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지에 이어 루나가 <복면가왕>의 우승자로 드러났다. 둘 모두 현역 아이돌이라는 점에서 편견 깨기라는 방송의 의미를 확실하게 보여준 결과가 되었다. 방송사로서는 아이돌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되었다.
가면은 바로 아이돌;
아이돌 전성시대 모든 문제의 시작은 기획사의 편향적인 상업화가 문제
파일럿부터 정규방송에서도 우승자는 아이돌이었다. 그리고 큰 관심을 받았던 인물들 역시 대부분이 아이돌이었다는 점에서 <복면가왕>은 다양한 아이돌들의 가면을 벗겨주는 방송이 되었다. 가면을 쓰도록 강요하는 방송이 오히려 아이돌의 가면을 벗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 역시 역설적이지만 흥미롭다.
6주간 많은 이들의 궁금증과 추리력을 총동원시켰던 인물인 '황금락카 두통썼네'의 주인공은 걸그룹 에프엑스의 루나로 드러났다. 이미 많은 이들은 첫 등장에서 드러난 외모의 특징으로 루나라고 확신을 하기도 했다. 그 작은 단서를 가지고 에프엑스의 루나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능력은 탁월하기까지 하다. 그만큼 아이돌 전성시대가 얼마나 뿌리 깊게 내려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편견을 버리고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하게 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우리는 수많은 편견들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그런 편견은 때로는 운 좋게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편견은 자신의 시각을 한정적으로 만들고 많은 부작용까지 동반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편견을 깨는 행위들은 흥미롭다. 스스로 자신이 만든 편견을 깨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이런 식의 방송이 더욱 큰 반향을 일으키는지도 모른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아이돌에 대한 편견은 생각보다 두텁고 강력하다. 뭐든 지배 권력이 되면 그에 대한 반항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순한 반발심이 만든 반항이 아닌 합리적인 이유가 만들어낸 반박일 경우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 역시 당연하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은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그 답은 <복면가왕>이 가지고 있었다. 복면을 쓴 채 노래를 부르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행복해했다. 정말 대한민국에 노래 잘하는 이들이 참 많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 가면 속 얼굴들을 궁금해 했다. 내가 추측한 사람이 맞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원초적인 그는 누구인가에 대한 간절함이 존재했다.
현재까지 복면을 벗은 채 환호를 받은 이들의 대부분은 아이돌들이다. 과거의 아이돌이 아닌 현재도 활약 중인 아이돌들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이겨내고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가면을 벗으면 모두는 놀랐다. 아이돌이 이렇게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도 못했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다. 왜 대중들은 아이돌이 노래를 못한다는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까?
대중들이 아이돌 전성시대에 대한 반발로 인해 잘못된 편견을 스스로 가기게 된 걸까? 아니다 이는 철저하게 시장을 움직이고 지배하려는 기획사들이 만든 결과였을 뿐이다. 소위 돈 되는 장사를 하는 그들에게 노래는 중요하지 않다. 노래를 잘하기보다 자신들이 만들려는 상품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부합하는지가 중요할 뿐이기 때문이다. 솔로가 아닌 그룹이 대부분인 아이돌의 특성은 더욱 노래의 가치를 폄하시키고는 한다.
기계로 만든 아이돌 표 음악들의 한계 역시 스스로 그들의 능력을 가면 속에 숨기도록 요구해왔다.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 자체를 숨긴 채 그저 기획사에서 만들어준 가면을 쓴 채 그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돌의 실상이라는 것 역시 <복면가왕>은 보여주고 있다.
당연하게도 아이돌 모두가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현재 '아이돌=노래 못 한다'라는 등식이 통할 정도도 아니라는 것은 <복면가왕>을 통해 명확하게 밝혀진 셈이다. 아이돌 전성시대 아이돌을 오히려 가면을 쓰게 강요하고 그들을 하나의 상품으로만 만들어서 팔기에 급급한 기획사들이 결국 아이돌을 편견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그저 방긋 웃는 외모 하나로 팀의 마스코트가 되고 모든 포커스를 받는 상황에서 오직 노래만 하던 걸그룹 멤버는 가면을 쓰고 나서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다. 본인 스스로도 <복면가왕>을 통해 성장을 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기획사가 억지로 씌운 가면을 벗고 자신을 알리기 위한 가면을 쓴 루나는 그렇게 6주 동안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었다.
아이돌이라는 편견과 외모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상업주의 속에서 루나는 어쩌면 편견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노래를 잘하는 것은 필요 없고 오직 그럴 듯하게 포장된 이미지로 승부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아이돌 기획사의 철저한 자본 논리는 결국 <복면가왕>에 아이돌이 진검승부를 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상업이 지배하는 상황은 방송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들은 아이돌을 통해 거대한 상술의 힘을 발휘하고 있고, 그동안 그들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은 아이돌 기획사는 노래 잘하는 그들을 이용해 또 다른 기회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곧 이는 아이돌 전성시대의 마지막 즈음 새로운 돌파구로 사용되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고, 대중은 여전히 그들의 가면 싸움의 희생양일 뿐이다. 지배적인 위치가 되지 못하고 항상 전체의 흐름과 틀 속에 객석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대중들이 어쩌면 스스로 가면을 쓰고 그 무대에 올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찾는 것은 가면이 가지는 용기로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복면가왕>은 분명 흥미롭다. 이런 흥미로운 구도 역시 반복이 주는 지루함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겠지만 새로운 승자가 된 종달새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유효하고 다시 대중은 그녀가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에 들어갔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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