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한국 대중문화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다시 세웠다. 전 세계 대중음악을 이끈다는 미국 시장에서 차트 1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은 곧 세계에서 최고라는 의미와 동급이기 때문이다.
차트는 모든 나라에 존재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 미국을 압도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심지어 영국마저 미국의 음악 산업 자체를 넘어설 수는 없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우린 빌보드 차트가 가지는 가치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1894년 신시내티에서 창간된 전단지 회사가 바로 빌보드였다. 이런 빌보드가 1960년대 음악계를 전문으로 다루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했다. 잡다한 전단 속 음악이 소개되는 수준이었던 이 잡지는 이제는 전 세계 음악의 기준이 되고 있다.
1936년 빌보드라는 이름으로 팝 음반 순위표를 소개하면서 차트는 시작되었다. 1958년 장르와 상관없이 가장 인기 좋은 곡을 뽑는 '싱글 핫 100'이 시작되었다. 음반 차트인 '빌보드 200'은 1963년부터 집계가 시작되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빌보드에서 한국 노래가 싱글 차트에서 1위를 한 적은 없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전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며 2위에 오른 것이 최고였다. 7주 동안 2위만 했던 싸이의 노래는 영원히 깨지지 않는 기록일지도 몰랐다.
이전 아시아 곡으로는 일본 노래가 1위에 오른 적은 있었다. 여러 말들이 있지만, 어찌되었든 1위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는 새롭게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소비되던 음악이 이제는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제작 단계부터 세계인들을 위한 음악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이제는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방탄소년단이 있다. 싸이가 소위 말하는 '얻어걸린' 히트라면 방탄소년단은 철저하게 준비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비틀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발언은 국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지자 해외 언론들이 앞다퉈 내놓은 기사들이 바로 '비틀즈의 재림'이었다. 이런 비교는 미국 주류에서 쏟아져 나왔고, 이는 곧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한 해 두 장의 앨범이 연속으로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비틀즈의 재림'이라는 표현은 적합할 수밖에 없다. BTS의 성공은 많은 이들이 분석했듯, SNS와 1인 방송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했다.
신비주의가 아니라 팬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는 이들의 노력은 국경을 허물었다. 인터넷은 국경을 허문지 오래다. 그리고 유튜브는 그 공간에 개인의 일상까지 모두가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렇게 방탄소년단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은 그룹이 되었다.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를 국내 가수들에게 달아주기도 했다. 물론 국내 언론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월드 스타를 증명한 것은 방탄소년단이었다. 월드 스타디움 투어를 통해 그 누구도 쉽게 해낼 수 없는 업적을 그들은 세웠다.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로 전 세계 팬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경탄했다. 아니 믿기 어려워했다. 보면서도 이게 사실인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꼭 방탄소년단만의 힘은 아니겠지만, 빌보드에 K팝 차트가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은 이유 역시 부정은 못한다.
2018년 3집 앨범인 <러브 유어 셀프 전 티어>부터 4장의 앨범이 모두 발매 직후 바로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싱글 차트에도 여러 번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최고 기록은 올 해 발매된 <맵 오브 더 솔:7>의 타이틀 곡이었던 '온On'이 '핫 100' 4위에 오른 것이 최고였다. 그만큼 '핫 100' 1위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권 이외 가수들이 싱글 차트 1위에 오르기 어려운 이유는 빌보드 특유의 차트 기준 때문이기도 하다.
넓은 영토만큼 여전히 라디오의 힘이 강력한 미국에서는 라디오에서 얼마나 언급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비 영어권 가수들은 라디오 전파를 타기가 쉽지 않다. 웬만한 인지도가 아니라면 소개되고 노래가 틀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마지막 미지의 영역 같았던 라디오 역시 방탄소년단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4장의 앨범이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꾸준하게 대중성을 확보했다. 월드 투어 매진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SNS를 통한 확산은 인지도를 넓히는데 주효했다.
그리고 아미들의 열정적인 지원은 큰 몫을 했다. 라디오에 신청곡을 올리며 열심히 자신이 사랑하는 방탄소년단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조금씩 방탄소년단을 소개하고, 노래를 틀어주는 라디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반짝 인기로 1위를 차지했다면 방탄소년단은 그저 잊혀지는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스타가 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철저하게 준비했고, 그렇게 계단을 오르듯 조금씩 성장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섰다.
지독할 정도로 보수적인 집단인 그래미만이 아직 방탄소년단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인 그중에서도 백인들을 위한 시상식이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가장 권위 있다는 그래미 수상식은 놀라운 업적을 세웠음에도 방탄소년단을 외면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한 모두를 위한 응원가인 '다이너마이트 Dynamite'는 처음으로 영어 가사로 만든 싱글 곡이다. 어쩌면 영어 가사라는 점에서 보다 대중성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누구라도 쉽게 받아들이고 흥이 날 수 있는 리듬은 세계인들의 감성까지 깨웠다.
방탄소년단 뒤에 카디 비와 드레이크, 그리고 위캔드 등 전 세계를 호령하는 팝스타들이 즐비하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만큼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높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져 왔던 싱글 차트 최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가진 존재다.
발표 직후 '핫100' 1위에 오른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엘튼 존, 셀린 디온, 에미넴, 아델, 드레이크 등 42곡이 전부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그룹으로 좁히면 더욱 적다. 전설적인 에어로스미스와 미국인들이 애정 하는 조나스 브라더스에 이어 더 스코츠가 전부다.
이제 방탄소년단이 이 엄청난 전설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방탄소년단. 그들이 가는 길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새로운 역사다.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그 자체가 이미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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