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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허튼 희망 품었던 '추노'는 단순한 사랑이야기였다

by 자이미 2010.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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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도 종영을 얼마 남기지 않았습니다. 20회를 마친 그들은 이제 마지막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결전의 날만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기세 좋았던 가치들에 대한 기대들은 허튼 희망으로 끝이나 버리고 남겨진 것은 사랑에 대한 갈망뿐이었습니다.

허튼 희망을 품었던 자신을 탓하라

인조시기를 선택한 것부터 <추노>의 이야기는 한정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한성별곡-정>이 시대를 모호하게 설정하며 현실을 빗대 의미 있는 가치들을 이야기하던 것과는 달리, 달라질 수 없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가상의 이야기를 끼워 넣은 <추노>에서 특별한 이상을 찾으려 했던 것부터가 의미 없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한성별곡-정>을 보지 않았다면 편하게 유희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곽정환 PD에 대한 기대치가 힘겹게 드라마를 보도록 만들었나 봅니다. 도망 노비와 추노 꾼이라는 표면적인 이야기 속에 깊숙하게 넣어두었던 사랑이야기를 간과하고, 존재하지도 않았던 숨겨진 이야기를 찾느라고 소비한 시간들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하면 너무 허망할까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시대를 투영하고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기를 바라기에 <추노>는 처음부터 힘들었었나 봅니다. <한성별곡-정>이 시대의 아픔과 희망에 대한 찬가를 올렸다면 <추노>는 잊을 수 없는 사랑에 취한 연인들의 이야기였을 뿐인데 말입니다.

곁가지로 등장한 무술 장면들이야 보기 좋은 떡을 위한 포장에 불과했고, 그들이 내세운 가치란 부질없는 희망에 대한 절망의 서사시였을 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꿈꿀 수 없는 희망을 바지 한 자락에 걸친 채 거치적거리게 달고 다니더니 이젠 사랑에 대한 조바심마저도 팽개친 채 득도하는 이들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비들의 반란 역시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의 농간의 소산일 뿐이고, 자신들만의 이상향을 꿈꾸었던 저잣거리 왈패들과 노비들의 삶도 그저 허망한 희망이었음을 이야기하는 <추노>는 현대를 살아가는 한없이 비굴해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 없는 삶속에 희망을 꿈꾸지 말라는 절망적인 메시지나 다름없습니다.

<추노>도 <한성별곡-정>에서 한 명을 살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듯, 아련한 희망을 누군가의 생존을 통해 이야기하겠지만 곽PD의 전작과는 달리 가슴 벅찬 희망의 메시지는 아닐 듯합니다. 어쩌면 그저 보기 좋은 드라마 한 편이었을 뿐인 <추노>를 너무 기대하고 본 일부 시청자의 잘못일 뿐일 것입니다.

그 안에 담겨진 기교적인 설정들에 기대를 품었던 일부 시청자들의 과도한 가치 부여가 오히려 부메랑처럼 돌아와 절망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탕수육을 공짜로 먹어보겠다고 자장면 먹으며 쿠폰에 도장 열심히 찍었지만 마지막 한 장을 찍고 걸어 본 중국집이 망했을 때의 기분'과도 같은 허탈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겠지요.

이미 많은 분들이 <추노>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떠나 버린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그들에게서 희망보다는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찍지 말아야할 쿠폰에 미련을 가진 탓이겠지요. 누군가에는 탕수육을 먹을 수 있는 즐거움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듯, 마지막까지 최고의 드라마로 기억될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에 반해 중도 포기를 행복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업복이의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리듯, 천지호의 허망함 죽음이 드라마의 재미마저 가져가 듯, 그들의 희망가는 그저 희망이라는 허울로 재미를 추구한 기술적인 장난이었음을 부정하려 해도 부정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른 듯합니다. 이 역시 그런 헛된 기대를 했던 개인의 몫이겠지만 말입니다.

허튼 희망은 절망보다도 힘겨울 수 있음을 드라마를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희망이나 절망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하는 것이기에 허튼 희망을 품었던 자신을 탓해야 하겠지만 곽정환 PD가 전작에서 전해주었던 눈물겨웠던 희망이라는 가치들이 이렇듯 처참한 아쉬움으로 남겨질지는 몰랐습니다. 탕수육을 먹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망해 버린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던 허망함이 더욱 컸던 기억과 오버랩 되는 씁쓸함이 밀려드는 <추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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