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4. 12:04

가족입니다 13회-말썽피우는 부모가 된 정진영과 원미경

첫 데이트를 앞두고 행복했던 상식은 진숙을 향해 가다 쓰러지고 말았다. 해바라기 한송이를 들고 환하게 웃던 상식은 그렇게 횡단보도에서 쓰러졌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 그저 이명 증세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석증이 의심된다는 소견만 나온 상황이었다.

 

추가적으로 정밀 검사를 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만 나온 상황에서 상식과 진숙은 섬뜩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응급실에서 다른 환자 가족들이 나누는 이야기였다. 매일 술 마시고 응급실에 실려오는 부모를 향해 '말썽 피우는 부모'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진숙과 상식 모두 자신들이 말썽이나 피우는 부모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졸혼을 선언했고, 기억을 잃고 22살로 돌아가기도 했던 그들은 아이들을 당황하게 했다. 그런 점에서 그들 역시 말썽 피우는 부모가 된 셈이었다. 

 

진숙을 말로 이기지 못해 도시락을 집어던졌다며 자신이 유리창을 깨는 짓은 하지 않았냐고 되묻는 상식은 모든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부족하고 그렇게 못난 자존감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만 주는 행동을 반복했으니 말이다.

 

어머니의 썸을 의심하던 지우는 집앞에서 우연하게 부모님을 보게 되었다. 썸 대상이 유 씨가 아니라 아버지라는 사실에 지우는 행복하기만 했다. 열심히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누나들에게 알리지만 그들의 고민은 부모의 행복한 여정을 흘려보낼 정도다.

 

이혼을 결심한 은주는 태형에게 사과를 받았다. 평생 그런 짓은 하지 못할 것 같았던 태형은 진심을 다해 아내인 은주에게 사과를 했다. 자신이 행패를 부린 방을 직접 치우라는 은주는 그렇게 태형이 어떤 상태였는지 객관적으로 보도록 했다.

 

자신을 속인 남편이지만 은주는 차분하게 태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런 고민 끝에 은주는 태형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태형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을지 그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은주의 노력으로 태형은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기 시작했다. 부모의 요구대로 살아왔던 태형은 어머니에게 찾아가 이혼 과정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 은주에게 최대한 양보하겠다는 태형의 의지였다.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려는 태형의 마음은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이었다.

잘 끝내야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는 은주의 말은 많은 의미로 다가온다. 잘 된 마무리는 좋은 출발을 해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간관계의 정리는 그만큼 신중하고 잘해야 한다. 태형 역시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의 좋은 출발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집을 찾은 은주는 차마 엄마와 단둘이 앉아 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은희를 불러 함께 한 그 자리에서 이혼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엄마는 졸혼하면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둘레길이든 어디든 자유롭게 걷고 싶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봤던 주인공이 홀로 베낭 하나 메고 길을 걷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는 진숙은 그렇게 자유롭고 싶었다. 살아오며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어머니들의 삶은 그렇게 자유를 갈구하게 만든다. 평생 희생만 했던 진숙의 바람도 그것이었다.

 

술도 못하던 엄마가 딸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까지 한다. 모두가 있는 그 자리에 상식만 없다. 진숙은 상식을 상상해본다. 이런 모습을 보면 환하게 웃으며 자식들을 바라볼 남편 상식. 그 오해만 없었다면 이런 상상은 현실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이렇게 살 수도 있었잖아"

 

진숙의 이말은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온다. 충분히 온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었다. 딸들이 집밥 먹고 싶어 왔다는 말에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행복한 표정을 보이는 진숙은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다.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들에게 가장 행복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니 말이다.

 

정밀 치료를 앞두고 불안해 하는 상식을 위해 진숙은 서로 고백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진숙은 상식은 지금껏 허깨비와 싸운 거라고 했다. 은주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진숙. 상식은 태산 같았다고 했다. 자신을 따뜻하고 보듬고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남편이었으니 말이다.

최소한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약속은 지켜줬다며 "고마워"라고 감사해하는 진숙과 그런 아내를 보며 한없는 후회를 하는 상식은 자신은 허깨비가 아닌 못난 자신과 싸운 것 같다고 했다. 후회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이 그래서 상식은 더 답답하기만 하다.

 

찬혁이 운전면허를 지금까지 따지 못한 것은 형 때문이었다. 자신과 두살 터울이었던 형은 여름 방학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엄마가 운전면허를 따던 날 갑작스러운 비보로 인해 찬혁 가족에게는 평범한 일상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형의 죽음 후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 가족은 싸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 위태로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하며 버티며 살아내고 있다는 의미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형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다고 남들은 이야기하지만, 찬혁에게 운전면허 장소가 공포의 공간이었다.

은희에게 이런 말을 한 찬혁은 프러포즈를 했다. 자신의 이 비밀은 평생 함께 할 한 사람에게만 고백하려고 했다는 말로 말이다. 친구와 연인 사이 그 넘어서지 못하는 경계를 찬혁은 무너트렸다. 하지만 은희는 복잡하고 힘겹기만 하다.

 

찬혁의 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은 은희 손에는 결혼 반지가 있었다. 이미 헤어진 건주에게 받았을까? 그렇게 되면 막장처럼 흘러갈 수밖에 없다. 찬혁을 거부하기 위해 헤어진 건주와 결혼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동안 쌓아온 은희 캐릭터를 망가트리는 일이 되니 말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막내 지우의 비밀은 무엇일까? 연인이 외국에 있다고 말해왔던 지우는 정말 연애를 하고 있을까? 태형처럼 성 정체성에 대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밀 검사를 마친 상식은 과연 어떤 병일까?

 

이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한 상식과 진숙은 그렇게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야 할까? 아니면 모든 것을 이겨내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제 세 번의 이야기 속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우리 시대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웰메이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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