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을 앞둔 영화가 넷플릭스로 향했다. 향후 이런 변화들은 많아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가 초토화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은 영화들이 향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영화 <콜>은 국내보다는 해외 공포 영화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배경이나 모든 것은 한국이지만, 언뜻 외국 영화에서 본것과 같은 스타일이 묻어난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영화였다.
서연(박신혜)은 어머니 병문안을 갔다 집으로 돌아왔다. 시골 마을에서 돋보이는 2층 집은 오늘따라 더 기묘함으로 다가왔다. 기차에서 휴대전화를 흘린 서연은 자신의 전화를 주운 자와 통화가 되었지만, 보상만 요구할 뿐 돌려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오래된 무선 전화기에서 벨이 울렸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여성과 통화는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잘못 건 전화라고 생각했지만, 반복되어 전화가 오자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2019년에 살고 있는 서연에게 전화를 건 것은 1999년 영숙(전종서)이었다.
무려 20년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두 사람은 통화를 하고 있다. 이제는 사용하는 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드문 무선 전화기를 통해 이들은 왜 서로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운명과도 같았다.
영숙과 전화 통화를 하고난 후부터 이상한 상황과 마주했다. 악몽을 꾸던 서연은 가족사진이 떨어진 벽 뒤에 뭔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뚫은 벽에는 계단이 있고, 알지 못했던 지하실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자 안에 있던 오래된 다이어리 한 권을 찾게 된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했던 영숙이 적은 글들이 가득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절박함과 함께 이들의 기괴한 공조는 시작되었다. 홀로 남겨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이 존재하던 서연에게 영숙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20년 전 영숙과 통화를 하면서 서연은 그가 누구인지 찾기에 여념이 없다. 딸기 농사를 짓는 아저씨에게 물어도 얼버무리기에 여념이 없다. 흥미롭게도 둘은 28살 동갑이다. 물론 20년 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서연보다 20살이 넘는 존재다.
서태지로 인해 서로 더욱 친해진 서연과 영숙. 그들의 운명을 바꾼 것은 어쩌면 서로에게 다가온 절박함일지도 모르겠다. 서태지로 일심동체가 되어 미래를 사는 서연이 들려주는 영상 속 음악을 테이프로 녹음하는 영숙은 그렇게 고립된 상태에서 친구가 되었다.
친해지며 자신의 이야기들은 전해지게 되고 그들은 선을 넘어섰다. 아버지를 일찍 잃으며 가세가 기울고 삶조차 엉망이 되어버린 서연에게 영숙은 아버지를 찾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엄마가 불을 끄지 않고 나가며 집에 불이 났고, 그렇게 서연은 화상을 입었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영숙은 무당인 가짜 엄마의 눈을 피해 서연이 살고 있는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창밖에서 지켜보던 그는 서연 어머니가 나가자 집에 들어가 가스렌지 불을 끄며 끔찍한 상황을 막았다. 영숙의 선택은 현재의 서연의 삶 전체를 바꿨다.
쓰러져가는 집부터 바뀌기 시작하더니, 온실에서 꽃에 물을 주는 다정한 어머니와 사망한 아버지가 다가온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이 더 이상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자신 앞에 있는 아버지는 꿈이 아닌 현실이다.
과거를 바꾸니 현재가 완전히 달라졌다. 돈에 허덕이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던 서연. 어머니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아버지를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증오하며 살았던 서연의 삶은 이제 180도 달라졌다. 성공한 삶과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은 서연에게 충만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연에게는 행복한 변화이지만, 이는 대가가 필요한 거래일 뿐이었다. 그저 주어지는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연의 아버지가 살아나며 극적으로 미래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숙의 야망은 그렇게 집요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영화 <콜>을 보신 분들이라면 전종서에 집중했을 것이다. 섬뜩한 사이코패스로 등장한 전종서는 화장하나 없어 보이는 맨 얼굴로 끝이 없는 잔인함을 보이는 그의 연기는 경악할 정도였다. 만약 전종서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존재할 수 없었다.
20년이라는 터울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언뜻 흔해서 식상해 보일 수도 있었다. 시간을 앞세운 이야기들은 너무 흔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올해 들어 부쩍 비슷한 설정을 둔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20년이라는 차이가 나는 시공간을 넘어서는 이들의 소통은 스릴러 장르를 혼합하자 전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장편 데뷔작을 이 정도로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면 이충현 감독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진다.
최근 감성인 레트로, 뉴트로를 감각적으로 버무리며 사이코 살인마와 피해자를 시간 차를 두고 배치해 상황을 이끄는 <콜>은 국내 스릴러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었다. 마치 저주받은 집을 배경으로 한 영화처럼 저주가 내린 집에서 살고 있는 두 여성이 벌이는 섬뜩한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여성 영화이기도 하다.
남자는 조연일 뿐이고, 여성이 끌고 가는 이 영화의 힘은 강렬했다. 전종서의 파격적인 연기와 박신혜의 안정적인 연기가 하나가 되어 <콜>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이 정도 퀄리티의 영화를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저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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