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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25회-인연이란 소재의 연성화 아쉽기만 하다

by 자이미 2011.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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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란 억지로 끼워 맞춰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필연 같은 우연들이 겹쳐 비로소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연결이 되는 것인 인연이겠지요. 25회에서 그들은 인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갔지만 기존의 자기 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만 남겼습니다.

역시 운수 좋은 날은 영원한 고전인가 보다




계상과 지원, 하선을 둘러 싼 지석과 영욱의 관계와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 25회는 그들이 왜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고 새로운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그 인연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다가오고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는 익숙하기만 합니다.
현진건의 단편 소설인 <운수 좋은 날>은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너무 운수가 좋아서 운수가 사납게 된 인력거꾼의 이야기는 수많은 상황들 속에서 패러디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역설이 주는 흥미로움은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강력한 의미로 다가오는 가 봅니다.

 

하선을 좋아하는 지석은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놓쳐서 지각할 것 같았던 버스를 우연하게 탈 수 있었고 자신이 서 있던 자리가 나서 앉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감 선생이 주는 무료 시식권도 사다리 타기에서 당첨되며 그 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지석과는 달리 영욱은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장조림을 누군가 먹고 밖에 놔둬 상하게 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먹었던 상한 장조림은 배탈로 이어졌고 중요한 시험은 응시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난 그는 하선에게 보낸 문자마저도 지독한 독설로 돌아와 울고 싶을 지경입니다. 물론 그 문자는 영욱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진희가 보낸 것이지만 말이지요.

이렇게 허탈한 그에게 하늘은 비를 내리고 지나가던 트럭은 흙탕물을 뿌리며 그의 지독한 운명을 조롱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상반된 하루를 보내는 그들의 운명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악운이 이어진다 해도 그 마지막이 항상 슬프지는 않다는 결과에 대한 답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하선과 선상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했던 지석은 오던 비마저 멈추고 떠나려던 지하철도 자신을 기다려주는 신기한 경험들이 연속해서 이어집니다. 마지막 신호등을 앞두고 그에게 주어진 운명은 단순했지만 그의 욕심은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독한 불운에 울어야 했던 영욱은 편의점에서 소주 하나를 사서 오는 길에 소매치기에게 지갑을 빼앗기게 되고 이를 찾기 위한 추격적은 결과적으로 운명을 갈라놓았습니다. 찌질 함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태어난 영욱은 자신의 지갑이 메이커가 있는 지갑이나 돌려 달라 하지만 고작 3천원 밖에 들어있지 않은 지갑을 찾기 위해 자신을 쫓아온 영욱을 위해 한강에 던져버립니다.

이런 그들의 극적인 운명의 변화는 건널목에서 서로의 운명이 엇갈리며 극적으로 이어졌지요. 지석은 오늘처럼 운이 따르는 날에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면 성사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가던 길을 돌아 꽃을 삽니다. 그 짧은 순간 영욱은 지갑을 찾기 위해 하선이 있는 장소와 가까워지고 지석은 멀어지게 되면서 운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말았습니다.

지갑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영욱과 그런 영욱을 보고 한강으로 떨어진 하선. 그런 하선을 구하기 위해 다가간 영욱의 운명은 '운수 좋은 날'의 역설의 미학을 만들어 냈습니다. 꽃을 사들고 현장에 온 지석은 이미 운명이 바뀌어 버린 상황에 울어야 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토록 원하던 하선을 차지하게 된 영욱은 행복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너무 익숙한 방식으로 차용한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익숙함은 곧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 전달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선을 둘러싼 지석과 영욱의 관계가 정리될 시점이 필요했고 그런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선택한 '운수 좋은 날'이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너무 익숙한 방식의 차용은 식상함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더욱 계상과 지원의 관계를 동굴 속 이야기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6.25와 임진왜란을 대비시켜 그들이 운명적인 조우를 한 존재라는 이야기는 이미 자신들의 과거 시트콤 에피소드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니 말이지요. <똑바로 살아라>의 에피소드 중 하나에서 정윤과 형욱 남매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제 때와 삼국 시대를 활용하는 방식은 이번 동굴 에피소드와는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과거 회상을 통한 연결은 김병욱 시트콤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했던 단골 형식이기도 합니다.

계상을 좋아하는 지원으로서는 그와의 인연을 고민하다 그 상상력이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웠습니다. 6.25때는 남매였고 임진왜란에서는 연인이었던 그들의 관계가 현재 시점에서는 어떤 관계가 될지에 대한 예측을 요구하는 형식적 실험도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익숙한 형식의 자가 복제는 아쉽게 다가옵니다.

과거 상상 장면을 통해 영구 가발을 쓰고 다양한 연기를 소화하는 윤계상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형식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 역시 아쉽게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김병욱 사단이라 불리는 그들이 만들어낸 수천 편의 에피소드 중에서 서로 비슷하거나 닮아 있는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하이킥3>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에서 이런 유사성과 자가 복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좀 더 획기적인 방식으로 김병욱 사단 특유의 스타일은 살리되 이야기의 참신성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와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성찬들이 즐겁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연성 화된 이야기들의 자가 복제는 김병욱 사단의 약점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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