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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Documentary 다큐

한류 특집 '이병헌이 있다'에 이병헌은 없었다

by 자이미 2010.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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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 KBS에서 선택한 방송이 <이병헌이 있다>라는 개인 다큐멘터리였습니다. 한류라는 큰 틀 속에 작년 한 해 큰 족적을 남긴 이병헌을 조명하는 것이 나쁜것은 아니었지만, 이 안에는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이병헌만 있었을 뿐 이병헌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인간적인 부분들은 없었습니다.

이병헌은 있지만, 없었다

1. 미국 헐리우드와 지아이 조

헐리우드 진출작인 <지아이 조>와 200억이라는 셈법으로 승부한 <아이리스>의 대박 행진은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최고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주연으로 헐리우드를 공략한 비보다도 더욱 인기를 많이 얻었던 것은 아무래도 오랜시간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원작의 힘이 컸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이자 캐릭터들인 <지아이 조>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이었습니다. 비가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조연이었던 이병헌보다 헐리우드내 영향력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런 인지도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비라는 캐릭터로 승부한 전략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쉽지 않은 길임을 <닌자 어쌔신>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비가 헐리우드 영화에 주연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일본, 홍콩, 중국에 이은 새로운 '아시안 웨이브'로서의 가능성이 농후함을 이야기해주기도 했습니다.

KBS가 한류 특집으로 <아이리스> 판매에 대한 효과를 위한 인물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헐리우드에 입성한 '이병헌과 비'를 통해 성공 가능성과 문제점들을 좀 더 매력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을 듯 합니다.

KBS가 마련한 특집은 '한류라는 커다란 흐름을 이병헌이라는 인물을 통해 재조명하고 향후 대한민국 대중 문화의 한류 가능성을 알아보자는 의미'였습니다. 그런 그들의 기획 의도에 맞게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이병헌이라는 인물은 적합했습니다.

주연이 아님에도 그 어떤 인물들보다 성공적인 데뷔를 한 헐리우드와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일본 시장에 대한 새로운 도약은 많은 점들을 시사해주었습니다.

헐리우드 명소인 차이니스 극장 앞에는 슈퍼 스타들의 손도장과 함께 영화 속 등장 인물들로 변장해 사진을 찍고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캐릭터 중에 이병헌이 맡았던 '스톰 쉐도우'도 등장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 <지아이 조>의 인지도가 높다는 뜻이며 여기에 출연한 이병헌의 명성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니 말입니다. 이병헌을 헐리우드에 알린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집을 찾아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병헌의 장점들을 이야기하고, 미국 현지 이병헌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인물들과 <지아이 조 >후속 편을 준비 중인 프로듀서를 찾아 이병헌의 스타성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의도된 다큐멘터리이기에 듣고 싶은 이야기들만 방송되기는 했지만 이병헌이라는 인물의 성공이 대단함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미 국내에도 알려져있듯 <지아이 조>에 3부 까지 계약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2편에서는 이병헌이 맡고 있는  '스네이크 아이&스톰 쉐도우'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펼쳐진다고 하니 그의 헐리우드 내 입지는 더욱 커질 수 있을 듯 합니다. 

전인미답인 상황에서 이병헌과 비가 일궈 놓은 성과를 그 누구도 쉽게 비판하거나 비하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뼈를 깍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오늘의 그들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일본 아키타와 TBS
 
<아이리스> 촬영이 끝나고 바로 일본으로 건너 간 그는 장동건, 송승헌, 원빈과 함께 4대 천왕이라는 이름으로 합동 팬미팅을 가졌습니다.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의 모습은 한류 붐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그나마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1/n로 생각해보면 형편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말이지요.

일본 편은 철저하게 <아이리스>를 위한 방송이었습니다. 드라마가 촬영 된 조그마한 동네가 일본에서도 관광 명소화 되어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이병헌이 머물렀던 장소를 박물관 처럼 꾸민 여관 주인의 인터뷰를 통해 이병헌의 팬을 대하는 모습을 듣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는 공중파 TBS 밤 9시 방송 예정인 <아이리스>에 대해서 의미 있게 다뤘습니다. 이미 선계약을 통해 제작비의 일부를 충당했기에 그들이 방송을 통해 이야기했듯 이병헌이라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아이리스>에 대한 방송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이병헌이라는 상품을 보고 투자한 그들이 최고의 수익을 위해 4월 정규 편성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그만큼 이병헌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시장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제 방송된 <이병헌이 있다>는 철저하게 KBS라는 방송국의 입장에서 '이병헌을 활용한 대중문화 한류 전략'의 일부를 보여준 것에 불과했습니다. 한 해 동안 일본과 미국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이병헌을 통해 한류 컨텐츠의 육성이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시작은 했지만 명확한 정리도 안된, 그렇다고 이병헌 개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아니었습니다.

이것저것도 아닌 그저 상품으로서의 이병헌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인간 이병헌에 대한 관찰과 시선 마저도 상패앞에선 이병헌의 모습과 소속사 연예인들과의 회식이 전부인 상황에서 인간 이병헌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병헌이 있다>를 보고 무엇을 느끼라는 이야기였을 까요? 40이라는 나이에 헐리우드에 성공적인 입성을 한 입지전적인 인물 이병헌에 대한 이야기인지, 잘 만들어진 문화 상품이 대한민국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이야기하는지가 모호했습니다.

모호한 지점에서 그저 이병헌을 통해 자사 드라마인 <아이리스> 홍보에 열을 올리고, 헐리우드에서 이병헌에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인물들을 스케치하는 정도로 그를 통한 헐리우드 성공 방식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열심히 영화 찍다 보면 운좋게 눈에 띠고 그러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성공한 CEO를 찬양하는 낯뜨거운 미화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요. 성공한 사람들만 칭찬하고 가치있음을 이야기하는 MB공화국의 부속 방송국답게 그들은 이병헌이라는 인물을 그저 성공한 컨텐츠로 밖에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가 보이지 않게 고생했을 다양한 인간적인 측면들은 그저 <아이리스>에 묻히고, 결과 지상주의에 빠져 성공 스토리에만 몰두해 정작 중요한 과정은 생략한 채 이병헌을 꼭두각시로 내세웠습니다. 문화도 산업이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산업 일꾼으로 열심히 하라는 교시를 내리는 듯한 방송처럼도 느껴졌습니다. 

문화로 돈도 벌 수 있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문화가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든 흔적들이 담겨져 있는 특별한 것입니다. 단순한 산업적인 수단으로 문화를 바라본다면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는 펄프컬처와 다름 없을 것입니다.

모든 성공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병헌의 성공도 한 순간 얻어진 것이 아닌 20여 년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런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자신의 일에 매진한 결과 지금의 성공이 있었음과 어떤 방법과 전략을 구사해야 한류가 시들지 않고 계속 뻗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조명은 없이, 그저 성공의 단 열매만 이야기하는 <이병헌이 있다>는 이병헌을 씁쓸하게 만들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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