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의 구세주가 된 프로그램은 아빠와 자녀들이 함께 여행을 가는 방식의 <아빠 어디가>였습니다. 여행을 가는 방식이 새롭지는 않지만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이 방송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해 방송에서 최고 히트 상품은 바로 '힐링'이었습니다. 그런 힐링과 함께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우리 시대 자화상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
시대를 대변하는 것은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예능에서 보여 지는 현상들을 바라보면 우리 사회가 무엇이 문제이고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니 말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예능의 흐름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엿보인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짝을 찾는 프로그램의 역사는 깊습니다. 과거에도 유행하고 화제였던 프로그램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짝>이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사라졌던 포맷이 부활하고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흥미로울 뿐입니다. 식상할 수밖에 없었던 짝짓기 프로그램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방송이 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는 우리 사회가 그 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각박해지는 세상, 88만원 세대, 40대 아버지들의 붕괴, 이태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처럼 다가왔습니다.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해도 과거처럼 정년이 보장되지도 않는 사회에서 불안은 우리의 친구가 된지 오래입니다. 빈부의 격차는 해를 더할수록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경제적 고난은 결국 가족의 붕괴를 이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이 붕괴된 사회는 각박해질 수밖에 없고 이런 각박 함들은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결혼도 버거운 사회에 아이를 낳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 된 사회에서 과거 우리가 살아왔고, 기억하는 가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화목한 가정과 행복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정은 더 이상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결혼과 같은 이혼율은 이런 가정을 환상처럼 만들기만 합니다. 결혼을 해도 감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회적 문제는 각박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태백이 늘어나고 88세대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힘겨운 이들에게 <짝>이라는 프로그램은 시의 적절했습니다. 실제로 경험하기 힘든 연애를 방송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현실이었습니다. 그저 사랑이 전부처럼 여겨지던 순수한 시절은 가고 사랑마저 부의 척도가 앞세워지는 세상에서 젊은 세대에게 연애는 사치일 뿐이었습니다.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은 2009년부터 방송되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입니다. 스타의 아이들이 출연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아이들마저 방송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행위는 문제를 양산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행동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현상은 의외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아빠 어디가>와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비록 스타의 아이이기는 하지만, 방송에서는 보여 지기 힘들었던 아이들이 방송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은 이제는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저출산율 사회에 스타의 아이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해야 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라면 슬픈 일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약이 클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지만, 꾸준하게 사랑받는 예능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짝>을 통해 연애 감정을 대신하고, <자기야>에서 결혼생활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이제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서 아이들의 재롱을 경험하고, <아빠 어디가>에서 낭만까지 체험하게 되는 상황은 우울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아이들이 예능에 출연해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방송의 결과물로 보는 게 더욱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철저하게 사회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라는 특성상 이런 프로그램 개발은 자연스럽습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사회. 홀로 사는 가구 수가 급격하게 늘어가는 사회에 이런 식의 방송은 그들을 위한 방송 개발은 당연합니다. 꿈을 잃은 이들에게 힐링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사랑을 받는 사회. 아이들을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하게 만드는 사회는 불안하고 위태롭기만 합니다.
이런 주장이 침소봉대로 다가오거나, 과도한 주장을 위한 주장으로 다가올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이 방송들이 보여주는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것은 불편한 현실입니다. 더 이상 희망도 꿈도 가지기 힘든 사회에 행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예능의 엇박자는 우리의 현실을 더욱 슬프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모두가 마음껏 사랑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 역시 아직은 힘겹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시대 자화상을 엿보게 하는 예능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가치로 다가올지 궁금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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