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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피는 꽃 결말-인과응보 완성한 이하늬 존재감, 한계와 경계를 넘어섰다

자이미 2024. 2. 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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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복면을 쓰고 담을 넘어 어려운 이들을 돕는 좌상댁 며느리 이야기는 열두 번의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하늬가 과연 원톱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컸습니다. 더욱 과거 드라마왕국에서 이미 그 위상을 잃은 상황에서 회복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습니다.

 

16부작이 아닌 12부작으로 편성된 것도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기본 분량인 16부작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 이야기가 늘어지는 경우들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충분히 담아내는 풍성한 이야기의 드라마도 존재하지 말이죠.

밤에 피는 꽃 성공으로 이끈 이하늬

복면을 쓰는 방식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숨기고, 자신의 신분마저 감추고 옳은 일을 하려는 그 앞에 어느 날 종사관 수호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연처럼 다가온 수호와의 관계는 결과적으로 여화가 그토록 궁금했던 오라버니의 죽음과 원수에 대한 실마를 찾게 해 줬습니다.

 

복면을 쓴 여화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호의 서사가 등장하고 그의 과거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많은 궁금증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호의 형이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윤학과 관계가 처음에는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혀 다른 전개를 보였다는 것도 흥미롭고 반가웠습니다. 

 

좌부승지인 윤학은 임금의 명을 받고 은밀하게 15년 전에 사망한 선왕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찾는 존재였습니다. 이런 이야기 줄기는 결국 15년 전 선왕의 죽음에 모든 것이 맞춰지게 됩니다. 이런 전개 과정은 작법의 원칙이기도 하지만,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잘 구성되어 보는데 편안함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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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복수가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과응보와 결자해지가 원칙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잘 완성해 냈습니다. 복수라는 목표가 정해지면 이야기가 자칫 단순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밤에 피는 꽃' 역시 복수의 대상이 시청자의 눈썰미에 잡히는 순간 조금은 지루한 과정으로 여겨지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런 복수극에도 사랑은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수절과부인 여화가 종사관과 사랑하는 관계가 되는 것은 당시에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조선에서 산다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보는 이들에게는 이 부분은 더욱 애절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당사자만이 아니라 보는 이들마저 애절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알고 하는 사랑은 그만큼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이 긴장감을 유지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밤에 피는 꽃-이뤄질 수 없는 사랑은 더 절실해진다

여화와 수호의 사랑만이 아니라, 윤학과 연선의 사랑도 보기 좋았죠. 신분 시대 비록 종은 아니지만 낮은 신분의 연선을 사랑하는 윤학의 모습은 주제 의식이기도 했습니다. 여화와 수호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은 당시 시대의 법 때문이었고, 윤학과 연선의 사랑 역시 신분이 가로막은 사랑이었다는 점에서 이들 사랑마저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의 관계를 보면, 공공의 적인 좌상의 모습도 보다 명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좌상은 15년 전 선대왕을 독살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소를 왕으로 옹립한 후 조정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른 당대 최고 권력이 바로 좌상이었습니다.

 

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세워 간사하고 악랄한 본심을 숨기고 살아왔던 좌상은 그 누구보다 잔인한 존재였습니다. 더욱 좌상은 소수의 양반들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고 믿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며, 욕망에 충실하기도 한 좌상은 이 모든 악행이 나라를 위함이라 강변하기도 합니다.

 

좌상의 모습을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고는 합니다.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모두를 희생시키는 악랄한 존재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이 보이는 욕망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런 자들은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죠.

 

자신이 생각하는 권위적인 세상을 위해 보다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기 원하는 선왕을 독살한 좌상. 그것도 모자라 그런 왕을 따르는 신하들까지 살해한 이 자는 벌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백성들이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잘 사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좌상의 사고는 여전히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정치적 가치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권력을 위해 다수가 희생당해야 한다는 좌상의 욕망은 그렇게 선왕을 독살하고, 후임 왕까지 자신의 손바닥 안에 가둬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끝없는 욕망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권력이란 짧은 시한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좌상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처럼 뒤섞여 있었습니다. 좌상의 아들이자 항상 여화가 닦던 위패의 주인공이 등장하며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석정의 등장은 단순하지 않았죠.

