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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30회-내상과 진희의 진상 충돌이 즐거운 이유

by 자이미 201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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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피디 시트콤의 특집은 등장인물들이 충돌을 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1/4를 지나는 시점 그들이 서로 충돌을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본격적으로 김병욱 스타일의 시트콤이 시작했음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들의 충돌은 김병욱 시트콤의 시작을 알린 다




시트콤이란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한 이후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동안 김병욱 시트콤이 그래왔듯 조금은 늦게 시동이 걸리며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하이킥3'는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30회 방송에서는 객식구들인 내상씨와 진희의 충돌이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사업이 망해 처남 집에 얹혀사는 내상씨와 취직도 하지 못해 선배의 집에 얹혀사는 그들의 충돌은 진상으로 다가오지만 그들로서는 그럴 명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진희로서는 자신이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채 그저 얹혀살고 있어 무엇보다는 하선의 집에 누가 되는 일을 참지 못합니다.

 

그런 자격지심은 줄리엔이 장난처럼 던진 맥주가 사라졌다는 말에서 불끈 쏟아 오르고 이를 계기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내상씨에 과도한 반감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눈치 보며 살아가는 그녀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은 좌불안석일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내상씨 역시 이런 상황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자존심 문제입니다.

잘나가던 자신이 한순간 망하고 처남 집에 얹혀살며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 비굴할 수밖에 없는데 집주인도 아니고 자신처럼 얹혀살고 있는 진희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추궁당해야만 하는 상황은 묵과할 수 없는 굴욕일 수밖에는 없지요. 남들이 보면 시시하고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진상 같은 행동들도 당사자인 그들에게는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이 민망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얹혀사는 현실이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대 가장 빈궁한 세대가 되어버린 실직한 중년과 취업이 안 되는 청년 세대의 충돌은 이후에도 수시로 이어지며 다양한 의미와 재미들을 양산해 낼 듯합니다.

그런 그들의 자존심 대결은 땅굴을 사이에 두고 입국심사를 인용한 '입가심사'로 이어졌고 이런 대립은 일순간 단절로 이어지기까지 합니다. 그런 자존심을 무너트린 것은 진희가 가장 좋아하는 꽃게탕을 먹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서입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불평을 하면서도 급히 사진을 찍어 '입가심사'를 받는 진희의 모습은 이후 내상과 줄기차게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음을 예고합니다.


내상씨와 진희의 자존심 대결과 함께 지원과 종석의 자존심 대결 역시 흥미롭게 이어졌지요. 모범생이면서도 엉뚱한 성격을 지닌 지원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줄타기를 보고 호기심을 느끼며 던진 말이 내기가 되고 이런 상황은 둘의 관계를 묘한 경쟁 관계로 이끌어 갑니다.

절대 불가능하다는 종석과 연습만 조금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무한 긍정의 소유자 지원의 대결은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싸움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스쿠터와 마돈나 춤을 걸고 하는 내기에서 매일 매일 발전하는 지원의 줄타기 능력을 목격해야만 하는 종석은 마음이 타들어 가기만 합니다. 설마 했던 상황은 현실이 되어가고 말도 안 되는 지원의 줄타기는 그를 가출로 이끌었습니다. 전교생 앞에서 마돈나의 섹시 의상을 입고 춤을 춰야 한다는 사실은 그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지원이 마돈나 춤을 추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들어오라는 말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먹던 컵라면을 쏟아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 그들의 관계는 이미 지속되어 왔었지요. 묘한 감정이 싹트는 그들은 함께 여행을 하고 이런 과정에서도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극한까지 치닫는 모습들은 이후 그들이 어떤 식으로 관계가 확장될지를 알 수 없게 합니다. 애증의 관계가 싹트는 그들이 삼촌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빚는 삼각관계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충돌 역시 반갑기만 하지요.

이미 구축된 박하선을 둘러싼 삼각관계는 윤계상을 두고 벌이는 백진희와 김지원의 관계와 함께 흥미롭게 전개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혀 다른 형식의 삼각관계를 배치해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킥3'의 흥미로움은 배가됩니다. 두 삼각관계의 틀 속에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 점을 찾아 이들의 관계가 육각 관계로 무한확장하며 더욱 복잡한 단계로 접어들며 극을 이끌게 되면 그 복잡함 속의 단순함이 의외의 재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합니다. 

관계에서 소외된 듯 보이는 수정과 승윤이 어느 순간 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기에, 이들의 향후 활약은 구축된 관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흥미로운 주동인물로 변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여기에 이미 이적의 아내를 찾는 방식을 표방하고 있기에 이런 복잡다단한 관계의 틈 속에서 누가 이적의 아내가 될지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큰 흥미로움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만큼 그들에게 살을 붙이고 생명력을 부여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구축된 인물들이 어느 정도 자신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존재가 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서로가 충돌을 하면서 시너지를 일으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하이킥3'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1/4 지점을 지나는 시점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의미들을 담아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다만 '입가심사'하는 과정이 2000년 작품인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신구가 영삼이 친구들이 말썽을 피운다며 '입가심사'를 하는 장면을 닮아 있었습니다. 가방 검열을 하고 무슨 이유로 집을 찾았는지 언제까지 머물고 갈 것인지를 적지 않으면 통과 되지 않는 장면은 30회 방송된 땅굴 앞에서 펼쳐진 내상씨의 '입가심사'와 그대로 닮아 있었지요.

수천 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진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이기에 어쩔 수 없는 자가 복제가 발생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잦은 인용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그만큼 김병욱 사단이 즐겨 사용하는 시트콤의 패턴이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스스로 틀을 깨고 그들만의 즐거운 시트콤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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