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골목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서로가 이웃사촌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오늘도 그곳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고 웃고, 울고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그곳에는 우리가 살고 있었다. 사랑과 우정 사이 그 미묘한 관계 속에서 그 간극마저 채워내고 뛰어넘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사랑은 눈이 알려 준다;
정환과 택이의 사랑과 우정사이, 결국 모든 것은 택이가 쥐고 있다
고3이 되어 토요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등교하는 쌍문동 친구들은 여전히 바쁘다. 사랑도 하고 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은 그들에게도 고3은 힘들기만 하다. 수현이라고 이름까지 바꾸면서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과 달리, 덕선에게 대학은 요원하기만 하다.
아버지와 아름다운 이별을 끝낸 선우는 엄마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이 곧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빠와 함께 캐치볼을 했던 선우는 봉황당을 찾아 택이 아빠 무성에게 야구하겠냐고 묻는다.
항상 조용하기만 하던 곰 같은 무성은 선우의 제안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골목에 있던 학주가 대신 봉황당을 지키게 된 상황에서 공터에서 캐치볼을 하던 선우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운동이라고는 전혀 해본 적도 없다고 생각했던 선우는 무성이 던지는 공을 보고 놀랐다.
선우가 받아들인 상황에서 무성과 선영의 사랑은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가장 큰 산 중 하나인 선우를 넘어선 상황에서 어려움은 그만큼 줄었으니 말이다. 김치 하나 놓고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닌 떼우는 무성을 보고 마음이 아픈 선영. 그런 선영의 제안에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다는 무성. 그들은 그렇게 더디지만 강렬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목욕탕 청소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손가방을 오토바이 탄자에게 소매치기를 당한 선영. 항상 다니는 길이 두려워졌다는 말을 듣고는 동네 어귀에 나와 선영을 기다리다 함께 돌아오는 무성의 모습 속에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무뚝뚝하지만 한 곳만 보고 가는 무성과 그런 든든함이 그리웠던 선영의 사랑은 이제 시간문제로 다가온다.
보라는 부모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보증을 잘못 써 반지하까지 내려와서 살아야 했던 동일네 집은 도망갔던 친구가 빚을 갚으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화는 그 날 이후부터 삶이 아름다웠고 동일 역시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일도 하고 큰딸에게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의 꿈을 포기해버린 보라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고민은 했지만 보라의 선택은 단순했다. 자신의 오랜 꿈을 다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걸리는 것은 연애를 시작한 선우다. 회계 공부를 할 때도 이야기를 했듯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하는 보라가 사시 공부를 시작하면 당연하게 몇 년은 만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별을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으니 말이다.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보라지만 언제나 성덕이가 부럽다. 누구하고나 쉽게 친해지고 많은 이들이 덕선을 좋아하는 것이 언제나 부러웠다. 보라는 아빠와도 서먹하다. 애교도 없고 무뚝뚝한 보라에게 아빠는 색다른 의미의 난제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보라가 보이는 사랑 역시 방식이 조금 다를 뿐 같으니 말이다.
목덜미가 해진 와이셔츠를 입으면서도 그저 즐겁기만 한 동일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은 돈으로 선물을 사지만 선뜻 주지를 못한다. 아빠가 건네는 꼬막도 그냥 받아먹으면 되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엄마를 통해 선물을 전하는 것이 최선은 보라와 동일 사이에는 뭔지 모를 벽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 벽이 쌓인 이유 역시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항상 겉돌기만 했던 동룡이가 갑자기 오토바이에 집착하게 되며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사고로 다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었지만, 경찰서까지 가게 된 동룡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장 무서워하는 학주인 아버지와 보험사에 다니는 엄마까지 도착한 상황은 동룡에게는 지옥과 같은 상황이었다.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룡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돈으로 그 관심을 대신했던 자신으로 인해 막내가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한 동룡이 엄마에게도 따뜻한 모정은 당연하게 존재했다.
엄마를 조 부장이라고 부르는 동룡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이다. 쇠고기가 잔뜩 들어간 미역국은 1년에 한 번 먹을 수 있는 동룡의 가장 큰 호사다. 사고 후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으며 어린양을 부리는 동룡은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행복하기만 했다.
정환과 택이의 덕선을 향한 사랑은 강렬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조용하기만 하다. 눈치 없는 덕선은 두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얼핏 그런 감정 선들이 자신에게 다가왔을지는 모르지만 그게 사랑인가에 대한 확신을 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처럼 챙겨줘야만 하는 택이는 언제나 수고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택이는 덕선이를 보면 그저 편안하다. 쌍문동 골목에 이사 온 첫 날부터 자신에게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던 덕선은 엄마가 없던 택이에게는 그리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중국에서도 자신을 챙겨주던 모습에 행복했던 택이는 덕선이에게 고백을 할 예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아닌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덕선. 절친인 선우에 대한 오해로 마음고생을 하던 정환이는 이제 택이로 인해 힘겹다. 분명 사랑이지만 이미 친구들 앞에서 먼저 덕선이를 좋다고 선언해버린 택이로 인해 입 밖으로 마음을 내보이지도 못한 채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두 개의 옷이지만 말하지 않으면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덕선은 정환과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기만 하다. 그런 상황에서 택이의 움직임은 정환에게는 위험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다. 택이가 고백하는 순간 정환은 그저 짝사랑만 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랑과 우정사이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 고민만 하던 정환을 더욱 힘들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운동을 해본적도 없는 아버지가 엄마의 타박으로 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했지만 그게 탈이었다. 뭐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성균은 무성 앞에서 잔뜩 자랑을 하다, 자신의 현재가 얼마나 초라한지만 확인하게 된다.
