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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3 종영&결말-이정재의 마지막 대사 의미와 갓난아이가 등장한 이유

자이미 2025. 6. 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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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자마자, 그들이 서비스하는 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서비스되는 93개 국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만큼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일 겁니다.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지만, 한국과 그 외 국가의 온도차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인들이 기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은 넷플릭스라는 공간에서는 지표로 증명되기 때문입니다. 시즌 3은 단 6회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세계관의 마무리를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황동혁 감독은 많이 고민했을 듯합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오징어 게임 시즌 3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훈의 주도로 전개된 반란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관에 실려 재입장한 기훈의 모습은 상징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반란은 절대 성공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함께, 전 게임 우승자에 대한 우상화가 아닌, 불신을 키우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한바탕 피바람이 분 이후 그들이 내세운 게임은 술래잡기였습니다. 빨간색에게는 주어진 칼을 이용해 탈출 열쇠를 가진 파란색 참가자를 죽이며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게임이었습니다. 반란 이후 직접적으로 상대를 죽이도록 강요하는 잔인한 방식을 더욱 극대화한 것은 금자와 용식 모자였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방금 전까지 친했던, 아니 모자 간에도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광기는 그저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축약된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약육강식의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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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부의 광기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악랄한 지 잘 보여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인물은 명기였습니다. 코인사기로 바닥에 떨어져 이곳까지 왔던 그는 남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명기가 약쟁이 남규와 함께 살육을 하기 시작하며 그가 마지막에 폭주하는 과정들은 시즌 3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로 다가옵니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이명기는 게임들을 통해 잘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시즌 3 초반 게임에서 가장 격정적으로 감정선을 흔드는 존재는 모자 관계인 용식과 금자였습니다. 아들을 위해 게임에 참가한 금자는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아들은 미련이 남아 계속 게임에 참여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위해 칼까지 넘겼던 어머니가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 종영

금자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아들보다는 준희와 그가 낳은 아이였습니다. 목숨을 걸고 준희를 구해준 현주를 칼로 찌른 것은 애 아빠인 명기였습니다. 그리고 갓난아이를 안고 출구 앞에 선 준희를 죽이려는 용식을 금자는 막아섰습니다. 아들도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갓난아이와 그 엄마를 희생하도록 방치할 수 없었던 모정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정해지는 문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참혹하고 처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악한 자가 덜 악한 자를 속이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린 피붙이까지 희생시키려는 상황들 속에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인간이라는 종이 가지는 가장 밑바닥을 보여주는 선택의 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금자는 아들을 죽이고 준희와 갓난아이를 살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 게임 진행 여부를 나누는 자리에서 제발 아이를 살려달라 애원했습니다. 자신의 몫을 모두 줄 테니 제발 여기서 멈추자고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기훈은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고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배신한 대호를 집요하게 쫓아가 죽인 기훈에게는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훈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죽음이었습니다. 반란을 일으켜 친한 친구까지 죽음으로 내몰며 무너졌던 기훈은 갓난아이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자로 인해 일어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희와 영희가 줄을 넘기는 죽음의 줄넘기에서 이 과정은 더욱 심화됩니다. 자신과 아이를 위해 희생한 금자처럼 준희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임 과정에서 다리를 다친 준희로서는 줄넘기를 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훈은 아이를 품고 통과한 후 다시 되돌아가 준희를 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3 관에 실려 복귀한 기훈

하지만 기훈의 이런 제안이 무모하다는 것은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아이였습니다. 준희는 아이를 위해 불투명한 미래이지만 스스로를 던져버림으로써 희망을 품었습니다. 기훈이 아이를 살려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바닥으로 자신을 내던진 준희는 마지막 순간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두 어머니의 죽음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고 참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아들을 죽여야만 했던 금자, 갓난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한 준희. 그들은 공통적으로 모성애가 강한 어머니였습니다. 그들의 선택은 가족을 위한 희생이자, 극 중에서는 기훈에게 게임에서 어떻게든 이기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줄넘기 미션에서도 앞선 술래잡기와 마찬가지로 외통수가 존재했습니다. 해병대를 나왔다는 참가자는 어렵게 미션에 통과한 후 뒤따라오던 이들을 밑으로 밀어버렸습니다. 출구에서 상대를 밀어버리고 둘이 상금을 나눠갖자는 말에 기훈은 분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탐욕은 해병대 출신 참가자의 행동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돈을 얻을 수 있다면 타인의 생명 자체는 아무 상관없다는 인식은 그저 이 게임에 참여한 이들만이 가지는 사고는 아닐 겁니다. 경도의 차이는 있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고통을 당연시하게 된 것은 우리네 삶의 현실이니 말입니다.

