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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아역들을 지나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송중기가 보여준 놀라운 연기력도 좋았지만 농익은 연기로 돌아온 한석규의 모습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욕세종과 뻔뻔한 채윤의 만남,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추리극 형식을 버리고 액션에 중점을 둔 사극을 찍겠다고 밝혔지만 그 원류인 추리를 벗어나기는 힘들었을 듯합니다.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며 극은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심리극에 방점을 찍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방송된 4회는 <뿌리깊은 나무>가 단순히 잘만든 작품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기회 역시 만족시켜줄 수 있는 흥미로움까지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부민고소금지법'과 '허담 죽음'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충분한 의미와 재미를 담아주었습니다.
'밀본지서vs아버지의 유서'와 '죽여라vs살려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재미는 탁월했습니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극단적인 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정기준에 대한 태종과 세종의 선택과 '밀본지서vs아버지의 유서'를 둘러싼 정도광과 강채윤의 엇갈림 등은 극을 흥미롭게 만들며 명품 사극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 해주고 있었습니다. 큰 줄기로서의 갈등 구조와 개인들의 갈등까지 복잡한 듯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그려가는 <뿌리깊은 나무>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태종이 물러난 후 세종의 시대가 된 이후 집현전의 위력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경연을 통해 집현전 학자들과 대신들의 정치를 논하게 하는 과정은 그가 태종과 맞서 싸우며 얻어낸 값진 결과였습니다. 아버지인 태종이 피로 이룩한 왕위를 칼 없이 통치하겠다는 세종의 결심은 끝없이 이어지는 경연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경연 중 드라마에서 '부민고소금지법'을 다룬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성이 수령을 고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인 '부민고소금지법'에 대해 세종은 왜 경연을 붙였던 것일까요? 그리고 드라마는 왜 하필 이것에 주목했던 것일까요? 그 안에 이 드라마의 가치와 세종이라는 왕이 어떤 인물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특권 의식과 특혜를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한 법을 폐지하려는 세종과 이를 막아내려는 대신들의 대립은 현재의 우리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왕이라는 대통령이 세종과 같은 백성들을 위해 앞장 서는 모습만이 다를 뿐 권력을 가진 자들의 무소불위에 대한 경계와 변화를 요구하는 민중들의 외침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침해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들은 과거의 전통을 이유로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지만 그 비논리성의 문제점들을 극적으로 이끌어내며 왜 이 법이 사라져야만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반박하는 세종의 모습은 강렬한 카리스마로 다가왔습니다.
탁월한 식견과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높았던 세종의 존재감은 이 경연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캐릭터의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이 장면으로 인해 짧은 시간 가장 효과적으로 인물의 가치를 규정해주는 과정은 탁월했습니다.
권력이 비상식적으로 비대해지면 비대해질수록 국민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더욱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권력은 괴물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조선시대는 오래전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조선 시대와 뭐가 달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재자에 의해지배 당한 사회는 세종이 집권하던 시기보다도 못한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현 정권 들어 가진 자들이 더욱 많은 것들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부민고소금지법'이 다시 발효된 것과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과거에 비해 더욱 정교해지기는 했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속성은 변함이 없으니 말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백성들이 수령을 고소하는 일들이 쉬워지기는 했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은 권력이 그들을 옹호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며 고소는 할 수 있지만 처벌을 받을 수는 없는 기묘한 상황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은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는 진실이라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만 합니다.
그렇기에 '부민고소금지법'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들의 주장에 대해 '아전인수'와 '모순'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듯, 우리 사회 역시 그 '아전인수'와 '모순'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단순히 백성과 관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직된 사회를 능동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요구하는 이 법의 폐지를 주창하는 세종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위대해 보이기만 합니다.
조선 건국의 기틀을 잡았던 정도전이 만든 비밀 결사조직인 '밀본'. 태종이 그토록 없애고 싶었던 '밀본'은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까지 대립각을 세우며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밖에는 없습니다. 왕조와 사대부의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조선왕조 내내 '밀본'의 가치는 첨예한 대립의 중심이었을 듯합니다.
