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죽이고도 진심 어린 반성 한 번 하지 않은 자에 대한 복수는 단순합니다. 그대로 갚아주는 것이 최선이니 말이죠. 법정에 선 수현은 선처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내 아이를 죽인 자를 풀어준 판사에게 선처를 갈구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선택은 똑같을 것이란 수현의 말에 남편과 어머니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그렇게 하며 긴 교도소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현 역시 남겨진 가족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알면서도 한 선택이었습니다.
소중한 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한 자에 대한 복수에 대해 반성하고 선처를 바란다면 이 모든 행위가 허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떠난 아이를 위해서라도 수현은 엄마의 이름으로 당당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지키지 못한 엄마는 지독한 고통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도소 생활이 안정적이거나 행복할 일은 없습니다. 남편의 면회까지 거절하며 버티던 수현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미싱 작업을 하다 자신의 손등에 깊은 상처를 주면서도 고함 한 번 지르지 않던 수현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습니다.
아이를 먼저 보낸 엄마가 느끼는 지독한 고통의 무게는 이런 잔인한 현실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병원으로 이송되는 수현을 바라보는 남자는 자원봉사를 하러 온 선율(차은우)이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재소자들을 위해 아이들 노래를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선율이 그곳에 오는 이는 명확합니다. 그 이유는 이후 정리하도록 하고, 이 사건으로 수현은 같은 방에 있던 장형자와 친해지게 되죠. 끔찍한 일을 벌이고 20년 형을 받은 장기수였습니다. 그는 수현을 보며 어린시절 자신을 떠올렸습니다.
수현에게도 밝힌 이 사연은 바람난 남편이 너무 미워 홧김에 그들이 묵은 건물에 불을 질렀는데, 아무 상관없는 일가족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신을 차린 뒤에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끔찍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두 사망한 양평 펜션 방화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아이에게 형자는 차마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는 사죄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답변은 없었지만, 형자는 생존자가 건강하게 살아남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이 잘못한 행동들을 정리해놓기도 했습니다.
출소 후 자신이 직접 이 모든 것을 전해주면 좋겠지만, 그는 이제 더는 살 수 없는 인생입니다. 말기암 환자는 그렇게 자신과 닮은 수현에게 자신의 마지막 소임을 대신해 달라 부탁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그가 겪은 교도소의 7년이었습니다.
자해 사건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수현은 혼란한 상황에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가해자 측 변호인은 수현이 대문을 열어 놨다며 사건을 방조했다는 주장을 했었습니다.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 그날의 기억으로 수현은 자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대문도 닫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면 아들이 자유롭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이 불현듯 찾아오며 자신은 문을 열어두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 문을 열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남편 수호가 등장합니다. 수호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그날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가해자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의혹을 추적하다 현장에서 김준 의원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자는 김 의원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자였습니다.
김 의원이 그 자를 위해 물심양면 도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자가 교도소에 갇히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사실을 알고 김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수호는 그를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이 건넨 영상 하나를 보고 수호는 무너졌습니다. 그 영상은 사건이 벌어진 당일 자신의 집앞을 비추고 있는 블랙박스로 보이는 영상이었습니다. 이를 보고 수호가 당황했다는 것은 집 문을 연 이가 알고 있는 인물이란 의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 건우가 그 대상을 따라 나섰다는 것은 그 아이도 잘 아는 인물이란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그 인물이 누군지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김 의원이 여유롭고 자신만만하게 수호에게 영상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건우 할머니라면 집 비밀번호도 알고 있기에 손쉽게 드나들 수도 있습니다. 건우 역시 할머니라는 점에서 뭔가 보여주기 위해 따라나섰을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죠. 그렇다면 유력한 인물은 단 하나입니다.
수현에게는 친자매같은 매니저 유리일 가능성 밖에는 없습니다. 그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할머니와 유사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질 가능성 높은 것은 수호와 불륜 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가장 믿었던 사람들이 배신했을때 느끼는 좌절감은 그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호가 증오하는 대상인 김준 의원의 제안을 받아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는 이유는 그것 외에는 없습니다. 진실을 알았을 때 절망할 수현의 이유라는 것은 자신과 믿었던 사람과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수현이 출장을 간 사이 유리가 수호를 만나러 다녔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 역시 익숙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친근했을 수밖에 없죠. 문제는 아이가 밖으로 뛰어가며 들고 있는 태블릿에 뭐가 있었냐는 겁니다. 사망 후 발견되지도 않은 그 태블릿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권지웅이 "재수없이 내 차에 죽어"라는 발언은 유리가 건우가 들고 온 태블릿을 발견하고 뭔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유리를 쫓아가다 건우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수호와 유리의 불륜이 아니라면 그가 증오하는 김준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일 그 어떤 이유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분명 닫힌 문을 누군가 열었고 아이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엄마가 집으로 왔는데, 굳이 혼자 밖으로 나갈 이유는 없었다는 점에서 유리가 그날 그곳에 있었을 가능성은 큽니다.
앞서 언급한 장기수가 저지른 범죄의 유일한 생존자는 선율입니다. 그는 폐차장에서 일하며 밤에는 다른 일을 함께 하고 있죠. 공교롭게도 선율이 하는 일은 김준 의원 측에서 요구한 중요한 증거들을 빼오는 일을 대신하고 돈을 받고 있습니다.
수현의 가장 반대편에 있는 자를 돕는 이가 선율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김 의원을 좋아하거나 그를 존경해서 일하는 것이 아닌, 돈 때문이라는 점에서 선율이 수현의 편에 서서 함께 복수에 참여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선율이 수현이 찾아야 할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만나 대립 관계가 조금 형성되다 달라지게 될 겁니다. 수현은 문을 닫았다는 기억의 단초를 시작으로 아이가 죽은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이제 시작됩니다.
복수의 대상이 남편과 자매 같은 매니저였다면 이는 동력이 약 해져 보입니다. 실질적으로 아이를 죽이게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욱 남편의 경우 집에 자신과 있었고, 그날 그곳을 찾은 이가 유리라고 해도 건우를 죽인 직접적 인물은 아직 아니니 말입니다.
김 의원 역시 자신이 건우를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가해자를 비호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가 수현의 복수 대상이 되기에는 아직 모호합니다. 건우 묘지를 찾은 그날은 선율 가족이 사망한 날이기도 합니다. 같은 묘지에서 마주한 이들은 과연 적이 아닌 한 팀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흥미로운 전개 과정을 담고 있지만 마치 80년대 혹은 2000년대 감성을 품은 듯한 과한 감정 몰입 유도와 전개는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물론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첫 주 방송은 익숙함과 느린 전개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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