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독립운동 유적지 탐사냐?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것이 여전히 우린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독립운동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명확하다.
친일을 하던 자들이 권력을 잡고 독립투사들을 학대한 역사는 모두가 아는 우리의 현대사다. 김구 선생이 암살을 당한 곳은 독립을 이룬 대한민국에서였다. 권력욕에 휩싸인 자들은 그렇게 친일잔재들을 앞세워 독립한 조국을 유린했다. 그렇게 점령군이 된 그들에 의해 우리의 현대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대한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독립투사들은 여전히 해외에서 묻혀있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 어느 나라도 독립투사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곳은 없다. 친일 잔재들이 권력의 중심부에 뱀처럼 똬리를 꼬고 있으니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힘들었던 것도 당연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수백번 곱씹어도 중요한 말이다. 정말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는 외국인들보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들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런 기획은 더 많아져야만 한다. 우리의 뿌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 노력하는 것은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임정로드는 유준상의 '태극기함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같이 펀딩>의 상징과 같은 이 프로젝트는 많은 성과들을 거뒀고, 거두고 있다. 그런 태극기함을 들고 윤봉길 의사의 발자취를 찾는 이번 프로젝트는 그래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윤봉길 의사 의거 전후 9일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임정로드'를 위한 상하이 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계획한 곳이 사해다관이었다. 프랑스 조계지에 위치해 치외법권 지역이었기 때문에 항일운동을 하게 된 곳이었다.
사해다관에서 차를 마시며 거사를 준비했고, 첫 번째 여정지인 그곳으로 향했지만 현재 그 장소는 사라지고 대형 주상복합 건물로 변해 있었다. 찻집이 아닌 옷가게로 변한 그곳에서 태극기와 함께 사진을 찍은 그들이 찾은 두 번째 여정지는 한인애국단 본부이자 안중근의 동생인 안공근 집이었다.
안공근 집은 도로가 나면서 허물어진 상태였다. 다른 집들은 보존되었지만, 한인애국단 본부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 찍힌 곳이다. 그만큼 역사적 가치가 큰 곳임에도 보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다가온다.
훙커우 의거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작전 회의를 한 곳인 YMCA는 호텔로 변해있었다. 유준상과 데프콘은 이곳에 숙소를 잡았다. 유준상은 자신의 심경을 담아 자녀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는 등 당시의 감정으로 쓴 글들도 먹먹하게 다가왔다.
윤봉길 의사와 김구 선생이 의거를 앞두고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한 김해산의 집은 남겨져 있었다. 다른 이들이 거주하는 곳이었지만 공간이 주는 가치는 컸다. 중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소고기를 김구 선생이 구해 의거를 위해 떠나는 윤봉길 의사에게 따뜻한 '소고기 뭇국'을 대접한 곳이었다.
김해산의 집을 나와 회해종로를 걸어 훙커우 공원으로 향하는 과정 역시 묘한 기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길 한쪽에서 시계를 바꾸고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김구 선생에게 건넨 윤봉길 의사.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1932년 4월 29일 훙커우 의거. 1만 명이 넘는 일본군이 가득한 그곳에서 윤봉길 의사는 물통과 도시락 폭탄을 가지고 입장했다. 그리고 성대하게 열린 일본의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져 의거는 성공했다. 혈혈단신 일본군 속에 들어가 임무를 완수한 윤봉길 의사는 마지막까지 담담했다.
훙커우 공원에 마련된 기념관에는 윤봉길 의사의 많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윤봉길 의사를 기리기 위한 꽃들 역시 흉상 앞에 가득했다. 그 자리에 가져온 태극기를 세우고 잠시 밖에서 바라보던 유준상이 오열하는 것도 당연했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변한 '임정로드'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다른 곳에 여행을 가기보다 우리가 필수코스로 이곳을 찾는다면 중국에서 먼저 '임정로드'를 특별하게 조성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할 수 없다면 국민들이 나서 만들 수 있다. 그 위대한 발자취를 따르는 것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친일을 공공연하게 외치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같이 펀딩>이 보여준 '임정로드'는 그래서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우린 여전히 우리 과거를 잊으려 노력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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