앞선 '부민고소금지법'이 제작진의 정체성을 드러낸 부분이었다면 '고인설과 허담의 연쇄살인'은 이야기의 재미를 이끄는 사건입니다. 한글 반포 보름 동안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뿌리깊은 나무>는 이 두 명이 살해당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원수가 세종이라고 생각하는 채윤은 변방에서 적을 무찌르며 김종서 장군의 눈에 드는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오직 복수라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온 그는 탁월한 무예 솜씨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해박한 지식까지 갖춘 인물이 되어 궁으로 입성하는데 성공합니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세종에 대한 복수가 가득하고 수시로 왕을 해치려는 계획만이 존재하는 그가 역설적으로 세종을 음해하고 압박하려는 무리들이 저지른 살해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세종의 사람인 무사 고인설과 학자 허담이 차례대로 살해된 상황은 모두를 긴장하게 합니다. 채윤도 이야기를 하듯 두 사람은 분명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고 그들의 연쇄살인에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인지만이 남은 상황에서 단서로 던진 '부엉이 소리'는 '밀본'의 세종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현재로서는 '밀본'이 가장 강력한 범인으로 다가오지만 극적인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그 외의 조직이 세종을 무너트리기 위한 조건들을 갖추기 위한 살인이라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연쇄 살인사건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비바사론을 가진 이들을 살해하는 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슨 비밀을 캐기 위함인지는 극을 한층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살인사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보인 채윤과 무휼의 모습은 이 작품이 캐릭터 설정과 섬세함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극 전체를 이끄는 명품의 향기는 이런 소소한 설정과 과정에서 완성된다고 본다면 이들의 과정은 분명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서 풍기는 간결함과 기품은 다른 드라마와 다른 풍미를 던져주고 그들이 벌이는 심리전은 캐릭터들의 대립을 통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조선 제일검이라는 무휼과 오직 세종에게 복수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 채윤의 대결은 시종일관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대립 관계가 아닌 필연적인 동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대결 구도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상상이상의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송중기에 이어 등장한 한석규는 시작과 함께 욕 3종 세트를 구사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조용하고 명석하고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만 각인되었던 세종을 가장 실제와 비슷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한석규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석규가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은 경연 과정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장면들이나 기존의 근엄하기만 했던 왕과는 달리,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송중기가 아직 완벽한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한 불안정한 세종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면, 한석규의 세종은 통치철학이 명확한 임금의 역할을 탁월하게 연기해주고 있었습니다.
사운드와 영상이 주는 기묘한 결합과 탁월한 연기는 탄탄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명품사극이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추리라는 형식과 기존의 사극의 틀 속에 새로운 기교가 함께 하는 이 작품은 여전히 흥미롭기만 합니다.
욕세종과 뻔뻔한 채윤의 만남,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추리극 형식을 버리고 액션에 중점을 둔 사극을 찍겠다고 밝혔지만 그 원류인 추리를 벗어나기는 힘들었을 듯합니다.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며 극은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심리극에 방점을 찍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방송된 4회는 <뿌리깊은 나무>가 단순히 잘만든 작품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기회 역시 만족시켜줄 수 있는 흥미로움까지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부민고소금지법'과 '허담 죽음'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충분한 의미와 재미를 담아주었습니다.
1. 부민고소금지법은 왜 등장했을까?
'밀본지서vs아버지의 유서'와 '죽여라vs살려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재미는 탁월했습니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극단적인 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정기준에 대한 태종과 세종의 선택과 '밀본지서vs아버지의 유서'를 둘러싼 정도광과 강채윤의 엇갈림 등은 극을 흥미롭게 만들며 명품 사극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 해주고 있었습니다. 큰 줄기로서의 갈등 구조와 개인들의 갈등까지 복잡한 듯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그려가는 <뿌리깊은 나무>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태종이 물러난 후 세종의 시대가 된 이후 집현전의 위력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경연을 통해 집현전 학자들과 대신들의 정치를 논하게 하는 과정은 그가 태종과 맞서 싸우며 얻어낸 값진 결과였습니다. 아버지인 태종이 피로 이룩한 왕위를 칼 없이 통치하겠다는 세종의 결심은 끝없이 이어지는 경연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경연 중 드라마에서 '부민고소금지법'을 다룬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성이 수령을 고소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인 '부민고소금지법'에 대해 세종은 왜 경연을 붙였던 것일까요? 그리고 드라마는 왜 하필 이것에 주목했던 것일까요? 그 안에 이 드라마의 가치와 세종이라는 왕이 어떤 인물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특권 의식과 특혜를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한 법을 폐지하려는 세종과 이를 막아내려는 대신들의 대립은 현재의 우리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왕이라는 대통령이 세종과 같은 백성들을 위해 앞장 서는 모습만이 다를 뿐 권력을 가진 자들의 무소불위에 대한 경계와 변화를 요구하는 민중들의 외침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침해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들은 과거의 전통을 이유로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지만 그 비논리성의 문제점들을 극적으로 이끌어내며 왜 이 법이 사라져야만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반박하는 세종의 모습은 강렬한 카리스마로 다가왔습니다.
