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희 들뜨게 만든 조화, 사랑 고백은 옷걸이에
남매의 경우 성장과정에서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나가 있는 경우 항상 동생에게 당하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동생의 경우 오빠에게 힘에 밀려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수정은 종석을 제압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고는 합니다.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수정의 성격 탓에 함부로 대하기도 힘든 종석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합니다.
시험은 끝나고 결과가 학교에 통보되어 담임이지만 볼 일이 별로 없었던 박하선의 부름을 받고 간 교무실에서 그는 시험 중간에 나간 사실을 들킵니다. 이런 사실을 집에 알릴 수 없었던 종석은 힘들게 막아내기는 했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방심하다 그 사실을 수정이 알게 되고 맙니다. 앙숙과도 같았던 수정이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은 곧 집안 전체가 뒤집힐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본심을 다해 아버지가 재기를 꿈꾸고 이렇게 열심히 살게 된 이유가 자신이 시험을 잘 마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실망을 시키게 되면 아버지가 좌절을 할지 모른다는 본심을 드러내자 수정은 눈물을 보이며 이 사실을 죽어서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날 듯했지만 10여 년 동안 함께 살면서 수정이 보여준 다혈질적이고 급변하는 성격은 종석을 불안하게 합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수정으로 인해 그녀의 감정 변화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종석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조금만 달라져도 수정을 불러 감정에 호소하는 종석은 과도한 불안이 상황을 그르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오직 자신의 잘못이 수정으로 인해 부모님께 알려지지 않기만을 기대할 뿐입니다. 하지만 종석이 불안해하면 할수록 그 불안은 더욱 그를 불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뿐입니다.
종석의 불안이 만든 조급함은 점점 수정을 불편하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불편은 처음의 감동을 상쇄시켜 나갈 뿐입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문제를 반복적으로 강요하는 상황은 곧 부정적인 생각으로 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종석의 불안은 곧 자신이 최악이라 생각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만들고 맙니다. 다시 한 번 수정에게 감정으로 호소하다 다락방에서 내려오던 그는 휴대폰이 주머니에서 빠지며 수정의 머리를 때리며 일은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고 맙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잠재되어 있던 불안은 그렇게 밖으로 터져 나오고 분노한 수정은 곧바로 부모님께 종석이 시험을 보다 나왔다는 사실을 밝히려 합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영화의 제목처럼 불안은 또 다른 불안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커져만 가는 불안은 결국 모든 일을 망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점에서 이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불안함은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상황을 만들어냈고 그 불안이 씨앗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고 오직 수정이 못된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는 모습은 우리의 삶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계상을 속으로 좋아하는 진희의 사랑고백이 황당한 상황으로 귀결된 50회 에피소드는 재미있었습니다. 치매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짜기에 힘겨워하던 계상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짝짓기 프로그램을 응용한 게임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안합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즉석에서 꺼낸 이 이야기는 본격적인 프로그램으로 확정되고 그 일은 진희의 몫이 됩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장을 꾸미기 위한 일들을 하면서 계상과 함께 하는 시간들 모두가 행복했던 진희는 실제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하며 들뜨게 됩니다. 자신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실연을 해야 하는 상황은 진희에게는 행복과 들뜸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사를 하고 서로 눈을 마주보는 장면에서 한없이 뛰는 심장은 밖으로 삐져나올 지경이었습니다. 빼빼로 게임과 풍선 터트리기 등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게임들을 계상과 함께 하게 된 진희로서는 이보다 행복한 순간이 없습니다.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는 이와 마치 실제 짝짓기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것처럼 함께 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였으니 말입니다.
간호사들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진희는 계상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저 좋아해요"라는 계상의 말에 얼굴은 빨개지고 한없이 가슴이 뛰는 진희는 상황을 모면하러 화장실로 뛰어갑니다. 이미 붉게 물든 얼굴을 때리며 쥐구멍에 숨었던 과거를 떠올립니다. 계상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했던 진희는 계상과 마주치기만 하면 어쩔 줄 몰라 전봇대 위에 매달리고 심지어 쥐구멍에 숨기까지 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데 다시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이 당혹스럽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던 진희는 술로 상황을 모면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술을 마시던 기억과 잠에서 깨어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어제 무슨 일이 있는지 막막한 상황에서 자신이 계상에게 사랑고백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술에 취해 계상을 붙잡고 "사랑 합니다"라고 외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비명을 질러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줄리엔은 "집에 개를 키우나요?"라고 물으며 기괴한 진희의 외침을 설명해줍니다.
보건소에서 어제 함께 찍은 사진 속에 자신의 행적이 그대로 드러나며 진희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술에 취해 옷걸이에 걸린 계상의 옷을 붙들고 사랑고백을 한 것이니 말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계상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녀는 계상과 함께 그 집에 다시 들러 똑 같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저 좋아해요"라는 계상의 말에 화를 내면서 "왜 자꾸 물으세요"라는 진희. 그런 진희를 보며 의아해하는 계상은 종업원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하고 종업원은 "네 좋아해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의아해하던 진희는 그 질문이 무엇인지를 깨닫고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맙니다.
"좋아해요"가 아니라 "조화에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희로서는 이보다 당혹스러운 상황은 있을 수가 없지요. 자신의 마음 속 깊이 계상에 대한 사랑을 품어왔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으니 말입니다. 진희가 계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한 에피소드였지만 계상은 여전히 진희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의 관계는 속단하기 힘들 듯합니다. 상황 상 이 둘의 관계가 어느 시점 연인 관계로 확장될 수도 있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박하선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운명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고 종석이 지원에 대한 감정이 순수함을 조금씩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박지선 역시 조금씩 분량을 늘려가며 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누군가와는 연인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도 높아만 갑니다. 계상과 이적이 과연 누구와 연인 관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만 갑니다. 시작과 함께 이적의 부인이 그들 중 한명이라고 밝힌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그들의 관계들을 통해 이적 부인 찾기가 활발해질 듯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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