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버라이어티의 가치와 재미를 완벽하게 보여준 1박2일
강호동에게는 미안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가 빠진 '1박2일'은 모든 캐릭터들이 살아나며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는 느낌입니다. 강호동이라는 절대 강자로 인해 숨죽인 채 지내야 했던 이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그들에게 최선의 기회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지난주 방송이 김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주 방송은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에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게임을 준비했지만 쏟아지는 비로 인해 뭘 해야 좋을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임의 무한 증식은 '1박2일'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그들이 즐기는 게임은 다음 더블 특집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점에서 멤버들에게는 기겁할 사건을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운 가을 여행을 만끽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야외 놀이 전에 펼쳐진 저녁 식사 복불복은 강호동 이후 몰라보게 달라진 팀워크의 모든 것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전국 다섯 개 도시에서 직접 만든 김치들을 가지고 베이스캠프인 완산에 모인 이들은 김종민이 늦어지자(강릉에서 완주는 최악의 조건이지요)급하게 라면 내기 2:2 대결을 급조해 벌이기 시작합니다. 제작진들의 제안보다는 멤버들의 제안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엄태웅과 이수근:이승기와 은지원이 벌이는 배드민턴 대결은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게임과 스포츠 경기에 능숙하지 않은 엄태웅의 반란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실수가 거의 없었던 엄태웅과는 달리, 완벽한 구멍이 되어버린 은지원으로 인해 이승기조가 쉽게 이길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틀리고 말았습니다. 에이스 이승기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물바가지를 맞는 벌칙 싸움에서 은지원과 벌인 대결에서 완패를 당해버렸다는 사실이지요. 의외성이 지배하는 그들의 게임은 절대강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강호동의 우기기가 하나의 틀이 되어 나름의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우기기가 사라져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그렇기에 새로운 시작이라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만그만하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대결은 매번 새로운 재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운동신경이 좋았던 이승기가 은지원에게 당하며 물바가지 맞기에 당첨되어 이수근의 볼링 폼과 드러난 성격만큼 바쁜 물 뿌리기를 보여준 엄태웅의 모습도 '1박2일'만의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은지원이 가져온 양념게장과 공기 밥 하나는 그들에게는 최고의 성찬이었습니다. 이승기의 과한 리액션이 이를 그대로 따라하다 망신만 당한 엄태웅의 모습까지 각자의 캐릭터가 완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번 그들의 여행이 기다려질 지경입니다.
가장 먼 곳에서 달려온 김종민이 뒤늦게 도착하고 나서부터 각자가 가져온 김치를 소개하고 맛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엄태웅과 이승기가 어른 입맛을 보인반면 나머지 세 명은 비슷하게 어린이 입맛을 지니고 있어 이 역시 재미있는 비교로 다가왔습니다. 오징어 김치와 명태김치가 주는 색다름은 직접 맛을 보지 못한 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별함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치의 기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전라도 김치를 다양하게 소개하며 시작된 김치 맛보기는 '김치로드'의 정수였습니다. 섞박지와 민들레 김치 등 맛은 탁월하지만 쉽게 볼 수 없었던 김치들의 향연은 수많은 김치들은 그 각각의 풍미를 가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태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게국지는 김치찌개의 변종처럼 다가오지만 그 오묘하면서도 특별한 맛은 모든 멤버들을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과도한 리액션이 방송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색다른 김치에 대한 진실된 칭송처럼 다가왔습니다. 이수근이 가져 온 '반지' 김치는 그 익숙하지 않음이 주는 낯설음이 오히려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모두를 기겁하게 만든 것은 엄태웅이 가져 온 김치였습니다. 바닷가에서 풍성한 어류를 적극활용한 김치는 쉽게 적응하기는 어려운 김치였습니다.
통영김치에는 모든 것이 생으로 들어가 있어 어린이 입맛을 가진 이들로서는 감히 시도도 할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엄태웅과 이승기가 대표로 맛본 조기김치는 마치 회를 먹는 듯한 느낌이라는 말로 흥미를 부추겼습니다. 입맛으로는 아버지 입맛이라던 이승기마저 두렵게 한 것은 바로 볼락 김치였습니다. 볼락이 그대로 김치와 함께 한 김치는 드러난 모습만으로도 이미 최강 비주얼이었습니다. 전원 공황상태를 만들며 고개를 돌리게 만든 볼락 김치는 쉽게 접하기 힘든 만큼 호불호가 분명해 보이는 특별한 김치였습니다.
풍성한 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는 음식들이 결합된 저녁 밥상에 아날로그 게임의 향연은 엄태웅과 김종민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자리였습니다. 조금씩 성장하는 엄태웅과 진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려는 김종민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는 점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던 김종민은 공교롭게도 강호동의 부재이후 확연한 부활을 보이며 과거 김종민 전성시대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수줍게 웃기만 했던 엄태웅이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드러내며 큰형으로서 제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1박2일'의 미래는 더욱 기대할 수밖에는 없게 했습니다. '뽀숑'을 "꽈랑 꽈랑"이라 외치는 엄태웅의 엉뚱함은 모두를 초토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이승기의 예능 진화는 오늘 게임에서 보여준 엉뚱함에서 그대로 다가왔고 은지원과 이수근은 여전히 자신의 몫을 다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1박2일'은 가장 안정적이며 재미있는 기간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난 여행에서도 그랬지만 김종민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수근이 게임을 만들어 내듯(골방 올림픽) 쏟아지는 비로 고민하던 제작진에게 이수근이 제안을 하고 김종민의 세부적인 안을 제시해서 최적의 게임을 만들어 즐기는 모습은 팀워크가 최고조로 올랐다고 해도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김치로드에 이어 '단풍여행'을 떠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과연 어떤 재미와 의미들을 담아낼지 알 수 없지만 엉뚱함이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새로운 화학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멤버들 간의 팀워크는 '1박2일'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을 강하게 만들게 하고 있습니다. 엄태웅과 김종민이라는 약자들의 역습은 '1박2일'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역습은 좀 더 집요하고 강렬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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