 이런 상황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남자친구인 지석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해도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자신만 예쁘다고 하고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런 지석에게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하선은 인터넷에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복식호흡으로 호통을 티고 양쪽 눈썹을 맞닿도록 인상을 쓰라는 말을 따라 해보지만 수정이 보기에 하선의 변신은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면 힘들다고 자신합니다. 하선이 박병수가 되어 호통을 친다고 해도 그녀가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습니다. 수정이 보여준 '블랙 소시'와 '화이트 소시'가 보여준 변화처럼 '블랙하선'이 되어 강렬한 인상으로 상대를 제압한다면 분명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진 그녀는 대변신을 꾀합니다. 

올 블랙으로 변신한 그녀는 강렬함으로 무장한 채 박명수식 호통과 '서울구경'까지 시키며 카리스마 박하선으로 거듭난 그녀는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 행복해 합니다. 완전히 변신한 하선은 과거의 온순하고 수동적이었던 자신에서 벗어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하선으로 변신해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하선에 변신에도 마냥 행복해 하는 이는 지석밖에는 없습니다. 

'블랙하선'으로 변신한 하선은 기존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딴사람이 되었습니다. 레스토랑에서도 항상 지석이 썰어주던 스테이크만 먹던 그녀가 이제는 먼저 나서서 지석의 고기를 썰어주겠다고 나서고 맥주를 시키는 모습 등에서 기존과는 달라진 하선을 엿보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엉성한 카리스마는 병따개 없이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따는 과정에서 모두 드러나듯 그녀의 카리스마는 영글지 않은 허상일 뿐이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도 자신을 지나쳐가는 차량에 대해 화를 내고 발길질까지 하는 그녀는 기존의 자신과는 너무 다른 '블랙하선'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홀로 착각에 빠져있었지만 주변에서 바라본 하선은 어색하고 엉성하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악하거나 강하기 힘든 그녀가 화장과 옷을 바꿔 분위기를 변신한다 해도 몸에 배인 습관은 떨쳐낼 수는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카리스마에 눌려 조용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변한 하선의 모습에 당황했던 것뿐이었습니다. 너무 변한 그녀의 모습에 황당함마저 느낀 그들은 그녀의 행동이 카리스마가 넘쳐 기가 죽은 것이 아니라 황당함에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지요. 

이런 사실을 지석에게 듣고 실망하는 하선은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오늘 하루만 '블랙하선'으로 살면 안 되냐고 애원을 합니다. 하선에게 '블랙하선'으로 보낸 하루는 그 어떤 것보다 통쾌하고 후련한 변신이었기 때문이지요. 슈퍼 히어로들이 일상의 모습에서 영웅이 되는 과정에서 특정한 슈트를 입고 변신을 시도하듯 하선에게도 '블랙하선'으로 변신한 그날은 슈퍼 히어로 못지않았습니다. 

유선은 삼바를 통해 중년의 위기에서 새로운 가치와 자아를 찾기 시작했고 하선은 과도한 변신으로 낭패만 본 채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선의 변신은 아이들에게는 '멘탈 붕괴'로 이어져 한순간에 '돌+아이'가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유선과는 달리, 자아 찾기에는 실패한 셈입니다. 어쩌면 다시 찾을 필요 없는 자아를 찾은 것인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20회가 남은 '하이킥3'는 본격적으로 이적의 아내 찾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저 한심한 존재들로만 보였던 여자 4인방들이 진정한 여인으로 보이기 시작한 이적. 과연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될 여인이 누구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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