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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황금의 제국 24회-고수의 가장 강렬하고 상징적이었던 최후, 드라마의 새로운 전설이 되었다

by 자이미 201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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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에 대한 보고서를 써내려갔던 <황금의 제국>이 그 거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성진그룹으로 상징된 거대한 황금의 제국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결은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너무나 강렬했던 태주의 마지막 웃음은 <황금의 제국>이 왜 위대한 드라마인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었습니다. 

 

감옥으로 간 민재와 거친 파도 속으로 들어선 태주;

서연의 눈물과 민재의 분노, 그리고 태주의 미소는 미다스의 눈물과 오이디푸스의 회한이었다

 

 

 

 

 

4번의 이야기로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던 경제 개발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 <황금의 제국>은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재벌과 그 안에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 드라마는 그 황금의 제국에 지배당하는 현재의 우리를 적나라하게 바라보도록 했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쥔 채 황금의 제국의 유일한 주인이 되고자 했던 태주와 서윤, 그리고 민재는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탐욕을 버리지 못한 민재는 감옥으로 가면서 까지도 그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또 다른 복수만 품고 떠났습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은 민재를 더욱 강렬한 탐욕의 죄인으로 만들었고, 그는 영원한 황금의 노예가 되고 말았습니다.

 

<황금의 제국>은 분노와 눈물, 그리고 미소로 귀결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었던 그들의 전쟁은 결국 인간의 탐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 탐욕은 결국 수많은 이들의 피를 요구하고 이를 갈취해서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이 지독한 싸움의 끝에 남겨진 것은 후회만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스스로 후회를 하지 않는 한 결코 만족도 포기도 할 수 없는 이 지독한 탐욕의 환영을 이 드라마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이 증오하던 인간을 닮아가면서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태주와 그런 그를 인간 장태주로 바라보고 싶었던 설희. 그들의 사랑은 결국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막연한 이상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 둘만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탐욕이라는 지독한 괴물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 어느 곳도 안전한 도피처가 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민재의 분노는 결국 또 다른 탐욕의 씨앗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버지마저 포기한 채 덜 상처받기만을 바라는 민재는 영원히 멈출 수 없는 탐욕의 희생자가 되었습니다. 두 명의 최동성을 이용해 성진그룹을 차지하겠다는 민재는 태주가 괴물이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였습니다. 결코 멈출 수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야만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민재의 선택은 결국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평생 마부의 삶을 살아야 했던 아버지처럼 그 역시 한 번도 마주가 되지 못한 채 마부의 삶을 경멸하고 증오하며 살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그 무엇도 얻을 수 없는 지독한 탐욕의 감옥에 갇혀버린 민재에게는 분노만이 현실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가 그 지독한 현실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분노는 최소한 자신을 살리는 유일한 동력이었습니다.

 

서윤의 눈물이 서럽고 아픈 이유는 그녀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성진그룹이라는 거대한 허영은 결과적으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이미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의 것이라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경영에 참여했고, 보고 싶지 않았던 인간 군상을 모두 목격했습니다.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 그녀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그녀 스스로 괴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부터 자신까지 평생 충성을 다했던 박진태 전무가 이야기를 했듯, 서윤은 최동성 회장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성진그룹을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은 그저 서윤 그 자신을 위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성진그룹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싸움에 뛰어든 그녀는 더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원재의 아들에게 성진그룹을 물려주겠다던 처음의 생각은 사라지고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지겠다는 마음이 당연한 것이 되고 만 서윤에게는 이미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무도 남지 않은 황금의 제국 식탁에 홀로 앉아 식사를 하는 그녀에게는 영혼은 존재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오직 기계처럼 움직이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길고 두려운 복도를 지나 회장실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승자의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성진그룹을 위해 모든 것을 대신해 감옥을 선택한 박 전무와 자신의 자리를 탐하던 사촌 민재를 검찰에 넘긴 서윤은 한때 자신의 남편이기도 했던 태주마저 몰락한 것을 확인하고 회장실로 향합니다. 회장실에 걸린 아버지의 자화상을 보면서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철의 여인처럼 강인한 모습만 보이던 서윤이 서럽게 우는 모습 속에서 '황금의 제국'의 실체가 무엇인지만 명확했습니다.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한 채 가서는 안 되는 길까지 뛰어간 태주는 설희로 인해 자신을 찾게 됩니다. 도저히 멈출 수 없었던 그리고 이제는 멈추는 방법도 잃어버린 태주는 자신이 증오하던 존재가 되었습니다. 괴물이 되었음에도 그런 자신을 증오하지도 않고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가 되어버린 그에게는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태주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설희는 스스로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그를 위해 선택을 합니다. 김광세 의원을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태주라는 고백은 어쩔 수 없이 멈출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폭주기관차가 외부의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탈주를 한 후에 멈추게 되었고, 그렇게 괘도를 이탈한 폭주 기관차에서 내린 태주는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탈선한 기관차에서 내려선 태주는 설희를 다시 희생시키라는 민재의 요구를 거부합니다. 낚시 대를 들이밀고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려 했던 민재는 언제나 그랬듯, 마부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 채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을 마지막까지 믿어주었고, 괴물이 된 자신을 바로잡아준 설희를 위해 힘겹게 다시 인간 장태주로 돌아온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 홀로 방파제 앞에 섭니다. 서윤이 가장 증오하던 한정희의 마지막 순간을 증오가 아닌 사랑으로 품었듯, 태주 역시 자신의 마음속에 가득한 탐욕과 분노, 복수를 풀어내고 환한 웃는 모습은 처연함을 넘어 모든 것에서 해탈한 선자와 다름없었습니다.

 

미다스가 뒤늦게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한탄하듯, 오이디푸스가 지독한 운명에 눈을 뽑고 햇불을 들고 자아를 찾아 헤매듯, 이들은 괴물이라는 거대한 허울에서 벗어나며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던 미다스가 자신의 딸마저 황금으로 만든 후 느꼈던 회한과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의 처절한 최후를 보는 듯한 <황금의 제국>은 끔찍할 정도로 매력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자신이 증오했던 괴물이 되어버리고서도 스스로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채워지지 않는 탐욕을 갈구하기만 하던 태주는 마지막 순간 세상을 향해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토록 가지려 안절부절 했던 황금을 모두 던져버린 후 오직 자신만 남은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았을 듯합니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방파제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그 파도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가는 태주의 마지막 그 모습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폭풍속으로>에서 패트릭 스웨이지와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황금의 제국>은 말 그대로 황금만능주의 세상에 대한 지독할 정도로 냉정한 보고서였습니다. 가상의 재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드라마는 분명 가장 진화한 이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일상적인 드라마의 틀을 버리고, 심도 깊은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새로운 전설이 되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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