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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추적자 13회-손현주의 추적은 김상중이 아닌 인간 본성을 찾기 위함이었다

by 자이미 201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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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석이 대통령 선거 전날 검찰에 출두하게 되면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 강동윤은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서회장과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신혜라는 다시 강동윤의 편에 서면서 분위기는 급반전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증거인 PK 준의 핸드폰을 차지한 강동윤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백홍석의 반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이야기하는 추적자, 그래서 특별하다

 

 

 

 

 

그 흔한 선거 쇼를 드라마에서 재현한다고 드라마의 리얼함이나 가치가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나 영화에서조차 식상한 이야기의 반복과 재현은 그저 익숙함의 반복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추적자'가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고찰일 것입니다.

 

백홍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부인마저 딸을 잊지 못하고 숨져버린 상황에서 그가 접한 진실은 참혹하기만 했습니다. 그가 알고 있는 진실 속 감춰진 사실은 그를 분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백홍석이 주인공이고 그를 위한 이야기임에도 신회장과 강동윤의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그들의 스펙트럼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밀도 있게 담아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백홍석 위주의 이야기로 전개되었다면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추적(자)'에만 초점이 맞춰진 액션 드라마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사회적 층위가 지어진 직업군들이 들어서며 이들은 서로를 '추적'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을 넘어 한오그룹의 회장이 되어 평생 권력을 독차지하고 싶은 강동윤은 서회장을 추적하는 존재입니다. 평생을 비교당하고 무시당하며 살아왔던 서회장의 아들인 서영욱은 그런 강동윤을 추적하는 삶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고 그런 사랑을 받기 원했던 서지수는 자신을 목적으로 대하는 남편 강동윤을 추적하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아버지를 단죄해야만 했던 최정우 검사는 깊은 고뇌 속에 정의를 추적하는 검사로 거듭났습니다. 스스로를 포기했던 삶은 백홍석을 만나면서 다시 살아났고 그는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검사로서 정의 찾기에 나서며 스스로 정의를 추적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강동윤이 꿈꾸는 자리, 그리고 모든 이들을 조정하는 돈 권력을 가진 서회장 역시 자신의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권력들을 추적하고 추적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한 존재이기도 한 서회장은 그래서 추적을 당하고 추적을 하며 평생을 살아온 존재입니다. 한 번도 그 어딘가에서 안주하지 못하고 항상 무언가를 추적해야만 살 수 있었던 존재인 서회장은 그래서 피곤하고 힘겨운 운명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열심히 추적하는 관계인 서회장과 강동윤은 그래서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둘 모두 자수성가해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선 인물로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믿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서로가 하나가 될 수 없게 합니다. 또 다른 나를 바라보며 경계하고 추적해야만 하는 둘의 관계는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썀 쌍둥이 같은 존재이니 말입니다.

대외적인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전혀 다른,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만 살 수 있는 정치인과 경제인이라는 직업군의 두 인물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두 직업군의 충돌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격하게 동의하면서도 민망하게 만드는 수많은 명대사들의 나열 역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담고 있었기에 명대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강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한오그룹의 사위로 있으면서 재벌개혁을 주장하며 서민의 편에 서겠다는 강동윤 후보. 그런 그를 보며 과연 그가 진정 재벌개혁을 하고 서민을 위한 발언을 한 것이냐는 서회장의 대사보다 더욱 섬뜩했던 것은 이어진 대사였습니다.  

 

"국민들이 모르는 것 같으냐. 국민들은 알고 있다. 자신들에게 이로운 공약을 하니까 투표를 하는 것이지 뭔가 특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투표하는 것은 아니다"는 서회장의 발언은 우리의 습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못된 선거를 반복해서 할 수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재벌이나 정치인, 그리고 사법 기관에서 일하는 존재들이 가지는 권력에 대한 탐욕만큼이나, 국민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탐욕 역시 사회를 뒤틀리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은 그래서 섬뜩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추적자'는 외피는 분명 백형사의 복수에 집중하고 있지만 내피를 들여다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가 명확해집니다.

 

사회 정의라는 어설픈 이야기 전달이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가치는 획득됩니다. 그동안 철저하게 서회장과 강동윤에 이끌리던 백홍석이 반격을 시작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그동안 권력을 가진 자들을 통해 탐욕의 근원을 이야기하던 드라마가 백홍석의 입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 전날 강동윤에게 문제의 핸드폰을 넘기고 밀항을 했다던 백홍석이, 강동윤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낡은 이발소에서 백홍석을 만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무리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릴 것 같지 않던 강동윤의 가장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를 백홍석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강동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모두 담겨 있는 아버지의 낡은 이발소는 바로 그가 잃어버린 혹은 그 안에 고이 모셔둔 인간 본성이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공간을 침범당하고 파괴된다면 강동윤이 무너지고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혹은 그 반대로 잃어버린 강동윤의 본성을 깨우치게 하는) 이 공간을 대 반격의 시작으로 삼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상당한 많은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사연과 상황들에 맞는 이야기들을 조금은 길게 풀어냈던 '추적자'는 결국 각자 모두 자신을 스스로 추적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자의 시각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그 무언가를 추적하던 그들이 과연 그들이 잃어버렸던 인간 본성에 대한 가치를 찾아갈 수 있을지 남은 이야기들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거대 담론을 품고 있지만 결국은 보이지 않은 인간 근원의 문제를 심도 깊게 건드리고 있는 '추적자'는 역시 명품이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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