 

가드인 노을이 목숨을 걸고 참가자인 경석을 구하려 노력하는 것 역시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경석의 아이가 병원에 입원한 상태고 그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 게임에 참가했습니다. 노을은 탈북과정에서 아이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노을에게 경석의 아이는 특별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3에서 갓난아이가 등장하는 이유

이 지점에서 왜 이 말도 안 되는 게임 과정에서 갓난아이가 등장한 것일까요? 작가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아이는 희망을 상징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현실인 신자유주의와 천민자본주의는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All or Nothing'이 되어버린 세상에는 미래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존재할 수 없는 미지의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관념도 흐릿해져 가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저 내 옆의 경쟁자를 밀어 넘어트리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지독한 현실에 매몰되어 버린 세대에게 결혼과 아이, 그리고 행복이란 단어는 기괴함으로 다가옵니다.

 

황 감독은 그래서 시즌 2와 3에 모자지간을 상징적으로 부여했습니다. 기성세대인 금자와 용식의 관계성과 준희와 갓난아이는 다릅니다. 모든 것을 망쳐버린 그래서 더욱 망가지는 길을 선택한 아들 용식을 그저 마음이 여리다고 표현하며 모든 것을 감싸던 금자의 모정은 지독할 정도입니다.

 

준희는 어쩌면 용식과 같은 아버지에 의해 태어나고 버려진 인물로 상징됩니다. 그렇게 가족이 가지고 싶었고,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었던 준희는 아이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까지 던질 수 있는 준희와 금자의 모정을 국내 시청자들은 진부하다 느낄 정도로 중요하게 다룬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구에서는 이런 신파에 가까운 K드라마 클리세에 크게 감동하고 울림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진부할 정도로 많이 다뤘던 이야기이지만, 그들에게는 엄마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이런 과정들에서 가족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깨닫기도 하니 말입니다. 

오징어 게임 3-모자의 지독한 운명

아이가 등장한 이유는 황 감독은 이 지독할 정도로 참혹하고 우울한 이야기에서 희망을 언급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우승자가 나온다고 한들, 그게 해피엔딩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 고민인 기훈을 통해 황 감독은 잘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프런트맨이 기훈을 향해 보여주는 감정선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는 마지막 게임을 앞두고 기훈을 부릅니다. 그리고 칼을 주면서 만찬을 하고 잠든 자들을 죽이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갓난아이와 함께 나가서 행복하게 살라는 프런트맨의 제안을 기훈은 거부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기훈을 떠보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프런트맨인 인호가 이 게임에 참여해 우승자가 된 사연이기도 했습니다. 오일남이 제안했던 방식과 동일하게 인호는 기훈에게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기훈은 차마 잠든 참가자들을 죽이지 못했습니다.

 

기훈에게 하지 말라며 만류하던 인물은 새벽이었습니다. 긴박한 순간 등장한 새벽으로 인해 기훈은 이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성이 무너지는 순간 가장 인간다웠던 새벽이의 등장은 묘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프런트맨 인호는 기훈이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에 열패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기훈이 게임에 다시 참여하는 것을 만류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게임 참가자로 개입한 것도 기훈 때문이었습니다. 기훈이 자신과 다를 수 있음을 부정한 인호는 이를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갓난아이를 엄마의 번호인 222번을 주면서까지 갈등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오징어 게임3 스틸컷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올라선 인호는 기훈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게임을 '오징어 게임'의 상징을 앞세워 서로를 기만하고 배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고공 오징어 게임'은 시즌 1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게임에서는 알아서 탈락자를 정하면 되었습니다. 최소 3명만 탈락시키면 남은 이들이 총상금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갓난아이 정도는 희생시켜도 상관없다는 그들의 집단 광기는 생경하지는 않습니다.