 

아버지와 다른 석정의 등장은 좌상의 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시점을 암시했습니다. 그리고 석정이 서양여자가 좋은 좋은 가문의 보장된 권력을 포기한 인물이란 설정도 의미하는 바가 컸습니다. 이는 이후 복잡하게 남겨진 남은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역할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내이지만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여화가 수호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고, 이혼을 해줍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꽃님이의 당연한 궁금증은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기도 했습니다. 죽은 사람과 혼인을 했다면, 그것 자체가 무효 아니냐는 꽃임이의 궁금증은 여화와 수호를 막는 마지막 벽을 허무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15년 전 선왕을 독살한 자가 좌상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뻔뻔하게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다 우기는 현실은 당황스럽습니다. 더욱 경악할 일은 이를 제대로 밝혀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던 호판의 아내인 난경이 임금 앞에서 죄상을 모두 털어놓고 자결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의 죄를 고하고 처벌을 받는 것이 정상이지만, 여전히 힘을 가진 좌상은 결정적 증인이 죽었으니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냐고 따져 묻습니다. 적반하장을 넘어서 임금마저 우습게 보는 절대 권력자의 위세였습니다.

 

이런 꽉 막힌 상황을 타파한 것은 여화가 항상 복면을 쓸 때면 가지고 다니는 검에 있었습니다. 오라버니가 자신에게 준 마지막 선물은 단순히 칼의 용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5년 전 선왕이 아들이자 현재의 임금에게 남긴 글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밤에 피는 꽃 16회 스틸컷

좌상은 편전에 안산군을 데려와 임금을 협박했습니다. 네 말을 듣지 않으면 안산군을 왕으로 옹립하겠다는 좌상은 이미 임금 위에 존재하는 절대 권력자의 모양새였습니다. 이런 위세 속에 임금은 모든 신료들을 편전에 들이라 했습니다.

 

뜬금없는 임금의 행동에 당황하는 것도 부족해 그곳에 절대 올 수도 없는 여인. 거기다 하얀 소복을 입은 며느리 여화가 칼을 차고 들어서는 모습에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화는 그 자리에서 오라버니가 선왕이 남긴 문서를 임금에게 전달합니다.

 

좌상은 자신이 빼앗았다 생각했던 진짜 문서가 모든 신료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좌상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모두 적힌 이 유언과 같은 문서로 인해 그의 절대 권력은 막을 내렸습니다. 모든 관직을 박탈당하고 천민 신세가 된 석지성은 지방으로 유배 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통상 이런 경우 좌상의 집안, 그것도 모자라 삼대가 같은 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화의 간곡한 부탁으로 석지성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처벌을 받지 않게 되었죠. 이런 상황 속에 석정이 여화와 수호를 위해 이혼을 선택하고, 꽃님이의 명쾌한 해법으로 이들이 사랑할 수 있게 열어버린 완벽한 해피엔딩이 되었습니다.

 

여화에게 독립해 상단의 중요 직책을 맡게 된 연선도 변하지 않은 윤학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절대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았던 금단의 사랑이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맺으며 이 드라마의 주제 의식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침해당한 자유를 획득해 가는 과정을 잘 완성해 냈으니 말이죠.

밤에 피는 꽃으로 증명한 이하늬 존재감

분명 이 드라마의 성공의 가장 큰 원인은 이하늬에게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코믹극에 최적화된 이하늬는 무거운 주제를 품고도 생활 개그에 맞먹는 코믹 요소를 잘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성공하는 드라마는 주인공 홀로 돋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밤에 피는 꽃'에 출연한 모두가 사랑스럽게 다가올 정도로 좋은 연기를 해줬습니다. 

 

무겁고 답답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며 웃음 요소를 잃지 않은 '밤에 피는 꽃'은 완벽한 인과응보에 해피엔딩을 선보여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시작부터 견지한 흐름을 잃지 않고 좋은 마무리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박수받아 마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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