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마저 무도로 만든 무한도전의 힘
지난 주 '나가수' 세트에 모여 세 번의 가요제를 개최했던 만큼 우리도 이제 '나름 가수다'라는 기치아래 서로 경연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나름' 가수라고 자부하는 그들이 처음부터 자신의 대표곡이 아닌 다른 이들의 곡을 부르는 임무를 부여받는 것은 파격이지만 그 역시 그들에게는 일상이었습니다.
실제 가수 길과 하하, 반 가수 박명수, 뮤지컬 배우 정준하 등은 그나마 노래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 멤버였습니다. 유재석과 정형돈, 노홍철은 노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유재석이 무도 가요제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정식적으로 노래와 관련된 일은 하지 않았지요. 가창력 제로에 가까운 노홍철은 번외 일 수밖에는 없고, 정형돈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완벽해 다시 한 번 '늪'의 공포와 충격의 시간을 전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였습니다.
유재석의 '삼바의 여인'을 부르게 된 길은 리쌍 멤버인 개리와 한 식구나 다름없는 정인과 함께 무대를 준비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중간 평가에서는 락 버전의 곡을 불러 기대감을 높였지만 삼바 리듬을 극대화한 본 경연 곡은 그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공연은 자연스럽게 기대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노홍철의 '더위 먹은 갈매기'를 불러야 하는 유재석은 걱정이 한 가득입니다. 그저 내지르기만 하는 노홍철 특유의 노래는 다른 사람이 따라 하기도 힘드니 말이지요. 중간평가에서 자신이 직접 부르고는 쓰러질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지르기만 하는 '괴성 가창'은 부담 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더욱 편곡을 해주기로 한 신사동 호랭이가 과로로 쓰러지며 중간평가에서는 자신의 곡을 부르지도 못하는 참사를 당해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더위 먹은 갈매기'라는 곡이 철저하게 노홍철만을 위한 곡이라 편곡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은 유재석에게는 거듭되는 악재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신사동 호랭이가 퇴원해 편곡을 완성하기는 했지만 촉박한 시간 안에 경연을 완수하기에는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니 말이지요. 오랜 친구인 송은이와 후배 김숙을 미미 시스터즈처럼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꺼내들었지만 쉽지 않은 경연이 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김광진에게 편곡을 맡긴 노홍철이 노라조와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사랑의 서약'을 부르기로 하는 과정에서 설명이 부족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노홍철과 가장 어울릴 법한 이들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기괴한 무대를 모의하는 그들의 도발은 어쩌면 가장 기묘한 무대로 탄생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노라조가 기존 가요계에서 접하기 힘든 노래를 선곡해 파격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그들의 조합은 어떤 식일지 상상이 가지요.
정준하의 '영계백숙'을 불러야 하는 정형돈은 아는 사람이 없어 제작진들이 섭외한 뮤지컬 팀과 준비를 합니다. 원미솔과 김동연이라는 국내 뮤지컬계의 스타들이 함께 준비를 하는 만큼 의외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정형돈 스스로 놀랄 정도로 "이건 그저 닭이야기 일 뿐이에요"라고 외쳤듯 대단한 퍼포먼스로 거듭난 뮤지컬 무대는 무척 흥미로울 듯합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을 이끄는 원미솔과 김동연이라면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니 말입니다. 중간평가에는 이런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 채 '늪'을 재현하는 듯한 소몰이 창법의 기괴한 괴성으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정형돈. 그의 변신은 의외로 모두를 신선한 방향으로 경악시킬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션들마저 포복절도 하게 만들었던 정형돈이 과연 어떤 변신을 가져올지 무척 기대됩니다.
윤일상에게 자신의 음색과 어울리지 않는 곡이란 평가를 받고 어쩔 수 없이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를 자신에 맞게 개사해서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키 큰 노총각 이야기'라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담은 곡은 윤일상의 지적처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으로 탄생했습니다. 중간 평가에서 모두가 감탄할 정도였던 이 곡은 극찬과 비난이 이어져 많은 웃음을 만들어냈지요.
거의 대부분이 정준하의 본심이 담긴 곡에 대해 칭찬을 이어갔지만 내심 불만이었던 뚱보 정형돈은 "사생활 팔아서 감동 못주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런 사람들을 디도스 공격을 해야해"라며 불편함 심기를 숨기지 않았지요. 철저하게 '나가수'에 빙의된 이들의 맞춤형 몰입은 정말 대단하기만 합니다. 정준하 놀리기에 여념이 없는 유재석으로 인해 6년 동안 해왔던 뮤지컬 쪽에서 연락이 안 온다며 이제는 자신을 '코창력'이라고 부른다며 심란해 합니다.
박명수의 '바보가 바보를'을 원하고 운 좋게도 그 곡을 부르게 된 하하는 레게리듬에 맞춰 색다른 곡으로 중간평가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원곡자인 박명수로서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인데 레게로 인해 그 진정성이 조금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평가는 무척 호의적이었습니다. 하하의 무대를 기대하게 하는 것은 스컬이 함께 무대에 서기 때문이겠지요. 많은 이들이 스컬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하하의 무대는 어쩌면 가장 주목 받는 무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쌍의 '광대'에 애착을 보였던 박명수는 나름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스스로를 광대라고 생각하는 명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해서 이 곡을 부르고 싶다고 했지요. 그리고 결코 쉽지 않은 랩을 열심히 노력해 개리와 비슷하게 구사하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기대감을 증폭시켜주었습니다. 중간 평가에서 원곡과 다름없는 밋밋한 노래로 호평을 받지 못한 것이 그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 것으로 보였습니다. 피처링으로 김범수까지 참가하며 본 공연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광대 복장과 동춘 서커스 단원들까지 무대에 세울 정도로 열정을 다한 그의 무대는 어쩌면 연예인들의 애환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최고의 무대로 기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 가수다'는 철저하게 '나가수'를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틀이 주어지면 알아서 상황들을 만들어가는 무도 멤버들의 특징을 적극 활용한 '무도 나름 가수다'는 그래서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제작진들이 일일이 지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알아서 움직여주는 무도 멤버들의 활약은 그들에게는 고마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스페셜 MC로 자청한 정재형의 말도 안 되는 진행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미 무도 멤버들에게는 뮤지션이 아닌 개그맨으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에서 MC의 기본적인 틀을 버리고 자유롭지만 더딘 성장을 보이는 그가 과연 본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흥미로웠습니다.
전국 각지와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참가 신청을 했던 '무도 나름 가수다'는 청중평가단 공지를 하자마자 수십만 명이 신청을 하며 무도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증명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엄청난 경쟁을 뚫고 참여하게 된 600명의 청중 평가단 앞에서 과연 무도 멤버들이 어떤 공연을 펼쳐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무도 가요제를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하는 '나름 가수다'는 현재 주춤거리는 '나가수'를 능가하는 명품으로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무엇을 패러디해도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무도인 만큼 이번 '나름 가수다'역시 기대할 수밖에는 없게 합니다. 세밀한 부분들까지 '나가수'를 그대로 패러디하며 무도 특유의 비틀기로 접근하고 있는 이 기묘한 경험은 2011년과 2012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무도의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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