 

군국주의도, 제국주의도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침략을 하고 학살을 자행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피로 쌓아 올린 부의 제국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신자유주의와 천민자본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포장해 착취의 시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가들은 그렇게 희생되고, 착취되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고공 위 오징어 상징 위에 올라서 누군가를 죽이려는 이들의 모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민주적이라는 말로 담합하고, 그렇게 희생자를 힘의 논리로 만들어 강요하는 행태는 강력한 감독의 비판의식이 깊이 배어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민주주의는 현재 가장 선호되는 지배 체제입니다. 하지만 이 민주주의의 허점을 악용해 온갖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린 항상 목도하고 있습니다. 내란을 일으키면서도 주동자들은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그들로 인해 민주주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3 스틸컷

가장 비열한 기회주의자인 임정대가 히죽거리며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라며 희생자를 고르는 과정은 섬뜩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민주주의의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중 위 오징어 게임 표식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집단 모의와 살의는 우리의 현실을 축약해 놓은 듯했습니다.

 

시즌 3은 게임 참가자들만이 아니라, 가드, 그리고 VIP, 추격대 등의 다채로운 구도로 흥미로움을 배가시켰습니다. 죽을 운명이었지만, 형인 프런트맨에 의해 구해졌던 준호는 오히려 형 때문에 그 섬을 찾으려 합니다. 뜻을 같이 했던 기훈이 게임에 참가하며, 쉽게 섬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준호였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준호를 구해줬던 박 선장이 가드였었고, 프런트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박 선장을 믿지 못했던 우석은 준호를 구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가드들 중에도 게임의 부산물이기도 한 낙오자들을 따로 분류해 장기 밀매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이런 흐름을 배치한 것은 사회 구조가 그렇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부대장이 장기 밀매 조직을 움직이는 방식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탈북자인 노을을 특별하게 생각했지만, 그는 이런 범죄에 가담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딸과 같은 경석을 구해 딸을 살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죠.

 

빌드업을 하듯, 게임이 후반부로 향할수록 프런트맨인 대장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의도하지 않은 변수들이 발생하는 상황은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중심이 된 추격조가 턱밑까지 오는 상황은 긴박함을 부여했습니다. 이 흐름이 결말로 향하는 과정으로 치환되어 긴장감에 부스터를 달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잘 만들어진 서사였습니다.

오징어 게임 3 스틸컷

VIP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해 가드 복장을 하고 게임 낙오자들을 사냥하는 과정은 섬뜩했습니다. 천민자본주의의 병폐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죠. 어떤 영화에서는 한 마을 자체를 이런 식의 게임장으로 만들어 사냥하는 부자들의 모습을 다루기도 합니다. 때로는 요리하고 먹이는 과정에서 이 병폐를 언급하기도 하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기훈과 명기가 대립하는 과정은 압권이었습니다. 명기 역할의 임시환이 보여준 광기에 빠진 연기는 탁월했습니다. 눈에 핏줄기까지 서릴 정도로 분노한 광인의 모습으로 자신의 아이까지 희생하면서까지 우승자가 되고자 하는 상황은 섬뜩함 그 자체였습니다.

 

민주주의를 앞세운 광기는 그렇게 허망함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공 오징어게임은 시작 버튼을 눌러야만 하고, 세 가지 이니셜 중에서 매 번 한 사람 이상이 죽어야 하는 원칙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광기에 빠진 명기로 인해 마지막 대결은 갓난아이와 기훈의 대결로 남겨지고 말았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456억이라는 엄청난 상금이 눈앞에 있습니다. 상대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입니다.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눈 딱 감고 바닥으로 던져버리면 기훈은 엄청난 상금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훈이 이 게임에 다시 참여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결론은 너무 당연했습니다.

 

앞서 두 어머니의 희생처럼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기훈 역시 명확했습니다. 명기를 제거한 이유도 그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둘 중 하나가 남았을 때 아이를 희생시킬 아버지에게 갓난아이를 맡길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마지막 순간 황 감독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주제가 등장합니다.

