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화재사건으로 치킨집 딸인 효주는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다행스럽게 사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 의한 방화라는 사실은 명확해졌습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아내고 진범을 찾는 것은 이제 유치원으로 간 형사들의 몫이었습니다.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형사들은 각각 수사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그중 중력은 객관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자신의 스승인 민수의 가게이고, 크게 피해를 입은 이는 조카라고 부르는 아이입니다. 객관적일 수 없는 환경이었죠.
효주를 습격한 자가 곧 범인이란 생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환과 민서는 친구의 당일 증언을 통해 헤어진 남자친구가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질척되며 효주에게 집착했다는 말은 의미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력은 효주를 스토킹하던 전 남자친구가 범인이라 생각하고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증거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확정하고 증명하려는 수사 방식은 진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력의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캐릭터를 잘 살렸다고 보이죠.
중력의 이런 방식은 직선적입니다. 곧바로 전 남자 친구를 찾아가 체포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말이죠. 물론 체포 과정은 합법적이었습니다. 기고만장해서 세상 두려운 것 없는 금수저와 그의 친구들은 중력에게 시비를 걸었고, 금메달리스트다운 주먹으로 단숨에 정리해 버렸죠.
유빈은 중력과는 정반대 인물입니다. 세상 모든 장점을 다 모은 것 같은 인물이 바로 유빈입니다. 엄청난 학력과 함께 뛰어난 능력을 겸비한 그가 강력반 반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그는 정확하게 증거를 찾아 수사합니다.
그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직 증거만 찾는 유빈은 그래서 믿음직스러울 수밖에 없죠. 이런 유빈과 자꾸 연결되며 함께 움직이는 민서는 언제나 허당미만 보일 뿐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치킨집주인인 윤민수를 의심하고 있는 유빈은 그를 찾았고, 그곳에서 트로피를 만지다 손목 부분이 빠지자 다급히 입안에 넣어버리는 민서는 강합니다.
얼굴 생김새와 전혀 다른 그의 행동들은 동료들이 걱정할 정도입니다. 너무 더러워서죠. 음식을 먹을 때도 바닥에 흘린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 먹는 민서를 보며 제발 그러지 말라는 동료들. 그런 그들에게 5초 안에 먹으면 상관없다며 당당한 민서는 언제나 자신의 일에 당당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빈도 은근슬쩍 민서의 편에 선다는 것이죠. 감염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5초라는 시간은 충분히 담보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말에 다른 이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화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들은 넷입니다.
효주의 전 남자 친구, 보험을 4개나 든 건물주, 근처 치킨집 사장, 그리고 치킨집주인인 윤민수입니다. 당연하게도 중력은 선배는 전혀 이 사건과 관련 없는 피해자라 확신하고 있었고, 효주 전 남자 친구가 범인이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당일 행적이나 그가 그동안 효주에게 보인 행동들을 보면 범인이 분명하다 생각했습니다. 헤어지자는 효주의 요구에 반발해 스토킹을 해왔다는 사실은 증거로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일 효주가 노래방에 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는 것은 그를 감시하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중력이 생각한 사건 당일 시나리오는 효주를 뒤따르던 전 남친이 자신과 다시 만나주지 않는 그를 폭행하고, 자신의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력의 이런 주장은 무의미해졌습니다. 알리바이가 있었으니 말이죠.
건물주가 하필 화재가 나기 전 보험을 4개나 든 것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기 건물에 방화를 저질러 보험금을 타내려는 보험 사기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도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보험상담원이 너무 마음에 들어 환심을 사려 들었던 것뿐이었습니다.
근처 치킨집주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가장 커 보였습니다. 민수가 그 동네에 치킨집을 열면서 호평이 이어졌고,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상대 업주가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서가 만난 업주는 그저 외모가 범죄자였습니다. 화상 흉터까지 있는 상황에서 의심은 커질 수 있었죠. 뭐 하지만 외모와 현실은 완전 딴판이었습니다. 범죄자 외모에 소녀 감성을 가진 상대 치킨집주인은 범행을 저지를 만한 인물도 아니었고, 실제도 그랬습니다.
