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선언을 했다. 언론 자유를 제대로 지킬 수 없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그가 진행하는 뉴스에서 밝혔다. 이 정도면 전쟁 선포나 다름이 없다. 종편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버린 존재는 손석희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지상파 언론을 압도한 진실 보도의 힘은 곧 손석희라 할 수 있다.
홍석현 대선 출마설;
Fading away로 선언한 손석희의 다짐, 언론의 자유 위해 사직서 준비했다
오늘 방송된 JTBC 뉴스룸의 모든 것은 손석희의 앵커 브리핑이었다. 박근혜는 21일 검찰 출석을 한다.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손석희가 끄집어낸 '앵커 브리핑'의 그 말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안에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언론의 자유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우린 이명박근혜 9년의 시간을 보내며 언론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져가는 과정을 그대로 목도했다.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언론을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만들어버렸다. 철저하게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게 만든 권력은 그렇게 언론을 파괴했다.
언론이 죽은 사회는 결국 모든 것이 붕괴될 수밖에는 없다. 그 붕괴는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을 지옥으로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권력을 견제해야만 하는 언론이 그 부당함의 편에 선 대한민국이 정상일 수는 없다. 그렇게 한 몸이 된 그들은 결국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괴물 앞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손가락질을 받던 종편에 손석희가 향하며 논란은 컸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언론인의 종편행은 결국 언론의 사망 선고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과 긴밀한 관계이자 조중동이라 일컬어지는 중앙일보와 한 몸인 JTBC로 향한 손석희. 그 수많은 의심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손석희는 언론의 자유를 그곳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 오늘(20일)은 저희들의 얘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공적 영역이지만 사적 영역이기도 합니다. 사적 영역이면서 공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경험으로 볼 때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광고료로 지탱하면서도 그 광고주들을 비판한다든가, 동시에 언론 자신의 존립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권력을 비판한다는 것은 그 정도에 따라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제 생겨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언론사로서는 비판과 생존의 함수관계가 무척 단순해서 더욱 위험해 보이기도 하죠"
"지난 몇 년간, 대기업의 문제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희 JTBC와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믿고 있는 특정 기업의 문제를 보도한다든가, 매우 굳건해 보였던 정치권력에 대해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을 때 저희들의 고민이 없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예외 없이 커다란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다른 것도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은 의외로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언론이 공적과 사적 영역이 공존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JTBC가 가지고 있는 존재 가치와 현실 속의 고민을 담담하게 풀어갔다. 과거 군사 정권의 언론 통폐합으로 TBC를 빼앗겼던 중앙일보는 종편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되찾은 방송에 대한 애착은 사주 일가에게는 특별했다. 홍씨 3대가 지배하는 중앙미디어 네트워크는 거대한 미디어 재벌이다.
홍진기의 딸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다. 그리고 그 홍라희의 동생이 바로 홍석현 회장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홍정도는 이 미디어 그룹의 사장으로 3대 체계를 이어가고 있다. 홍씨 집안이 지배하는 중앙미디어 네트워크의 변화는 결국 그들에게 손석희는 신의 한 수였다. 그런 상황에서 보도부문 사장인 손석희가 삼성과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언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이런 고민은 시작됐을 것이며, 언론인들은 때로는 좌절하기도, 때로는 그 좌절을 극복하고 살아남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저희들이 생각하기에 언론의 위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중간에 있으며 그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국가를 향해서는 합리적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시민사회에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교과서적인, 뻔한 얘기 같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좌절로부터 살아남는 목적이고 명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몇 번인가에 걸쳐 언론의 현주소에 대해 고백해 드렸던 것은, 고백인 동시에 저희 JTBC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JTBC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저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저희의 진심이 오해 또는 폄훼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나 기자들이나 또 다른 JTBC의 구성원 누구든. 저희들 나름의 자긍심이 있다면, 그 어떤 반작용도 감수하며 저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지키려 애써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비록 능력은 충분치 않을지라도, 그 실천의 최종 책임자 중의 하나이며,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널리즘의 실천에 대한 원칙론에 대한 언급은 결국 손석희와 그를 따르는 후배들의 다짐이기도 했다. 저널리즘은 국가를 향해서는 합리적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시민사회에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이지만 결국 이 것 외에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했다.
지난 주 홍석현 중앙미디어 네트워크 회장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미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일부에서는 홍석현 회장이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결국 손석희가 홍 회장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홍 회장이 실제 직에서 물러나며 이 지적이 현실처럼 받아 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손 앵커가 직접 나서 자신들의 진심이 오해 또는 폄훼되기도 했다는 말을 한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크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손석희는 선언했다.
자신들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자신들이 중앙미디어 네트워크에 속해있다고는 하지만 홍 회장의 꿈을 위해 움직이지도 않았고, 모기업을 위해 저널리즘을 악용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손석희는 마지막으로 언제든 그 저널리즘의 기본이 흔들리는 순간 최종 책임자 중 하나로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엔딩곡으로 'Fading Away'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결연하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만약 자신들의 의지가 사주에 의해 꺽이게 된다면 더는 저널리스트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가 쓴 <손석희 현상>을 보면 흥미롭다. 강 교수 특유의 다양한 자료들을 나열하고 하나의 주제로 모아가는 방식이 주는 재미와 함께 손석희의 생각을 들여다 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백화점식 뉴스를 지양하고 진짜 뉴스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손석희는 그렇게 <JTBC 뉴스룸>을 만들어냈다. 하루 종일 반복되는 뉴스를 저녁 뉴스에서도 다시 보도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만든 이 뉴스는 대한민국 미디어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손석희 앵커는 홍석현이 대선이 나선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선언했다. 중앙미디어 네트워크가 현재의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한다면 더는 JTBC에 남지 않겠다고도 했다. 일부는 손석희 앵커가 특정 인물을 지지하고 누군가를 폄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박근혜에 대한 종교적인 집착이 다른 차기 후보에게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처참하게 다가올 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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