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도의 삶은 낭만적이면서 또한 현실적이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 자체가 주는 낭만과 그 고립된 공간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현실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줌마와 참바다가 함께 한다면 그곳은 낭만 동화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참바다 가장의 무게감;
바다소풍으로 풀어낸 정겨운 만재도의 삶,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행복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한 가정을 구성하고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풍경은 참 정겹기만 하다. 누군가 만들어주지 않은 베테랑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만든 역할 분담과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준 정겨운 부부의 감성은 곧 시청자들마저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행복이다.
유해진과 박형식이 낚시로 잡은 고기를 가지고 '생선까스'를 만드는 차승원의 모습은 대단했다. 너무 작은 물고기라 '생선까스'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줌마의 능력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작은 생선으로 채울 수 없는 부실함은 강원도 정선에서 직접 재배했던 감자로 채워 맛깔스러운 '생선까스'를 만들어냈다.
모양을 만들고 튀겨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대단한 것은 단순하지만 제대로 만들어낸 소스의 힘이다. 최소한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선사하는 차줌마의 능력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백주부의 능력만큼이나 차줌마의 만재도 요리 교실은 언제나 행복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차승원이 남긴 '생선까스'까지 모두 먹을 정도로 제대로 먹방으로 보인 박형식에게 상상도 하지 못한 차줌마의 요리는 행복 그 자체였을 듯하다. 이런 차줌마에게도 때로는 모든 것이 지겹고 힘든 때도 온다. 시즌1에서는 나올 수 없었던 차줌마의 파업 선언은 오히려 현실적이어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차줌마의 파업 선언은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해주었다. 가을로 접어드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뜨거운 만재도에서 넘실대는 파도와 속이 다 보이는 청명한 바다를 그저 바라만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바다소풍'은 모두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밥도 먹기 싫다고 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파업을 선언한 차줌마의 모습은 우리네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 하루 세끼를 만들어주던 어머니. 아침 일찍 일어나 식구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고 설거지를 하면 다시 식사 준비를 하는 이 단조롭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행위를 무한 반복해야만 하는 어머니들의 희생과 사랑이 없다면 가정은 존재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을 상징하는 차줌마의 모습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툴툴거리면서도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하는 차줌마의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파업 선언을 하고 아침도 싫다며 그저 푹 자자던 차줌마였지만, 바다소풍을 가는 가족을 위해 간단한 식사를 준비했다.
강원도 감자와 닭장에서 공수한 달걀을 이용한 '감자 닭걀국'에 갓 지은 밥에 간장과 참기름, 마가린 등으로 풍미를 살린 '간장밥'까지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맛깔스러운 '바다소풍' 음식이 마련되었다. 한없이 촌스럽지만 그곳에서는 그래서 더 멋스러운 모습으로 소풍 길에 나서는 그들의 모습은 정겨운 가족 그 자체였다.
