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치한을 노리는 한겨울의 호러는 흥미롭습니다. 뱀파이어와 헌터의 대결을 그린 무한도전의 레이스는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과거 한 차례 실패했던 좀비 특집의 새로운 버전이 될 수밖에 없는 <무한도전 뱀파이어>는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무한도전은 왜 한 겨울에 뱀파이어와 헌터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한 여름의 더위를 잠시라도 잊게 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온 몸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입니다. 그런 공포를 겨울에 하는 것은 무모함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공포영화들이 여름이 집중 개봉되는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을 즐기는 무한도전이 새해 들어 첫 번째 특집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뱀파이어'였습니다. 사람의 피를 먹고 전염을 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는 운명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위함인지 흥미롭기만 합니다. 예능을 예능으로 보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가치를 가진 무도라는 점에서 '뱀파이어'이야기는 무척이나 다양한 함의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반갑습니다.
올 블랙 의상으로 모인 무도는 낯선 이의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합니다. 순대집 니키타 여사를 찾으라는 지령을 듣고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명확하게 깨닫지 못한 이들의 혼란은 당연했습니다. 일곱 명의 멤버들이 '뱀파이어 헌터'로서 가치를 다질 수 있는 레이스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리틀 현미와 은미가 된 정준하와 하하의 미미 시스터즈의 그들만의 만담과 겁보가 된 박명수와 타고난 겁보 노홍철의 조합도 흥미로웠습니다. 헌터들 중 유일한 뱀파이어였던 정형돈이 함께 한 유재석과 길의 조합은 시작부터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피순대 집을 찾는 과정에서 형돈은 길이 자리를 뜬 사이 재석을 물어 전염을 시키는데 성공합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피를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뱀파이어의 한계를 극복한 형돈의 모습은 결국 길을 위협하게 만듭니다.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속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본인들이나 시청자들 모두를 흥미롭게 만듭니다. 의심은 하지만 확증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뱀파이어들인 형돈과 재석, 그리고 길은 남은 네 명의 헌터들과의 대결을 벌여야 했습니다.
피순대집 니키타 여사의 지령으로 무기고로 향한 그들은 그 안에서 뱀파이어를 잡는 은망치를 얻은 미미시스터즈의 공격으로 길이 소멸된 상황에서 뱀파이어들은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오직 자신의 생각만 믿고 움직여야 하는 그들의 상황 극은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상황에 내던져진 채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버텨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은망치를 들고도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 내던져진 그들에게 누가 뱀파이어가 누구인지 혼란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영생의 관을 놓고 벌이는 뱀파이어와 헌터들의 대결 구도는 그동안 무한도전이 자주 행해왔던 심리전과 레이스가 절묘하게 엮인 특집의 특징들이 함축된 내용이었습니다. 각자의 캐릭터를 극대화하면서도 제작진이 던진 최소한의 가치만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버라이어티의 가치로 다가옵니다.
서로의 외모를 보며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를 하나의 재미로 승화시키는 무한도전의 장점은 이번 특집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미미 시스터즈나 크로우 박, 호빗 하하 등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캐릭터 쇼였습니다. 버라이어티 특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바로 제작진이 최소한의 틀만 알려주고 모든 것을 출연진들이 알아서 풀어가도록 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고도 실패했던 '좀비특집'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기본적인 틀만 제공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무한도전의 특징은 특별합니다. 제작진이 요구하는 길은 존재하지만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 결과와 과정을 조금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이런 상황이 바로 리얼 버라이어티가 가지고 있는 재미를 극대화해주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추운 겨울을 시원하게 해준 스릴러 특유의 재미들을 그대로 전한 무도의 이한치한은 효과적이었습니다. 단순한 레이스를 넘어선 가치마저 품고 있는 '뱀파이어'특집은, 무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이분법적 사회에서 상대를 전염시켜야 하는 뱀파이어의 숙명이 담고 있는 가치는 다양합니다. 인간의 탐욕을 비꼬는 방식으로 인용되는 뱀파이어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사회 문제와 인간 본질에 대한 고민들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무도가 이런 뱀파이어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좀비 특집'을 만회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우리 현실을 빗댄 함의를 숨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극단적으로 분열된 현재의 우리 모습은 마치 뱀파이어와 헌터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보이지 않는 상대를 대상으로 잔인한 공격성을 내보이는 분열된 대한민국의 현실은 <무한도전 뱀파이어> 특집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거대한 음모론만 가득한 현실은 마치 무도가 만들어가는 뱀파이어와 헌터들의 대결이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분열을 조장하고 그런 분열을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좀비와 같은 뱀파이어들이 득세하는 세상. 분열의 이데올로기로 화합의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이 혼란스러운 이데올로기 세상을 통렬하게 비트는 무한도전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예능 자체의 재미로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무한도전. 뱀파이어와 헌터라는 상징적인 가치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함의들을 추측하고 고민해봐도 좋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은 역시 흥미로운 예능임이 분명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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