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묻지마세요~'로 시작하는 CSI를 본다는 것은 솔직하게 상상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천하의 CSI에서 이런 한국어로된 노래를 오프닝곡으로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6번째 에피소드는 좀더 몰입하게 만들어주었지요.
미드속 대한민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일까?
미드에서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다룬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조금은 어색하기는 했지만 한국인이 등장하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 언급되어지는 것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때론 우쭐해보이기까지 했었습니다.
김윤진의 출연으로 <로스트Lost>는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해 가장 넓고 깊고 긴 시간동안 다룬 미드도 없다고 이야기할 수있었었지요. 물론 이 미드속에 등장하는 한국의 풍경과 모습들은 북한이나 동남아시아의 모습을 믹스해놓은 모습 그대로였었습니다. 김윤진이 한국인 본연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한국어를 사용하는 등 기존에는 볼 수없었던 다양한 문화들을 볼 수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었습니다.
국내에도 수많은 골수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CSI에서 미국내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해 다뤄진다는 것은 솔직히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예측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범죄 수사물에서 중심으로 떠오르는 지역이란, 그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니 말입니다. 어찌보면 그렇기에 더욱 냉정하게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있는 것일 수도 있었던 듯 합니다.
LV에 위치한 코리아 타운내에서 파티가 개최되어 모두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는 순간 총성이 울립니다. 그리고 이를 목격한 수많은 한인들의 모습들과 혼란스럽게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한인들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얼굴에 피를 묻힌채 모든 것을 목격한 한 소년이 클로즈 업됩니다. 그렇게 이번 6번째 에피소드의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속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가장 구체적인 목격자로 지목된 이 어린이는 에이즈에 감염되어있는 위험한 상태의 소년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어머니는 매춘을 하고 마약에 찌들어 있었고, 더불어 그 아이의 삼촌은 이제 교도소에서 막 출감한 상태였습니다. 목격자인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두명의 총격 사건을 통해 CSI는 교포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이야기합니다.
한인과 미국 주류사회와의 간극은 어디에서 기인하나?
CSI에서는 교포사회의 밝은 부분이 아닌 어두운 부분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고 있습니다. 이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범죄물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의 특성이니 당연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드라마에서는 교포사회의 극단적인 폐쇄성을 이야기 합니다. 공권력에 지극히 부정적인 한인들의 모습은 흑인과 히스패닉들과 별반 다름없는 미국내 반항세력으로 비쳐집니다. 이런 극단적인 모습이 보인 장면은 CSI의 닉과 워릭의 죽음이후 새롭게 투입된 라일리가 아이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집으로 들어서고 나서였습니다.
거실 가운데 의자에 앉은 할머니가 경찰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일촉즉발의 상황에 빠지는 모습이 미국 현지에서는 어떻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총기사고가 난무하고 언제 자신들을 해할지 모르는 미국의 상황속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대상이 경찰이라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LV(이는 어쩌면 캘리포니아 주 전체의 한인들의 문제로 확대해도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의 한인들이 뿌리깊은 경찰 혐오증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이 장면은 글쎄요. 조금은 아쉽게도 보이더군요.
심문과정속에서도 철저하게 미국의 공권력에 불신감을 토로하는 할머니의 모습속에서 그들이 바라보는 한인의 정서가 묻어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이의 병을 실업용으로 이용하는 미국인들에 대한 반항심도 강하게 표출되었지만 말입니다.
사고후 뉴스에서 들려오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LV 현지의 한인들에 대한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언어의 장벽과 경찰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이는 아직 우리 기억에도 생생한 80년대 LA흑인폭동에서 기인했던 공포심과 불신이었을 듯 합니다.
백인 경찰의 흑인 구타사건이 불거진 미국 최대 흑인폭동이 일어난 LA. 하지만 백인에 대한 복수가 아닌 한인에 대한 폭동은 전쟁을 방불케했지요.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심각해졌고 한인과 흑인들간의 대립도 극단으로 치달았던 그 사건은 아직도 교포사회 전체에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고 CSI 제작진들은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브래스 경감은 "내가 알기로는 한국인들은 '존경'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코리안에 대한 정서일 듯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것을 바치는 삼촌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마약에 취해 살아가는 어머니의 극단적인 행동에 대한 복수등은 복합적인 드라마적인 설정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것이 되겠지요. 이를 의도적인 설정으로 분석해내고 의미부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듯 하지요.
떠나가는 요원들과 새로운 요원들 그리움과 기대
이번 '엉클 The Uncle"편은 언제나 그러하듯 길 반장의 따뜻함이 사건을 푸는 열쇠로 작용합니다. 부정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그들의 마음을 열게 했던 것도 진솔하게 다가간 길 반장의 노력때문이었지요. 그런 길 반장이 극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지요. 이번 회에서는 적었지만 시즌9가 시작되며 그의 연인이었던 사라와의 잠정적인 이별이 주는 외로움. 그리고 사건 해결을 방해하는 그의 병세들은 그가 곧 CSI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장치들일 뿐이지요.
그리고 마약 소지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CSI에서 죽음으로 처리되어 빠져버린 워릭을 대신해 투입된 여성 요원인 라일리(로렌 리 스미스)는 그동안 수많은 미드에 출연한 배우로서 생각보다는 쉽게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어 보입니다. 등장하자마자 강인한 여성으로서의 자기 캐릭터를 찾아가는 그녀가 이젠 익숙해져 보이는 것을 보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이번 어린 소년을 둘러싼 고통스러운 모습들은 길 반장이 CSI를 떠나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번 6부를 보신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미드속에 등장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요? 어눌한 한국어와 북한말투를 닮은 그 모습속에서 제작진들의 무능함을 탓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직도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을 해야만 할까요? 남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닌 그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6부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최강의 미드로 올라선 <히어로즈>에서 일본인 안도역으로 열연중인 제임스 기선 리가 경찰 통역관으로 등장해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뽑내주었지요. 무척 기대되는 한인 배우가 아닐 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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