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로 준비되었던 <응답하라 1997>이 최종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던 시원의 남편은 기대처럼 윤제가 되었고, 형 태웅의 짝은 자신을 수술해주었던 의사 주연이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기까지 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간직하고 사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과 완벽하게 소통하며 '응칠'붐을 불러왔습니다.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익숙해진 사랑에 망각한 것 뿐이다
그동안 쌓였던 의문들과 그들의 삶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들 역시 매력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는 사실이 <응답하라 1997>이 분명 드라마라는 사실을 깨달게 합니다.
출산을 하는 시원 앞에 등장한 두 남자. 태웅과 윤제가 등장하며 시작된 최종화는 차분하게 하지만 흥미롭게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시원은 여전히 괄괄한 성격답게 방송작가 생활에 적극적이었고, 윤제와 준희의 동거는 예정된 것처럼 마무리되었습니다. 태웅은 동생에게 자신의 마지막 사랑이라 생각했던 시원을 포기하고 교수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시원은 연일 술에 취해살고 그런 삶이 그녀에게도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회식 자리에 참석한 윤제는 학교 동창생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원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판사들 회식 자리에서 여자들의 음주를 당연하게 여기던 윤제는 시원의 회식자리에 가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이 여자가 술 마시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그의 이중적인 모습은 바로 사랑이기에 가능한 모습이었습니다.
동창회에 함께 한 친구들만이 아니라 친구들까지 궁금하게 생각하던 시원과 윤제의 연애는 뭔가 특별한 것이 존재할 것이라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5년 한참 사랑이 뜨거웠던 시절 굿바이 키스에 취해 사랑의 문자를 날리는 윤제와는 달리, 너무나 솔직한 문자들의 향연은 윤제를 당황스럽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자신과 연애하는 시원이 여전히 토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이것이 싸움의 시작이 되었고 그런 그들의 분노는 다른 이들이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싸움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모습일 뿐이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친구였던 그들의 일상은 그렇게 결혼을 준비하던 그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왔습니다.
윤제의 집에서 시원의 어머니가 보내준 만두를 속은 윤제나 겉은 시원이 나눠먹으며 슬쩍 프러포즈를 하는 윤제와 시원의 모습은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이벤트가 넘치는 세상에 이벤트하지 말라하는 시원과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결혼에 궁금해 하는 윤제. 프러포즈 안 받아 주면 키스한다며 숫자를 세는 방식으로 결혼 승낙을 받은 윤제는 그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윤제가 자신의 첫사랑이었고, 끝 사랑이기를 바랐던 준희는 그와 함께 살았던 집을 나서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합니다. 윤제를 사랑하는 그리고 윤제가 사랑하는 시원을 위해 자신의 첫사랑을 포기한 준희. 그런 준희가 자신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우연하게 듣게 된 시원. 그 오묘한 상황 속에서 서로 진심을 숨긴 채 하지만 서로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의 첫사랑과 헤어지는 의식을 치릅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랑. 하지만 그 누구보다 든든한 친구인 준희를 떠나보내는 윤제는 그를 뒤에서 가볍게 안으며 "나중에 밥 먹자"라는 말로 준희의 아픈 첫사랑을 마무리합니다. 태웅이 윤제를 위해 시원을 포기했듯, 준희 역시 윤제와 시원을 위해 자신의 첫사랑을 포기하는 모습은 담담했지만 큰 울림처럼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홀로 남은 태웅은 조교들과 함께 동방신기의 콘서트에 갑니다. 빠순이라는 단어를 잘못 올렸다 시원에게 크게 당했던 태웅은 그 콘서트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카시오페아 경기지부 부회장의 표를 대신 전해달라는 조교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 그녀는 바로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치료해주었던 여의사였습니다.
그렇게 운명은 예측할 수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기도 합니다. 시원이 그렇듯, 주연도 빠순이라 불리는 열광적인 사랑. 그 순수한 열정이 바로 현재의 그들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순기능만 제대로 발현된다면 충분히 이런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끓어오르는 열정에 임신을 하게 된 윤제와 시원이 형 예비부부보다 늦게 결혼을 하겠다고 하지만, 들어선 아이 때문에 형이 잡아 놓은 모든 것을 차지한 그들은 여전했습니다. 반지를 몰라서 시원을 놓쳐버렸던 윤제는 예비 형수인 주연이 아기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이 시원을 확실하게 가질 수 있는 최선이 임신이라는 사실은 재미있기까지 했습니다. 반지로 놓친 시원을 임신을 통해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윤제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습니다.
동창회 자리에 온 윤제와 시원의 큰 딸 아이와 시원의 부모의 모습은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추억을 나눠가지고 살아왔던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챙겨주는 과정들은 그들만의 동창회가 아니라, 시청자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시원이 토니에게 미쳐 살았듯, 시원의 딸은 '구름빵'에 등장하는 홍시 부인이 되겠다며 모두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여전히 말 많은 성재는 보험설계사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혼자인 준희는 누군가 알 수 없지만 빨간 차를 타고 마중 나온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모습에서 첫사랑을 보내고 새로운 사랑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라며 첫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린 윤제의 말처럼 영악하지 않고 지독할 정도로 순수하게 집중하는 사랑. 그래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그 지독한 아픔과 상처는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특별할 것인지를 잘 보여주니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첫사랑. 첫사랑은 세월이라 정의하며 어른의 사랑을 위해 그 첫사랑을 내어줘야만 한다는 윤제의 내레이션처럼. 사랑은 기다리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에는 반만 동의할 수 있지만 그 사랑이라는 감정은 겹겹이 쌓여 진정한 자신의 사랑으로 이어지고 완성되어진다는 사실은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태웅은 시원이 좋아하는 HOT를 이해하기 위해 CD를 구매하던 시절 우연하게 마주했던 주연이 바로 태웅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랑은 우연하게 하지만 그렇게 필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로맨스가 가면 생활이 온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은 고단하고 지난한 일상이 되어간다는 이야기. 마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라고 말하는 <응답하라 1997>은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때로는 싸우고 밉기도 하지만 일상속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그것이 곧 사랑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만 않는다면, 그 첫사랑의 감정은 세월의 무게와 색깔처럼 익숙해질 뿐이니 말입니다.
내가 느꼈던 그 사랑. 그 첫사랑은 과연 무슨 의미였는지 다시 고민해보게 합니다. 윤제와 시원의 33년의 삶을 보면서 '익숙한 설렘'에 만족해하는 그들의 행복한 사랑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그 시절의 음악은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윤제가 왜 팔을 다쳤는지, 그리고 태웅이 시원에게 준 차의 넘버가 왜 1997이었는지에 대한 제작진들의 배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완성도를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었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애절하게 가슴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응답하라 1997>은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그렇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라는 윤제의 말을 남기고 영원히 마무리된 드라마는 그렇게 많은 시청자들에게 뜨겁고 순수했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일상에 지치고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있었던 소중한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 주게 했던 <응답하라 1997>은 최근 방송에서 유행하는 '힐링'을 완벽하게 구현해준 셈입니다.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게 해주고 그 달달했던, 사랑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해준 <응답하라 1997>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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