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했던 폭력 사건 후 하메들은 모두 변하기 시작했다. 변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신이 언제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상황에서 하메들을 위해 큰 언니인 진명은 은재 집으로 사과를 따러 가자고 제안했다. 노동 후 흘리는 땀이 온갖 고통스러운 기억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진명의 극한 하루;
나는 나를 긍정한다, 각자가 짊어진 마음의 짐과 기절 후 떠오른 지원의 과거 기억
진명은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원을 생각해 신고도 못했지만 그 사건은 하메 모두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폭력만이 아니라 그 상황이 주는 공포는 싶게 사라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메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자아 찾기다.
자신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어가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은재는 솔직한 고백으로 미묘했던 관계는 끝났다. 어린 시절부터 먹는 것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려야 했던 예은은 새로운 남친에게 풀어내기도 했다.
자신의 마음대로 남친을 바꾸는 행위가 그녀가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장훈에게 너무 솔직해 오히려 서먹해진 은이에게도 일상은 달라져 있었다. 그런 하메들을 위해 준비한 진명의 사과 따기 여행은 나름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과를 따는 것 자체가 쉬운 일도 아니고, 노동이 힐링이 되는 것도 아니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만 가득한 상황에서는 작은 변화라도 흐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진명으로 인해 사과 따기에 나선 하메들은 조금씩 자신을 뒤돌아보며 정상을 찾기 시작했다.
동생들을 위해 준비한 여행인 만큼 그녀가 하메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역시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진명의 행동이 은재 엄마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진명의 극한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엄마에 의해 어린 시절부터 통제된 삶을 살아야 했던 예은은 철저하게 자신의 식욕을 단속해야 했다.
먹고 난 후 자책하고 철저하게 몸무게 관리를 해야만 했던 예은은 그 모든 삶이 힘겹기만 했다. 그런 힘든 삶은 누군가에게 집착하게 했고, 잔인한 데이트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지독한 억압 속에서 은재 엄마가 보여준 포근함은 예은에게는 행복으로 다가왔다. 비록 친구의 어머니이기는 하지만 예은이 원한 것은 이런 편안함이었으니 말이다.
고백 아닌 고백 후 은이와 장훈은 더욱 서먹해졌다. 생각지도 못한 은이의 솔직함에 당황한 장훈은 고민만 더 커졌으니 말이다. 그런 장훈의 행동에 은이는 속상했다. 힘들게 고백까지 했는데, 상대가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 아쉬움은 은재네 집에서 모두 풀렸다. 군 입대를 앞둔 자신이 은이와 정말 사귀어도 되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으니 말이다. 모깃불을 피우며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 두 사람은 그렇게 1일 차 연인이 되었다. 모든 고민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풀려가기 시작했다.
산에서 부는 바람의 모습을 흔들리는 나무 가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는 은재처럼, 그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쌓여있는 고민들을 하나 둘 털어내고 있었다. 아이돌을 준비하다 갑작스럽게 내던져진 헤임달 역시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진명이 내민 손으로 인해 다시 일어날 힘을 발견한 헤임달에게도 이번 여행은 너무 반가웠다. 사과를 따다 잠시 쉬는 사이 매미 오줌과 함께 진명은 굼벵이는 매미가 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했다. 단 열흘을 매미로 살기 위해 수개월을 굼벵이로 지내야 하는 삶을 되돌아 보며 과연 굼벵이는 매미가 최종 목표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미가 목적이 아니라 굼벵이의 삶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목적과 목표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의 중요하니 말이다. 특별할 것 같지 않은 그 과정을 깨닫는 것은 어느 순간이다. 그 순간을 그들은 진명이 제안한 여행을 통해 얻게 되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 지원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진명은 본능적으로 밖으로 나갔다. 진명의 행동에 다른 하메들도 뒤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원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저수지를 지나칠 때는 익사 사고 관련 예방글이 적혀 있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뛰어가면 모두가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애써 모두 천천히 걷던 그들은 그렇게 초등학교에 쓰러져 있던 지원과 만나 후에야 겨우 긴장이 풀렸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깬 지원은 뭔가에 이끌리듯 산책을 나섰다. 안개를 뚫고 이끌리듯 학교로 향한 지원은 그 낯선 학교 미술실에서 자신이 과거를 떠올렸다. 기절과 함께 그동안 봉인되어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깨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미술실에서 일어난 그 사건이 기억났다.
어린 나이에 받아들일 수 없었던 끔찍한 기억에 지원은 스스로 그 잔인한 장면들을 모두 봉인 시켜버렸다. '예쁜 구두'라는 효진의 말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술교사였던 한광연은 소아성애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효진이를 예쁜 구두로 유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광경을 목격한 지원은 그날 이후 스스로 기억을 봉인했다.
그 사건을 목격한 지원은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일로 인해 효진은 강제 전학을 가야 했고, 기억을 지워내기 위해 지원은 스스로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봉인한 채 살아갔던 지원은 그래서 남자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목격한 그 장면 때문이었다. 그 지독한 트라우마는 지원의 삶 전체를 바꿔 놓았다.
진명의 극한 하루는 그렇게 하메들에게는 새로운 계기를 부여하는 동기가 되었다. 출구를 찾지 못해 힘겨워하던 하메들은 그렇게 스스로 출구를 찾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방법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과거의 봉인된 기억에서 깨어난 지원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전생이 봉평장터를 향해 가던 허생원과 조선달이 아닌 당나귀였다는 지원은 과연 어떤 방법을 택할까?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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