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을 선택했다.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트랩>은 2화 만에 연쇄살인집단이 누구인지 모두 드러냈다.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는 것은 전면전을 통해 두 세력의 대결 구도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숨길 패도 없이 모두 내놓은 채 이어지는 전면전은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두 얼굴;
죽음이 지배하는 트랩 유희로 살인하는 집단의 광기에 맞서는 편이 완성되었다
숲에서 이어지던 인간 사냥에서 겨우 살아난 우현이지만 안심할 수가 없다. 아내와 아들이 여전히 숲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현은 미처 몰랐지만 그를 노리는 이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의 최대 지분을 가진 홍원태(오륭)라는 사실은 충격이다.
흐름은 명확하게 정해졌다. 7번의 이야기 속에 어떤 과정을 담을 것인지 2회 보여준 셈이다. 인간 사냥을 하던 사냥꾼 중 하나가 홍원태가 운영하는 회사 직원이다. 이는 홍원태가 이번 사건과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가 불가 하니 말이다.
2화 가장 큰 변화는 서울 본청에 있던 프로파일러 윤서영(임화영)이 사건에 투입된 점이다. <트랩>은 두 개의 축으로 이어진다. 직접 당사자인 우현과 경찰 조직이다. 그 경찰 조직의 핵심은 노련한 베테랑 형사인 동국과 신출내기 프로파일러 서영이다.
<트랩>은 새로움으로 뭉친 이야기가 아니다. 클리셰는 난무할 정도로 많다. 예측 가능한 상황들은 때론 답답함으로 다가올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조금 과하게 몰입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는 연출의 문제다. 연출자가 큐 사인을 주면 그에 맞춰 연기를 하는 연기자로서는 결과물이 어떤 식으로 조합될지는 최종 영상이 나와야 한다.
노련한 형사 동국이 자신이 아끼던 후배 형사 남수가 사망한 후 급격한 변화를 가지게 된다. 자신의 눈앞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수. 그가 추적하던 자는 우현의 비서 시현이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남수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속 살인자와 시현이 이야기하는 장면과 전기가 나갔던 그 순간 치매 병동의 특성상 녹화 되고 있던 영상 속에도 그 인물이 찍혔다.
남수가 어이없이 추락사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죽었다는 것은 하나의 사진과 한 개의 동영상으로 증명되었다. 물론 이를 체계적으로 맞춰 남수의 사망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개 비서가 이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하게도 시현이 근무하는 회사의 회장인 홍원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업가라는 홍원태. 그리고 우현의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인물. 그가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모든 사건을 사주한 주범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뒤 무료해진 홍 회장은 인간 사냥을 통해 지루함을 치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동국은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서영이 프로파일링하고 있는 연쇄살인사건과 이번 우현의 사건은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사이코패스들이 모인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나 정치인들 중에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분석에서 드러났다. 사이코패스는 범죄자가 아니라면 사업가나 정치인 등으로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성격은 남들보다 성공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거대한 범죄 조직인 홍 회장에 맞서는 이들은 정해졌다. 아내와 아들을 잃은 우현과 아끼는 후배를 잃은 형사 동국, 그리고 연쇄살인집단을 추격하는 프로파일러 서영이 그들이다. 그들은 명확한 명분이 존재한다. 물론 동국과 서영은 경찰이라는 이유로 하나가 되지만, 우현은 독자적으로 추격하고 복수를 실현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서영이 분석한 것처럼 냉철하기만 해 보이던 비서 시현은 홍 회장의 편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우현의 편에 선다.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과 이유가 존재하니 말이다. 숲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우현은 알려지지 않은 과거를 드러내며 사냥꾼들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수부대 출신인 우현은 극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카페 주인인 마스터 윤에 반격하며 실체를 일부 확인하게 되었다. 악랄한 살인자 못지 않게 강한 우현에게 이런 상황은 오히려 더욱 강한 정신력을 가지게 만들었다. 마스터 윤을 통해 사냥꾼들이 어떤 자들인지 조금은 확인하게 되었다.
아들을 찾으러 간 우현은 사냥꾼 하나를 제압했다. 하지만 진짜 사냥꾼은 잡아내지 못했다. 홍 회장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자는 개인적인 취미로 인간 사냥을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우현의 집안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현의 아들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들이 아내와 아들 중 선택을 강요한 이유 역시 이유가 있다. 홍 회장과 우현의 아내 서영이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비서 시현이 가지고 있던 대포폰은 우현과 통화하기 위한 은밀한 것이 아닌, 서영이 홍 회장과 통화하던 도구였다.
서영은 이를 홍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증명했다. 이런 상황으로 전개되면 왜 우현을 대상으로 인간 사냥을 했는지 이유도를 알 수 있게 한다. 홍 회장이 다른 많은 이들을 인간 사냥한 것은 그저 취미였을 수도 있다. 이유가 있다기 보다 짐승보다 인간이 더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이자 엄청난 자산을 가진 홍 회장에게 이런 은밀한 취미는 어렵거나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프로 사냥꾼을 옆에 두고 은밀한 취미 생활을 하던 홍 회장은 내연녀인 서영에게 우현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현의 친아들이 아닌 시우는 사망했다.
서영이 생존해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현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경찰이 보여준 사진 속 남자가 자신을 위협했던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홍 회장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우현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단순하다.
1, 2화를 통해 모든 사건은 스스로 민낯을 드러냈다. 프로 사냥꾼의 정체도 그리고 사이코패스 집단도 드러났다. 그리고 복수를 해야만 하는 이들도 분노를 가득 채웠다. 이제 이 둘의 충돌만이 남겨져 있다. 익숙한 방식과 일반적인 캐릭터들이 아쉬움을 주기는 하지만,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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