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내재된 분노를 터트린 양선, 오히려 행복한 종말을 고하는 신호이다
종희에게 정식 프러포즈를 받은 무열은 마냥 반갑지는 않았습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존재임에도 정작 다시 돌아와 자신 앞에선 그녀에게서 과거의 희열과 사랑을 느낄 수 없는 무열은 그것이 힘겹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종희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무열이 이토록 힘들어 하는 것은 은재가 자신 곁에 있기 때문이지요. 정말 싫어했던 존재가 함께 하고 있으며 서로가 천생연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진정한 사랑은 그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을 위협하던 사건이 종희 고양이를 죽이는 사건으로 확대되자 무열은 그녀의 집 앞에 CCTV를 달아 둡니다. 하지만 이 장치가 달리자 종희가 아닌 은재에게 집중되는 모습은 그를 잘 알고 있는 동수에게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에게 무열이 은재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런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조금씩 진행되어 왔었을 뿐이니 말입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사이 가장 좋아하는 사림이 종희가 아닌 은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무열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종희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 은재가 좋아진 것도 사실이니 말이지요. 동수가 이야기 하듯 이런 무열의 모습은 양다리를 걸친 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무열에게는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를 선택 해야만 합니다.
자신의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될 것이라 확신했던 종희가 마지막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위한 과거의 사랑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무열이나 종희 모두에게는 힘겨운 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무열의 마음이 이미 많이 변했음은 동수만이 아니라 종희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세한 변화와 과거와 현재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은재와 무열의 행동에서 그들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종희는 어쩌면 그 순간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 모호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무열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무열이 자신을 받아준다면 행복한 일이지만 은재를 선택한다고 해도 질질 감정을 끌며 소비하는 것보다는 빨리 정리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사실을 종희는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난로'에서는 단순히 무열과 종희 혹은 무열과 은재의 사랑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수와 수영, 태한과 동아, 그리고 은재의 부모들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하고 재미있습니다. 다채롭게 다가오는 사랑들 이지만 그 안에는 공통점은 존재합니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절대명제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랑의 결말은 바로 그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게 만들어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종희에게는 은재를 떨쳐낸 둘 만의 데이트라고 생각되었지만 무열에게는 종희에게 이별을 고하는 마지막 데이트였습니다. 종희의 기억 속에 있던 데이트 장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고 그들이 들린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만찬은 무열의 이별 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종희와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면서도 과거 종결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와의 만남은 그저 추억을 돌아보고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은재와의 사랑은 현재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은재가 홀로 집에 남아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종희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극명하게 갈리지만 그런 극명한 차이는 곧 마지막을 위한 반전이었다는 점에서 잔인하기만 합니다. 멋진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달콤한 후식과 함께 전해지는 이별은 그 달콤함이 더해져 더욱 쓰리고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별을 위한 방식과 장소로서는 잔인하기만 합니다.
헤어짐이라는 불안함을 가지고 함께 하는 시간과 이런 시간들 끝에 나온 불안함의 근원은 결과적으로 이별을 고하는 이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되겠지만, 이별을 통보받는 쪽에게는 이보다 더욱 잔인한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별에 부정해보기도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무열을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 종희는 힘겹기만 합니다.
"네 마음 편하자고 내 마음 불편한 건.."
이라는 종희의 말은 헤어짐을 경험하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자 숙명일 듯합니다. 여전히 무열이 종희를 좋아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는 은재와 막 이별을 선언하고 은재에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무열. 헤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무열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런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준다는 점에서 참 사랑이란 힘겨운 일인가 봅니다.
수영을 사랑한 동수 역시 자신의 사랑이 가장 진솔한 사랑이라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수영이 유산을 하고 병실로 실려 간 상황에서 장모에게 들었던 한 마디는 동수를 힘겹게 합니다. 평생을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딸이 결국 자신에게서 벗어나 동수에게서 자신에게 받았던 고통과 억압을 당하고 사는 것이 아니냐는 발언은 동수를 힘겹게만 합니다.
참고 또 참고 그렇게 참아도 참을 수 없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수영은 그 고통의 끝에서 해서는 안 되는 분노를 표출하고 말았습니다. 동수와 수영은 서로를 위해주고 배려해주는 완벽한 부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수영은 항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막아가며 동수를 위해 살아왔습니다. 동수가 빠른 은퇴를 하면서 그녀가 꿈꾸었던 행복은 둘이 함께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를 사랑하는 동수는 험한 매니저 일을 택했고 그런 동수의 선택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인내하고는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그런 인내의 한계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 양선은 수영에게 종희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주문을 걸었고 그렇게 내재된 감정은 개인전을 앞둔 그림들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드러났습니다.
천재인 종희와 평범한 자신. 그리고 유명한 화가인 엄마 사이에서 그녀가 느낄 수밖에 없었던 한계는 그녀의 트라우마로 삶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종희가 영국으로 떠나고 그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다시 돌아온 종희로 인해 그 숨겨졌던 기재가 다시 발동을 하며 그녀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이끌었습니다. 남편의 이제 더 이상 참고 살지 말라는 말 한 마디에 평생을 숨기고 살아왔던 감정이 표출된 이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으로서는 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수영이 받은 엽서가 원인으로 드러나고 그녀에게 누가 엽서를 전달했는지 밝히는 과정에서 무열의 가정부인 양선이 범인으로 드러날 수밖에는 없습니다. 무열에게 수영의 아픔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이는 곧 희열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그녀의 발언은 무열을 두렵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수영의 이런 행동은 그녀가 평생을 안고 살아왔던 그 트라우마를 벗어던지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녀로 인해 범인의 윤곽은 더욱 선명해질 수밖에는 없고 CCTV(수영 아파트)에 드러난 양선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그가 범인임을 드러내 줄테니 말입니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아이가 되어버린 동아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녀가 태한과 연인이 되고 그를 통해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다스리고 혹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사랑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자신과 아이들을 버리고 간 부인을 평생 잊지 못하고 다시 합치고 싶어 하는 은재의 아버지는 순수한 사랑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소유욕만 가득한 양선의 어긋난 사랑과는 달리 소유가 아닌 믿음이 바탕이 된 사랑은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세상이 이런 사랑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일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은재 아버지가 보여주는 사랑은 어쩌면 '난로'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이거나 극단적인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 해결과 함께 본격적으로 진행될 그들의 사랑이 과연 어떤 엉뚱 함들이 함께 하며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해줄지 기대됩니다. 말도 안 되도록 유쾌하고 상쾌한 은재와 무식하지만 매력적인 무열의 사랑이 기다려집니다. 오피스텔 로비에서 은재와 마주한 무열이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천생연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장면은 유쾌하기만 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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