오징어 게임 3 기훈이 남긴 마지막 말의 가치와 의미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기훈은 갓난아이를 위해 자신을 내던졌습니다. VIP들이 장난처럼 움직이는 말이 아닌, 숭고한 가치를 가진 인간으로서 삶을 선택한 기훈의 모습은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을 기획하고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다움을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에 대한 분노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가진자가 다수의 가지지 못한 자들을 착취하는 시스템이 정상일 수는 없습니다. 이는 '오징어 게임'은 철저하게 현실을 고증하고 축약해서 만들어진 것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하나의 기계 부품처럼 취급당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치거나 죽으면 대체 가능한 존재가 노동자입니다. 사업주에게 노동자는 그저 채스판이나 장기판의 말이나 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일 뿐입니다. 언제라도 갈아치울 수 있는 존재인 노동자가 사업주들에게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빵 공장에서 반복해서 노동자가 죽는 사고가 벌어지지만 이에 대해 사업주가 처벌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거대한 부를 쌓은 사업주는 민주주의가 지켜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법이 오히려 반민주주의적인 가치에 동원되는 것이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철저하게 '오징어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빵 덩이 하나 던져주고 굶주린 이들이 서로 싸우며 한 조각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상황. 그리고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며 우월함을 느끼며 즐기는 부류가 존재하는 것이 전 세계의 공통된 모습입니다. 그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구도는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 3-프런트 맨은 무슨 생각일까?

'희망'의 존재인 갓난아이를 최종승자로 남겨두고 스스로 뛰어내린 기훈의 희생은 어떤 의미일까요? 앞선 어머니들의 숭고함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최소한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프런트맨은 절대 갓난아이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작은 확신도 존재했을 겁니다.

 

오직 형을 찾기 위해 어렵게 들어간 섬은 폭파 직전이고,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프런트맨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생 준호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요? 섬이 폭파된 지 6개월 후 일상을 찾은 남겨진 이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놀이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며 사는 경석은 가면으로 가려져 알 수 없던 노을의 초상화를 그려줍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져 구하고 싶었던 경석의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노을은 행복했습니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요? 노을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딸이 중국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화를 받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노을에게는 그 자체가 또 다른 희망입니다.

 

박 선장 집으로 들어가 공격하는 개를 죽여 6개월 동안 교도소에 있었던 우석은 준호의 축하를 받으며 출소했습니다. 기훈이 남긴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여관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우석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준호는 집에 들어오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222번 아이가 놓여있고, 함께 있던 카드에는 456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건 형이 동생에게 주는 선물일까요? 아니면 모두의 희망이었던 222번 아이의 미래를 위함일까요? 그건 후자일 겁니다. 기훈이 쓰지 않았던 현금은 사라졌는데, 그건 프런트맨이 가져간 것이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3-기훈의 최후와 의미
오징어 게임 3-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딱지녀 케이트 블란쳇

미국에서 살고 있는 기훈의 딸을 찾은 프런트맨은 아버지에 대해 차가운 그에게 유품을 전달합니다. 그 안에는 222번 아이와 함께 있던 카드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기훈이 남긴 유산인 상금이 존재하겠죠. 그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프런트맨은 뺨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골목을 바라봅니다.

 

LA의 한 골목에서 서울의 지하철에서 딱지남이 하던 것처럼 딱지녀가 딱지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딱지녀는 신호에 걸려 멈춰서 자신을 보는 프런트맨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게임을 지속하는 딱지녀의 모습은 시즌 4를 위한 포석일까요? 아니면 '미국판 오징어 게임'의 예고일까요?

 

케이트 블란쳇이 특별출연으로 딱지녀를 출연하는 것은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가 딱지녀가 되어 정말 찰지게 상대의 뺨을 때리는 장면 하나 만으로도 마지막이 마지막이 아니게 만드는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제가 '인간'이듯, 이 게임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침참해 간 황 감독의 집요함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선과 악이 폭주하듯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감독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딜레마 속 상황들에서 가장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줄곧 던지고는 합니다. 

 

사실 '오징어 게임'을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써야 할 정도로 다채롭습니다. 그만큼 할 이야기는 많지만 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내와 해외의 반응이 다른 이유는 너무 명확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바라보는 우리와 타인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오징어 게임 중이다

'오징어 게임'에 함의된 주제와 황 감독이 이를 통해 세상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린 '인간'이라는 메시지입니다. 기훈의 마지막 발언은 그래서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리라고 생각되던 갓난아이의 탄생은 황 감독이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오징어 게임 중이기도 합니다.

 

우리 생은 폭망했지만, 그래도 다음 세대들은 지금보다 희망찬 삶을 살기 바라는 바람이 그 안에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의미는 그럼에도 여전히 이 부조리한 삶은 지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파괴하려던 기훈은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어딘가에서 지속되고, 또 다른 기훈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모호성'이 어쩌면 가장 '오징어 게임'다운 결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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