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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함부로 애틋하게 마지막 회-김우빈 보낸 수지가 바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던진 의미

by 자이미 201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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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이미 죽음을 전제로 시작한 이야기는 흔들림 없이 끝까지 이어져갔고 별다른 변수 없이 준영은 그렇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을이가 믿고 싶은 세상을 원했던 준영과 상식대로만 살아가겠다는 을이는 그렇게 우리에게 '상식적인 세상'을 이야기하고 떠났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남겨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그 속에서 상식을 찾아가는 그들의 여정이 반갑다

 

 

"준영이와 을이가 믿고 있는 세상이 여러분이 믿고 있는 세상과 같길 바란다"라는 마지막 문구는 작가가 이 드라마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평범하게 상식적으로 살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마음은 김우빈과 수지를 통해 강렬하게 전해졌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던 을이 가족이 붕괴된 것은 뺑소니 사고 때문이었다.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강직하다고 알려진 검사는 자신의 탐욕을 위해 진실을 덮었다. 그렇게 상식이 부당함에 짓밟혀버린 세상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상식이 짓밟히면서 벌어진 사건을 담은 <함부로 애틋하게>는 단순히 오래되어 식상한 사랑이야기만 던진 것은 아니었다. 그 안에 이제는 사라진 묵직한 사랑과 함께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살고 싶다는 강렬한 외침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였다.

 

급성 장염으로 응급실로 향한 준영과 을. 그녀의 휴대폰에 녹화된 영상을 보며 준영은 지독할 정도로 살고 싶었다. "내가 제일 두려운 건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 것" 기다리는 것을 누구보다 잘 한다는 을이는 언제나 준영이를 기다릴 수 있지만, 언젠가 기다릴 수 없는 순간이 오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고백은 준영을 힘겹게 했다.

퇴원해 집으로 가던 길에 멈춰 서 "살려 주세요. 나 죽기 싫어요"를 외치는 준영은 서글펐다. 엄마에 대한 애절함과 을이에 대한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준영은 정말 살고 싶었다. 이대로 가기에는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하지 못했던 진심은 그래서 더욱 서글프게 다가왔다.

 

최현준은 소위 '신준영 동영상'이라 불리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그 거대한 벽을 최현준은 스스로를 던져 흔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피폐하고 엉망이었는지 그는 그 영상을 통해 다시 한 번 깨우쳤다. 진심을 다한 아들 준영.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그 아들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현준의 선택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었다.

 

현준을 위해 자신의 아들까지 죽이려했던 은수는 막말을 쏟아내며 분노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사랑은 그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사랑보다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은수의 사랑은 그렇게 뒤틀림이 정상이라고 믿고 있었다. 비정상인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희생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힘을 갖추게 된다. 그 작은 구멍들이 견고해 보이기만 했던 탐욕의 벽을 무너트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작이 어렵지만 그렇게 시작한 분노는 결국 상식적인 세상을 거부하는 자들을 무너트린다는 점에서 우린 분노해야만 한다.

 

준영은 남은 시간을 을이와 함께 했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었다. 섬망증으로 인해 기억을 수시로 잃어버린 준영은 을이가 누구인지도 자신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준영을 보기 위해 찾은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는 준영은 그저 해맑기만 했다.

 

을이 어머니라 생각하던 준영은 엄마가 끓여준 육개장을 먹으며 갑자기 기억을 되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엄마도 기억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하며 서럽게 울 수밖에 없었다. 지독하게 서러운 이 운명은 그렇게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었다.

 

"고맙다 준영아. 엄마 아들로 와줘서"

 

자신은 열심히 살았다며 다시 살라고 해도 이보다 더 잘 살 자신이 없다는 준영. 그래도 엄마에게는 너무 미안하다는 아들을 보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을 수 없었다. 문 열어두고 있을 테니까 엄마 보고 싶으면 오라는 영옥은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준영이가 왔다고 생각할거라며 이별을 했다. 엄마가 내 엄마여서 영광이었다는 준영의 마지막 인사는 잔인할 정도로 애틋하게 다가왔다.

 

"상식대로만 살아가겠다고. 자신의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나에게 쪽 팔리지 않게만 살아가겠다고"

 

준영의 마지막 날 을이의 이 고백을 품고 그는 그녀의 어깨에 기댄 채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준영이 그렇게 숨을 거둔 것을 느낀 을이의 서글픈 눈물은 소란스럽지 않아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피곤했으니까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자라며 이별을 하는 을이의 이별 뒤에도 "고마웠어 준영아. 내일 보자"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을이와 준영이 비록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내일을 이야기하는 을이의 마음속에는 준영이 항상 함께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일상을 찾은 남겨진 이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준영이 살던 집을 정리하다 그가 남긴 마지막 영상을 보는 그들은 마냥 서글펐던 감정보다는 정제된 슬픔으로 준영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

 

준영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자신이 불행했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한다. 유한한 시간은 결국 자신에게는 용기를 내게 해준 축복이라는 준영은 강렬했다. 어제 날짜로 의사가 예고한 3개월을 지낸 준영은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을 담담하게 영상으로 담아냈다. 남겨진 이들에게 자신이 아직 살아있느냐고 묻는 준영의 환한 미소는 그래서 더욱 애절했다.

 

을이는 특별하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을이는 준영이에게 다짐 했듯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부당한 권력에 취한 프로덕션 대표의 비리까지 담아내는 을이는 보다 상식적인 다큐 피디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을이는 오늘도 준영이의 입간판을 보며 이별을 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을이는 언제나 내일을 기약했고, 자신이 아직 살아있냐고 묻던 준영은 그렇게 남겨진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력을 갖춘 채 살아가고 있다. 죽음이 비록 무겁고 무섭게 다가올 수밖에 없지만 그 죽음에 담은 가치는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상식이 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삶. 과연 우리는 지금 그 상식을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MBC 휴먼다큐 사랑은 5월 가정의 달에 편성되는 프로그램이다. 11년 전 <너는 내 운명>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다. 말기 암에 걸린 서영란과 남편 정창원의 이야기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값진 방송이었다.

 

암은 기적을 만들지 못했고 그렇게 홀로 남겨진 창원씨는 그녀의 흔적에 집착했다. 그것으로도 채워낼 수 없었던 사랑은 그를 망가트리기만 했다. 그렇게 세상을 떠돌던 창원씨는 여전히 자신이 사랑했던 영란씨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술로 지새우던 그 지독한 생활을 정리하고 편안해진 창원씨는 영란씨를 사랑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해했다. 마지 <함부로 애틋하게>처럼 말이다.

 

이경희 작가는 낡은 틀 속에서 사랑이라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다뤘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인지에 대한 반문도 이 드라마에는 가득했다. 준영과 을이의 사랑이 지독한 것은 그 상식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서글픔이었다. 그 지독한 사랑이라는 가치 속에 상식을 담아 이야기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던져주었다. 우린 정말 상식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우린 정말 진짜 사랑을 하고 있을까? 라고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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