달밤에 계단에서 운동을 하던 성균은 허리를 다치고 만다. 급하게 병원 응급실로 향하지만 마침 큰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택이의 행동은 뭉클하게 다가왔다. 누구에게 부탁을 받는 것도 하는 것도 싫어하는 택이는 오직 바둑만 아는 존재였다. 그런 택이가 정환이 아빠 성균을 위해 부탁을 했다.
택이와 바둑을 한 번이라도 두는 것이 소원인 바둑 팬 중 하나가 바로 그 병원의 병원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전화를 해서 성균이 친척이라며 부탁을 하자 부원장이 급하게 병원으로 와 수술을 해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늦은 밤 응급실까지 올 일이 없는 부원장까지 움직이는 택이의 힘은 그런 것이었다.
덕선이 문제로 혼란스러웠던 정환으로서는 더 큰 짐을 지게 되었다. 큰 일이 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아버지를 구해준 택이의 그 행동은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네 골목에서 택이를 기다리던 정환은 무뚝뚝하게 "고맙다"라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풀린 운동화 끈을 보고 묶어주는 정환을 보고 택이는 "고마워"라는 말은 건넨다.
택이와 정환이가 건넨 "고맙다"는 말 속에 그들의 우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버지를 위해 모두가 알고 있던 택이가 아닌 모습을 보여준 친구. 자신의 부족함을 항상 채워주는 택이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들. 정환 만이 아니라 택이에게도 친구들에 대한 감정은 동일했다.
선우와 택이는 서로의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 더욱 친해졌다.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선우는 택이에게 중국에서 열리는 바둑 대회를 마치며 고백 하겠네 라는 말을 건넨다. 택이 역시 당연하게 큰 대회를 마치면 덕선이에게 고백을 하고 싶다고 결심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을 보면 안다고 한다. 눈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눈 속에 사랑이 숨겨져 있다는 말은 새로운 고민으로 다가왔다. 선우가 이야기를 하듯 택이의 마음을 알고 그를 보니 덕선이를 택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언제나 덕선이만 바라보고 그 눈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숨길 수 없었으니 말이다.
중국으로 가기 전 친구들이 모두 모여 놀던 사이, 흘러나오던 나미의 노래에 맞춰 동룡이와 춤을 추는 덕선이의 모습을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택이. 그런 택이를 보고 웃는 선우 너머에 정환이 존재했다. 택이는 정환이의 눈빛에서 자신과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택이는 비록 글로 사랑을 배우고 있는 단계이지만 그 감정과 상황을 파악하는 힘은 강하다. 뛰어난 승부사인 택이에게 선우가 알려준 눈 속에 사랑이 있다는 말은 중요했다. 그리고 자신만 덕선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지 정환 역시 그렇게 덕선이를 바라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환의 눈빛에서 그가 얼마나 덕선이를 좋아하고 있는지 알게 된 택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제 모든 공은 택이에게 있다. 그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정환이 침묵하고 있는 '사랑과 우정사이' 그 선택이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사랑'과 '우정' 그 무엇도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비 오는 날 우산 속에 갑작스럽게 들어 온 정봉에게 강렬한 운명을 느낀 미옥.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했던 이들 커플은 당시 유행하던 비엔나커피를 마시며 '거품 키스'의 원조는 자신들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드라마 속에 나온 의상과 유사하고 분위까지 갖춘 채 이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보라와 덕선이 느끼는 사랑과 달리 청량감이 넘치는 사랑이다.
"그럼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죠?"
사시 공부를 하겠다는 말을 건넨 보라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선우. 둘이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고3인 선우는 대학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보라 역시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갈 것이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믿으며 사랑을 이어갈 것이다.
덕선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택이를 선택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여자들에게 모성애를 자극하게 하는 남자는 강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나쁜 남자에게 넘어가는 여자들의 속성 아닌 속성이 <응답하라 1988>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물론 단순히 나쁜 남자가 아니라 그 안에 품고 있는 착하고 우직한 정환이의 모습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침묵만 한 채 주변을 돌던 정환이의 행동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덕선이 주변에서 그녀를 보살피는 모습만 존재하지만 아주 조금씩 덕선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니 말이다. 버스 안에서 벌어진 그 작은 흐름만으로도 충분히 정환의 변화와 덕선의 마음을 바라보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까칠하기만 하던 택이가 변했다는 사실을 15회는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누구에게도 부탁을 해 본적이 없던 택이는 성균을 위해 전화까지 했다. 언론 인터뷰조차 싫어하던 택이는 자신을 항상 돌봐주던 기원 이 부장의 부탁을 들어준 그는 기존과 달랐다. 덕선이에 대한 사랑과 함께 까칠하게 오직 바둑만 알던 택이는 그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곧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는 없다는 점도 재미있다.
선영은 무성과 같은 사랑에 행복을 느끼지만 어린 덕선에게는 가슴 뛰게 하는 정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덕선에게 택이는 지켜줘야만 하는 친구일 뿐이다. 택이의 고백에 덕선이 흔들리기 어려운 것은 선우와 정환 일로 인해 덕선은 더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무조건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다섯 번의 이야기가 너무 아쉽기만 한 <응답하라 1988>은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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