여전히 뜨거운 가을. 바닷가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고 보온병에 고이 담아 온 '감장달걀국'을 찻잔에 담고, 여전히 따뜻한 '간장밥'을 먹는 이들의 모습은 특별하지 않아서 좋다. 초라한 밥상이지만 그 무엇보다 풍성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별것 없지만 정성으로 만든 '소풍밥상'에 한없이 행복한 만재도 가족들의 모습은 이제 우리가 찾고 싶은 동화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사실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강요하고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서로가 적이 되어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으라고 강요하는 위정자들로 인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사라진지 오래다. 아이들의 첫 학교는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나올 정도로 사회적 문제로 언급되기도 했었던 과거의 문제가 이명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화두가 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고용 없는 성장기를 이어가는 현실 속에서 모든 돈 권력을 쥐고 있는 재벌들은 권력마저 장악한 채 오직 자신들의 영구적인 부의 상속만 고민할 뿐이다. 3세, 4세 등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재벌가들을 위해 그들은 동네상권을 장악하고 노동자들마저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법률까지 통과시켰다. 이제 재벌들을 위한 재벌들의 세상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그들로 인해 평범한 가정의 행복이란 그저 하나의 동화와 같은 상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만재도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연속일 뿐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동화'를 떠 올리는 것은 현실이 지독하기 때문이다. 이런 평범한 행복조차 누릴 수 없는 우리는 과연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시즌2 첫 만재도 촬영 마지막 날 '조림'을 해먹자는 제안에 낚시에 나선 참바다의 고뇌는 지난겨울과 비슷했다. 먹이 없는 루어 낚시를 처음 시도하며 전날 손맛을 다시 느끼고 싶은 참바다의 노력은 힘겹기만 했다. 지난겨울 그토록 잡고 싶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바다 낚시에 대한 갈증은 전날 손맛으로 겨우 채워내기는 했지만 가족들의 저녁을 위한 오늘 낚시는 그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낚시를 오래 해왔던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루어 낚시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다. 그들은 손맛을 보기 시작했지만 날이 어두워지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물고기를 낚지 못한 참바다의 모습은 그래서 답답하고 힘겨워질 수밖에 없었다. 물고기를 잡지 못하면 가족들이 모두 굶어야 하는 절박함 속에서 잡히지 않는 현실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혼자라면 그저 한 끼 굶으면 그만이지만 가족들을 위해서는 아버지들은 뭐든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무게감을 위해 오늘도 아버지는 굴욕적인 현실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오직 가족들을 위한 희생이 그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 현실은 그래서 처량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나듯 철수하기 직전 참바다는 제대로 된 손맛을 보게 되었다. 연이어 두 마리의 우럭을 잡은 참바다의 얼굴 표정은 전과 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였다. 시무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달리, 큼지막한 우럭을 잡은 후 기세등등한 참바다의 표정에는 가장의 무게와 책임이 가득했다.
그렇게 큰 물고기를 잡아올 줄 몰라 당황하는 차줌마를 보면서 의기양양한 참바다의 모습을 말 그대로 우리네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자동이체로 월급을 받고 카드사가 먼저 월급을 수령하는 한심한 현실이지만 한 달 열심히 일하고 받은 그 노동의 대가는 곧 아버지의 무게와 동급으로 다가온다.
기를 피고 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한 달에 하루 정도 자신이 아버지임을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월급날. 어쩌면 세상 모든 아빠들은 그날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재도에서 삶처럼 그저 평범하게 얻어지는 재료로 하루를 살아가는 삶이 최고인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집은 이미 전체 인구를 소화하고도 남지만 생활을 하는 장소가 아닌 투기의 목적으로 변질되며 사는 것조차 힘겨운 게 현실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아낀다고 해도 자신의 집하나 가지기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게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건설사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수많은 전략을 짜고 그들의 영구적인 수익 다변화를 위해 우리는 사는 게 목적인 집을 가지고 도박을 해야만 하는 시대다. 이 한심한 현실 속에서 집을 사기 위해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뛰어들어야 한다. 무조건 많이 빨리 배워서 보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그만큼 취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취업에 성공하면 우린 은행에 빚을 지고 집을 사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또 그들이 집을 사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삶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얽매인 채 살아가는 이 말도 안 되는 무한루프가 오늘 날의 '헬조선'을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산체와 벌이. 개와 고양이는 '견원지간'의 개와 원숭이는 아니지만 그만큼 어울려 살기 어려운 존재들이기도 하다. 너무 다른 습성으로 인해 함께 할 수 없지만 <삼시세끼 어촌편>의 둘은 참 잘 어울리고 잘 산다. 그런 산체와 벌이처럼 차승원과 유해진은 너무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겹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순간 그들은 그 누구보다 정겨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오래 함께 산 부부 같은 차줌마와 참바다의 모습 역시 우리가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참 소중하다.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한 그들의 여정은 이제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진다. 드라마 녹화로 인해 첫 여정을 함께 하지 못했던 손호준이 합류했다. 완전체로 돌아온 그들의 두 번째 만재도 이야기는 또 어떻게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줄지 기대된다. 특별할 수도 없는 그들의 일상에서 찾는 동화 같은 행복은 우리에게는 어쩌면 일상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들인지도 모르겠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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