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난다는 머피의 법칙. 누군가에게는 불안이라고 불릴 수도 있지만 역사 앞에서는 당위의 법칙이 된 '머피의 법칙'과 아일랜드 켈트족의 기도문을 통해 2016년 마지막 앵커 브리핑을 마무리하는 손석희 앵커의 그 굵직한 울림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
최순실의 삼성 돈 부동산 매입과 김재열 소환 조현재 전 문체부 차관의 증언
참 잔인한 시대였다. 이명박근혜 시대 9년 동안 대한민국은 모든 것을 잃었다. 내일에 대한 희망도 오늘의 행복도 사라져 버린 대한민국에는 절망만 존재할 뿐이었다. 문화 체육 분야는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져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암흑의 시대는 하지만 촛불이 켜지며 조금씩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악랄한 권력이 국민을 억압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눈 먼 상황에서도 국민은 이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았다. 비폭력 촛불 집회는 지역과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 광장에 나서게 만들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박근혜 정권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요구했다. 그리고 만 명에 가까운 그 리스트는 문화를 통제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체육계 역시 김종 전 차관이 앞장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문화와 체육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동안, 미르 재단과 K 스포츠 재단을 만들었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만든 두 재단은 문화와 체육 부흥을 위한다는 명목을 지니고 있다. 문화와 체육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자들이 두 문화 재단을 만들어 통합 후 박근혜 퇴임 후 운영을 하려 했다는 점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해진다. 이명박이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듯, 자신 역시 청계재단을 넘어서는 자신을 위한 재단을 만들어 평생 호의호식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깊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검에서는 두 사람의 집 압수수색까지 했다. 개인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특검은 김기춘과 조윤선을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주범으로 정조준해다.
조현재 전 문체부 차관은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실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존재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청와대에서 문건을 받아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 시점이 조윤선이 정무수석이 되기 직전이었다고 했다.
문제는 조윤선이 정무수석이 된 후 A4 2장 짜리 보고서가 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블랙리스트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블랙리스트들이 신동철, 정관주 전 비서관들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이를 지휘하는 자리가 바로 정무수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실질적인 박근혜 정권 초기를 이끈 김기춘이 직접 지시하고 관리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문체부 직원들은 청와대의 강력한 지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일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조현재 차관이 이에 맞서다 함께 경질된 사안을 생각해보면 청와대가 얼마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집착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조윤선 정무수석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남영동 1985>를 제작한 (주)엣나인필름 대표와 악수를 하다 문제의 영화 제작했다는 사실에 악수하던 손을 빼며 한 마디 했다는 증언은 충격적이다. 故 김근태 의원의 남영동 대공분소 고문 사실을 담은 이 영화 제작자의 존재를 단정지어 이야기하며 멀리한 조윤선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에게 뇌물로 받은 엄청난 돈을 물 쓰듯 쓴 최순실의 행태가 노승일 부장이 카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삼성에서 돈이 들어오자 수억 원을 호가하는 외제차 구매를 준비하고, 독일에 부동산 구매를 하는 과정이 그 안에 모두 담겨져 있었다.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는 삼성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모인 최순실이 철저하게 모른다를 외치고 있지만 조카인 장시호는 삼성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그들 만의 견고해 보이는 성도 무너지고 있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을 그들은 더는 이 거대한 악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엄청난 재산을 차명으로 숨기고 그저 조금만 버티면 자신들은 다시 황제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도 박근혜 최순실 일가의 재산 국고 환수법을 제정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만 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철저하게 수사를 통해 국고 환수를 하지 않으면 유사한 범죄는 언젠가는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의 딸 이름은 '머피'였다. 그 이름으로 인해 놀림을 당한 딸을 위해 아버지가 건넨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만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영화 속 대사를 통해 2016년을 정리해갔다. 이미 극복해야만 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세상은 잠시 멈춰 섰을 뿐 2016년의 대한민국은 이미 한참 전에 극복해야 했을 그 어두운 과거를 이제 서야 청산하고, 잃어버린 것을 되살려 내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것"
"그대신 모두는 함께라는 마음과 스스로 세상을 바꿔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무엇보다도 시민의 품격을 얻게 됐다는 것. 물론 시민 모두의 마음이 다 같을 수 없어서, 촛불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도 여전하지만 또한 흐름을 되돌려 놓으려는 시도 또한 계속 되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운의 법칙인 '머피의 법칙'이 역사 앞에서는 반드시 일어났어야 할 당위의 법칙이 된 지금"
손석희 앵거는 곽재구 '사평역에서'를 인용해 새해 새 날이 기다리고 있음을 이야기 했다. '머피의 법칙'은 영화 속 대사처럼 항상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역사에서 '머피의 법칙'은 '당위의 법칙'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이미 청산했어야 할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살리는 지금 이 상황이 결코 나쁜 것 만은 아니니 말이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아일랜드 켈트족의 기도문은 2014년 마지막 앵커 브리핑에서 했던 발언이다. 이를 2016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은 결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JTBC 뉴스룸>이 집요하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 안에 모든 퍼즐을 풀어낼 수 있는 핵심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 그들의 수사는 박근혜를 향해 있다. 특검의 수사가 중요한 이유는 적폐 청산을 위한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5년도 부족하다는 발언은 당연하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제가 아닌 적폐 청산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제대로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으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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