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바뀔 수 있을까?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스스로 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외부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개혁을 할 수 있는 집단 같았다면 국민들이 '검찰 개혁'을 그토록 목 놓아 외칠 이유도 없었다. 가장 강력한 권력 집단 중 하나인 검찰 개혁을 MBC <PD수첩>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풀어갔다.
엽기적 사건의 실체;
조직적 은폐 검찰 조직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법무부 차관이 별장에서 속옷만 입은 채 여성을 안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경악스러웠다. 그 뒤에 이어지는 영상까지 당시 이 사건은 희대의 성접대 논란으로 사회적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었다.
사회적 파장에 비해 김학의와 이 자리를 만들었던 건설업자 윤중천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공개된 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라는 사실이 명확함에도 검찰 만은 알아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사건을 무죄로 판정했다. 검찰로 인해 권력형 비리는 그렇게 묻히고 억울한 피해자는 양산되었다.
건설업자 윤중천이 강원도 골짜기에 지은 별장들은 은밀한 성접대가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윤중천이 여성을 거짓말로 별장으로 데려와 성폭행을 하고 이를 촬영해 여성을 협박했다고 한다. 그렇게 김학의 등에게 성접대를 하도록 요구해왔다고 한다.
거부하면 가족에서 성폭행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보내는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가 버젓이 벌어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렇게 당한 여성이 한 둘이 아니다. <PD수첩>에 등장한 여성만 셋이다. 배우 출신 기획사 사장, 유명 어학원 원장, 네일 아트를 하는 여성 등 그들이 당한 수법은 동일했다.
윤중천이 호화 별장을 짓고 그곳에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난교 파티를 벌인 이유는 단 하나다. 김학의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며 초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것에서 알 수 있다. 권력을 등에 업고 사업을 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윤중천은 김학의에게 '형'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를 정도의 사이라고 했다.
우연하게 차량에서 발견된 CD가 촬영되며 이들의 은밀하고 추악한 범죄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문제는 영상이 공개된 후부터 시작되었다. 당연히 수사를 통해 윤중천과 김학의 등 난교 파티에 참여한 자들에 대한 처벌이 당연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강압적으로 혹은 약물을 이용해 성폭행을 한 죄 만으로도 이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문제는 검찰이었다. 경찰 수사를 빨리 끝내고 송치하라고 재촉했다. 김학의나 윤중천 역시 동일한 반응을 보였는게 그건 검찰로 넘어가면 사건은 무혐의로 끝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사건이면 검찰로 넘어가면 구속 수사를 하고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상인 법무부 차관이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피해 여성이 용기를 내서 증언을 했다. 그리고 대질 심문을 요구해도 검찰은 이를 거부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재필 강력부장, 박정식 3차장 검사,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어진 1차 검찰 수사 라인이다. 윤 검사는 연예인 도박 사건을 함께 다뤘고, 박 검사는 BBK 다스 사건을 담당했던 인물이고 조 지검장은 윤석열이 공개적으로 폭로했던 수사 방해 대상이다.
김학의 동영상 논란이 커지자 연예인 도박 사건이 갑작스럽게 공개되며 포털 사이트는 이 기사로 뒤덮였다. 전형적인 물타기 수사가 진행되었다. 사건을 수사했던 현장의 경찰들은 이유도 없이 다른 곳으로 전출 되는 등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 초대 법무부 차관이라는 사실이 만든 검찰의 권력 비호 수사라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윤중천이 이명박 시절부터 이런 성접대를 이어왔는데, 김학의는 박근혜가 정권을 잡으면 큰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해왔다고 한다. 김학의와 박근혜 정권의 관계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2014년 피해 여성은 이들을 고소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검찰은 동일한 검사를 이 사건에 배당했다. 모든 사실을 증언했음에도 무시하고 무혐의를 내린 검사가 다시 피해 여성의 고소 건을 담당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그럼에도 검찰 조직은 뺄셈 수사를 통해 노골적으로 사건 은폐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피해 여성의 김학의와 윤중천에 대한 대질 심문 요구도 묵살했다. 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인지 확인이 불가하다고 했지만, 영상 감정을 하자는 제안도 거절해다. 철저하게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오직 가해자들을 비호하기에 급급한 검찰은 그렇게 권력을 위한 충직한 개 역할에 만족했다.
2차 수사를 담당한 강해운 부장검사는 2017년 성추행으로 면직되었다. 유상범 3차장 검사의 경우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인물로 정윤회 문건 부실 수사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김수남 서울 중앙지검장은 이후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검찰 총장이었다.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도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검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인물이다.
1, 2차 사건을 맡은 검사들의 면면을 보면 검찰 조직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공교로운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검찰의 치욕이라 불러도 좋을 인물들이 라인을 잡고 사건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PD수첩>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검찰 개혁'이라는 주장하기 위한 논거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KBS <추적 60분>은 앞서 '검찰과 권력'이라는 주제로 검찰 개혁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유성기업 노조 파괴와 관련한 사건과 김무성 의원 사위와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등 사회 기득권 자녀들의 마약 상습 투여 등을 다루며 검찰의 권력 지향을 지적한 바 있다.
<PD수첩>은 내부의 문제를 검찰이 어떤 식으로 수사를 했는지 집중했다. 지난 촛불 정국에서 국민들이 가장 최우선으로 검찰 개혁을 요구했다. 적폐 청산 1호로 다른 것도 아닌 검찰 개혁을 언급한 것은 그 역사가 증명한다. 검찰은 언제나 권력의 편에 서왔다. 공정한 법집행이 사명이어야 할 그들에게는 언제나 권력의 그늘만 존재해왔다.
권력이 바뀌었지만 검찰 개혁을 포함한 사법부 전체의 개혁은 요원한 상황이다. 거대한 권력 집단인 그들은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외부의 개입이 절실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적인 변화가 가능할까? 김학의 사건 하나 만으로도 이들에 대한 개혁 의지는 믿을 수 없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여전히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재수사 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명한 사건임에도 그들이 멈칫거리는 것은 당시 검찰들이 요직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 자정 노력이 없는 검찰 조직에서 과거 잘못을 드러내 요직에 있는 당시 검찰들을 제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 여성이 강력하게 대질 수사까지 요구할 정도였지만, 검찰을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비호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들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검찰이 아니었다.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그들은 국민이 아닌 소수 권력에게만 충성을 하고 있었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은 여러 사건들을 통해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 방식을 어떻게 어떤 범위까지 하느냐의 문제만 나았다. 공수처 설치는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역할도 중요하다.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기구를 통해 더는 유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연 검찰 개혁은 가능할까? 여전히 의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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