남은 유력한 용의자는 윤민수입니다. 중력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싶었지만, 유빈은 그가 합리적인 용의자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메달을 가게에 전시할 정도로 특별하게 생각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화재가 벌어지기 전 자신의 집으로 옮겨뒀습니다.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고 애정하는 물건이 화재로 사라지지 않기 바라는 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더욱 민수는 최근 코인에 투자하며 큰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여기에 막내 형사인 탄식이 밝혀낸 리뷰 조작도 의심을 키우는 이유로 작동했습니다. 별점이 높다며 맛있다는 다른 형사들과 달리, 유빈은 이 정도 평점을 받을 맛은 아니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던 것과 같은 결과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유빈은 민수가 딸이 크게 부상을 당했음에도 효주에 대한 걱정보다는 방화 여부를 먼저 물었다는 사실을 의심했습니다. 이는 범인의 행동 양식을 보면 보다 명확해집니다.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질문이 무의식 중에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믿지 않으려는 중력도 이런 증거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중력은 반장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민수의 코인 투자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방화한 범인이 드디어 밝혀졌습니다. 직접적으로 불을 지른 범인은 민수가 아니라, 복싱 도장에 다니던 지웅이었습니다. 효주와도 친했던 지웅은 가장 먼저 화재 신고를 했고, 그를 병원으로 옮긴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 처음이라는 것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가 키운 지웅은 항상 말썽만 피웠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학교에서 매일 싸움만 하던 지웅을 권투의 세계로 이끈 인물도 민수였습니다. 그에게서 충분한 가능성을 봤던 민수는 지웅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부모가 없는 지웅을 대신해 아버지 역할을 했고, 할머니를 극진하게 모시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민수는 최선을 다했고, 지웅 역시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수가 지웅의 집을 찾았습니다.
술에 취해 귤을 사들고 지웅을 찾아간 민수는 한참 고민하다 제안 하나를 했습니다. 지독한 상황에 처해있어 화재 사건을 만들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지웅이 불을 질러달라 제안했습니다. 이미 모든 준비는 민수가 다 해났으니 가게가 끝난 후 들어가 불만 붙이면 된다고 했죠.
문제는 그날 그 자리에 효주가 있을 것이라고 민수나 지웅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불을 지르려는 지웅을 목격한 효주는 분노했고, 그렇게 신고하려는 막는 과정에서 기름이 바닥으로 쏟아졌습니다. 다음 단계는 효주가 기름에 미끄러져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었습니다.
피까지 흐르는 상황에 지웅은 효주가 죽었다 생각했습니다. 당황해 밖으로 나왔지만, 설상가상 불까지 나자 다급하게 효주를 업고 병원으로 향한 것이었죠. 우발적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지만 해서는 안 되는 범죄는 그렇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효주는 병원에서 깨어난 후 단기기억상실을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또렷하게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죠. 이후 아버지의 행동들까지 본 효주는 이 모든 것이 꾸며진 사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효주는 기억상실로 사건을 덮으려 했습니다.
홀로 자신을 키운 아버지를 누구보다 끔찍하게 생각하는 딸은 그렇게라도 아버지를 돕고 싶었습니다. 국가대표가 코앞이었던 지웅은 자신과 할머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민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비록 범죄라고 해도 말이죠.
한 사람이 잘못된 판단은 억울한 피해자들만 양산했습니다. 효주는 죽을 수도 있었고, 앞길이 창창했던 권투선수는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꿈을 앗아간 민수는 자신의 삶마저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받친 그 인생 전체를 통째로 던져버린 셈입니다.
네 쌍둥이 아빠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경찰이라는 공무원으로 살아가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아내는 뜨개질 알바를 합니다. 자신 때문에 아내가 고생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정환은 우리 시대 아버지입니다.
뜨개질 알바를 하면서 이를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도 해보겠다는 정환의 아내는 우리 시대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네 쌍둥이들을 어떻게든 잘 키워내려는 노력들이 이들 부부에게 잘 드러나 보이죠. 이런 상황에 딸 생일에 공룡을 좋아하는 그들이 원하는 단 하나는 티렉스였습니다.
다른 공룡들은 다 있는데 티렉스만 없어 간절하게 원하고 있죠. 그런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아버지 정환은 유치원으로 쓰던 강력 2팀 사무실에서 티렉스를 봤던 기억을 꺼냅니다. 하지만 이미 그 티렉스는 그곳을 다녔던 아이 동구의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정환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라 하지만, 유치원에 있던 것을 알고 있는 동구는 이전에는 누구 것일까요?라는 말로 사전 차단합니다. 간절하게 티렉스를 원하는 정환은 동구의 요구에 놀이터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완벽한 티렉스 흉내를 냅니다.
딸을 위해서라면 모두가 자신을 손가락질해도 상관없었습니다. 마치 티렉스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완벽하게 재현한 정환에 놀라는 동구는 추가적인 제안을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타달라는 거였습니다. 총으로 맞춰 상품을 탈 수 있는 그 장소는 사격 대표팀이었던 정환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최적화된 장소는 아니라는 점에서 권총을 요구하고 동구가 원하는 장난감을 획득하는 과정은 이들 간에 특별함이 쌓이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티렉스를 얻은 정환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한 행복으로 가득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은 정환의 티렉스 사건으로 잘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하고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 긴장감은 들지 않습니다. 코믹 요소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좋지만, 그에 못지않은 긴장감을 부여해야 양쪽이 빛날 수 있는데, 그저 시트콤적인 상황극에만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이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과거의 시트콤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한 반복된 이야기 구성은 아쉽기만 합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그에 맞는 보다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고, 시트콤의 재미와 함께 K드라마가 잘하는 복합장르로서 도전도 절실해 보이지만 제작진들은 이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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