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슬이 데뷔 100일 만에 1집을 마무리하는 개인 콘서트를 열었다. 기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콘서트다. 2곡이 전부인 가수가 콘서트를 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앨범 1장 가지고도 콘서트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개인 콘서트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재석의 유산슬이기에 가능한 기획이고 환호였다. 김태호 피디가 잘하는 장기들이 이번 콘서트에도 잘 묻어났다. 자기 표절이라고 할 수 없는 고유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상징성들이 이번 특집에서도 잘 드러났다. <무한도전>에서 2년에 한 번씩 했던 '무도 가요제'의 변칙적인 방식이라 봐도 좋다.
음악은 연령과 국가, 종교를 뛰어넘어 하나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 때로는 장르도 무의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음악은 언제나 대단한 가치와 의미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트로트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점령한 가요계에 올 한 해 강력한 존재감을 보인 트로트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대한민국 대중가요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모든 장르들이 골고루 사랑을 받았었다. 어쩌면 그런 다양성이 가능해지는 시간이 다시 도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청년 세대들을 중심으로 분 '뉴트로' 열풍이 이런 현상을 앞당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2020년은 보다 풍성한 다양성이 자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합정동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 단 두곡으로 활동한 유산슬의 1집 마무리 콘서트에 수많은 이들은 관심을 보였다. 공연을 보기 위해 110:1이라는 경쟁률을 뛰어넘어야 할 정도로 인기였다. 말 그대로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콘서트는 흥미롭고 풍성했다.
연말만 되면 습관적으로 하는 방송 3사의 시상식은 엄청난 돈과 인력들을 투입한다. 그렇게 자사 프로그램들을 돌아보고 상을 나눠주는 행사들은 억지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가로채고 있을 뿐이다. 매년 반복되는 연말 시상식 폐지에 화답하지 않는 방송사들의 행태는 그래서 씁쓸하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방송사들의 행태와 달리, '유산슬 콘서트'는 이런 모든 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었다. 이게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연말 시상식의 변화는 강력하게 요구되어야만 하니 말이다. 트로트 가수들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가수들과 달리,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는 이들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유산슬'의 데뷔는 중요했다. 처음부터 작사, 작곡을 하는 과정을 통해 대중들은 몰랐던 트로트를 만드는 이들을 직접 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많이 알수록 정이 갈 수밖에 없다. 트로트와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들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트로트 중흥 프로젝트'라고 스스로 명명한 이유 역시 이 지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연주자들의 모습 역시 부각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놀면 뭐하니? 뽕포유?>가 중요했던 이유는 대중들이 알길 없는 진짜 주인공들에 대한 배려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삶을 한 번이라도 조명했다는 것은 큰 가치로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그들이 존재하기에 무대가 화려할 수 있음을 다시 깨닫게 했으니 말이다.
두 곡 가수 유산슬의 콘서트는 말 그대로 순삭으로 지나가고, 진행자 유재석에 의해 새로운 콘서트는 시작되었다. 유산슬을 만들어준 선배들의 축하 무대는 현장을 열광으로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진성, 박상철, 홍진영, 김연자로 이어지는 무대는 말 그대로 최고였다.
후끈하고 화려했던 트로트 무대가 끝난 후 그들이 준비한 것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였다. 한국 대중음악의 산증인인 아코디언 연주가인 심성락 무대는 존경과 찬사를 위한 헌사였다. 트로트를 하며 왜 대중음악의 뿌리와 역사 이야기가 나오냐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소박한 듯 했던 콘서트는 나름의 흐름과 재미를 듬뿍 담은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했다. '아기 상어' 트로트 버전까지 준비되었고, 이후 다양한 형태의 보여주지 못한 콘서트가 남겨져 있다는 점에서 연말연시 가장 흥미로운 축제가 되었다. 놀면 뭐해 뭐라도 하자면서 시작한 무모한 도전은 이렇게 성과를 다시 남겼다.
<무한도전>의 아쉬움을 채워내기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들이 많지만, 그렇게 새롭게 유재석을 통한 만렙 퍼포먼스가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툭 던지고 그 안에서 뭔가를 찾아가며 확장하고 완성해 나가는 김태호식 제작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유산슬의 모습을 보면 트로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어떤 기획을 하느냐에 따라 중흥기를 이끌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색다른 기획과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집중시키면 진정한 의미의 트로트 전성기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피디의 아바타가 되어버린 유재석의 변신은 2020년 어떤 식으로 변주해 갈지도 궁금해진다. 원맨쇼에 가까운 유재석을 앞세울 것인지,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해가며 가치를 확장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게 그거인 예능판의 새로운 신선함을 선사하는 일. 그건 유재석과 김태호 피디가 꿈꾸던 세상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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