탁월한 식견과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높았던 세종의 존재감은 이 경연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캐릭터의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이 장면으로 인해 짧은 시간 가장 효과적으로 인물의 가치를 규정해주는 과정은 탁월했습니다.
권력이 비상식적으로 비대해지면 비대해질수록 국민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더욱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권력은 괴물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조선시대는 오래전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조선 시대와 뭐가 달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재자에 의해지배 당한 사회는 세종이 집권하던 시기보다도 못한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현 정권 들어 가진 자들이 더욱 많은 것들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부민고소금지법'이 다시 발효된 것과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과거에 비해 더욱 정교해지기는 했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속성은 변함이 없으니 말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백성들이 수령을 고소하는 일들이 쉬워지기는 했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은 권력이 그들을 옹호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며 고소는 할 수 있지만 처벌을 받을 수는 없는 기묘한 상황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은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는 진실이라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만 합니다.
그렇기에 '부민고소금지법'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들의 주장에 대해 '아전인수'와 '모순'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듯, 우리 사회 역시 그 '아전인수'와 '모순'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단순히 백성과 관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직된 사회를 능동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요구하는 이 법의 폐지를 주창하는 세종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위대해 보이기만 합니다.
2. 고인설과 허담 살해사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다
조선 건국의 기틀을 잡았던 정도전이 만든 비밀 결사조직인 '밀본'. 태종이 그토록 없애고 싶었던 '밀본'은 드라마가 끝나는 시점까지 대립각을 세우며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밖에는 없습니다. 왕조와 사대부의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조선왕조 내내 '밀본'의 가치는 첨예한 대립의 중심이었을 듯합니다.
앞선 '부민고소금지법'이 제작진의 정체성을 드러낸 부분이었다면 '고인설과 허담의 연쇄살인'은 이야기의 재미를 이끄는 사건입니다. 한글 반포 보름 동안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뿌리깊은 나무>는 이 두 명이 살해당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원수가 세종이라고 생각하는 채윤은 변방에서 적을 무찌르며 김종서 장군의 눈에 드는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오직 복수라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온 그는 탁월한 무예 솜씨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해박한 지식까지 갖춘 인물이 되어 궁으로 입성하는데 성공합니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세종에 대한 복수가 가득하고 수시로 왕을 해치려는 계획만이 존재하는 그가 역설적으로 세종을 음해하고 압박하려는 무리들이 저지른 살해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세종의 사람인 무사 고인설과 학자 허담이 차례대로 살해된 상황은 모두를 긴장하게 합니다. 채윤도 이야기를 하듯 두 사람은 분명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고 그들의 연쇄살인에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인지만이 남은 상황에서 단서로 던진 '부엉이 소리'는 '밀본'의 세종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현재로서는 '밀본'이 가장 강력한 범인으로 다가오지만 극적인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그 외의 조직이 세종을 무너트리기 위한 조건들을 갖추기 위한 살인이라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연쇄 살인사건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비바사론을 가진 이들을 살해하는 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슨 비밀을 캐기 위함인지는 극을 한층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살인사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보인 채윤과 무휼의 모습은 이 작품이 캐릭터 설정과 섬세함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극 전체를 이끄는 명품의 향기는 이런 소소한 설정과 과정에서 완성된다고 본다면 이들의 과정은 분명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서 풍기는 간결함과 기품은 다른 드라마와 다른 풍미를 던져주고 그들이 벌이는 심리전은 캐릭터들의 대립을 통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조선 제일검이라는 무휼과 오직 세종에게 복수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 채윤의 대결은 시종일관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대립 관계가 아닌 필연적인 동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대결 구도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상상이상의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송중기에 이어 등장한 한석규는 시작과 함께 욕 3종 세트를 구사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조용하고 명석하고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만 각인되었던 세종을 가장 실제와 비슷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한석규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석규가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은 경연 과정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장면들이나 기존의 근엄하기만 했던 왕과는 달리,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송중기가 아직 완벽한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한 불안정한 세종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면, 한석규의 세종은 통치철학이 명확한 임금의 역할을 탁월하게 연기해주고 있었습니다.
사운드와 영상이 주는 기묘한 결합과 탁월한 연기는 탄탄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명품사극이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추리라는 형식과 기존의 사극의 틀 속에 새로운 기교가 함께 하는 이 작품은 여전히 흥미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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