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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의원의 '폭로'와 피디수첩의 '고발'의 차이

by 자이미 201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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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알리기 위해 우리는 폭로 혹은 고발이라는 단어들을 사용합니다. 의도가 무엇인지 누구를 위함인지에 따라 아무리 좋은 재료도 쓰레기가 될 수도 있음은 자명하겠지요. 어제 보여 진 '폭로와 고발' 사이 그 엄청난 간극의 한계가 던져주는 안타까움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폭로와 고발 사이


1. 한나라당의 뻔한 의도

한나라당 국회 교육 과학기술상임위 의원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교원단체 가입교사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파란이 일었습니다. 누가 봐도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그의 모습은 비리 등으로 점철된 장학사와 장학관등 전문직 자료들은 모두 뺀 채 법원에서 금지한 전교조 교사들의 신상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공개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들이 무리수를 둬가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며 폭로에 집착하는 이유는 분명하지요. 여론을 호도하며 치맛바람의 온상인 엄마들에게 불안을 가중시키고 분열을 초래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 중 가장 민감하면서도 나약한 교육 문제로 집중시키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비리 투성이 교육 관료들이 대부분 한나라당 소속이거나 성향인 것을 비쳐볼 때 그 의원이 그런 관료들의 명단을 무더기로 누락시킨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요. 교육 개혁을 위한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함이라면 당연하게도 문제가 있는 교육자 먼저 공개하는 게 옳은 것이 아닐까요?

교원 단체 활동도 학부모의 교육권과 관련된 알권리에 속한다 - 조의원
명단 공개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 서울남부지법

학습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판결을 무시하고 알권리를 주장하는 그는 법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이미 명단 공개는 실정법위반임을 명시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그는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서울남부지법의 판결을 두고 '법원의 월권'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국회의원이 특정정보를 공개할 것인지는 민사상 가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며 법위에 군림한 자신들의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고 법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권을 가진 사법부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법치주의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지요. 몇몇 검찰들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는 것을 보니 법위에 자신들이 군림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있었던 사안은 시간을 들며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을 무시하고 서둘러 공개한 이유는 너무 명확해 보일 뿐입니다. 교직원들이 어떤 성향의 모임을 가지든 그들의 자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의 문제일 뿐이지요.

2. 떡검 실체는 밝혀질까?

여전히 파업 중인 엠비씨는 오늘 방송될 피디수첩에서 검찰의 '스폰서'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고 합니다. 실증 없는 사실로만 인식되어왔던 검찰의 비리가 공개적으로 다뤄진다는 점에서 역시 피디수첩이라는 감탄사가 나옵니다.

피디수첩은 19일 "1980년대 경남 일대에서 대형 건설 회사를 운영하던 A씨가 1984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향응과 성 접대를 제공한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거론된 문건을 확보했다"며 이를 방송으로 내보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향응을 제공한 날짜, 금액, 대상자와 일부 비용으로 처리된 수표의 일련번호도 기재되었다고 하니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경남 일대에서 대형 건설 회사를 운영하던 A씨가 경남지역 한 지방검찰청 갱생의원으로 활동하며 친분을 맺은 ㅂ 검사를 통해 다른 검사들을 소개받으면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1984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57명의 전 현직 검사에게 향응과 성 접대를 제공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여 년 동안 소위 떡검이 수시로 이뤄졌다는 것만으로도 사법부에게는 치욕일 수밖에는 없는 최악의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날그날 만나는 검사들에게 술을 사고, 숙박을 책임지고, 성 접대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정기적인 현금 상납은 물론 명절 때마다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 취재진에게 밝힌 A에 대해 해당 검사는 "A씨를 사기 사건으로 수사하던 중 원칙적으로 처리하고, 추가로 나온 또 다른 범죄사실까지 원칙대로 처리하자 ‘봐주지 않으면 과거에 검사들과 있었던 일을 공개 하겠다’고 나왔다"면서 "마치 과거에 검사들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허황된 사실을 제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명단을 공개한 A씨는 이미 여러 차례 "아는 사람을 통해 승진을 시켜주겠다"며 수 천 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이전에도 사건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챙겼다가 구속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의 전력이 사실을 은폐할 수는 없습니다. 

비리를 저지르고 죄질이 무거운 사람이라도 그가 저지른 죄 중 하나인 상납마저 희석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A씨가 주장하듯 '상납'인지 검사들이 주장하듯 단순한 '친분'인지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가지고 밝혀야만 할 사안이겠지요.

피디수첩의 최승호 PD는 "A씨는 80년대 잘나가는 사업가였고 이때 검사들과 인연을 맺은 뒤 다른 검사들을 소개받는 식으로 인맥을 확장했다"면서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서 A씨는 스폰서가 됐고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스폰서 문화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왜 국회의원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진행한 전교조 교사들의 신상정보 공개를 '폭로'라 하고, 검찰의 스폰서 공개를 '고발'이라고 하는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사실을 공개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무엇을 위한 일인지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오늘 피디수첩에서 어느 정도까지 밀도 있는 결과물을 끄집어낼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선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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