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절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과거 드라마 왕국이던 시절도 존재했고, 예능으로 세상을 평정하던 시절도 있다. 그리고 시사 프로그램의 가치를 돋보이게 만들었던 시절도 존재한다. 이 모든 것들이 영원하면 좋을 텐데 부침을 겪으며 많은 것들을 잃은 MBC다.
가정의 달이 되면 한동안 <휴먼다큐 사랑> 시리즈가 시청자들을 찾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깨달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는지 보여주곤 했다. 눈물이 동반될 수밖에 없어 피하고 싶어도 그 강렬한 끌림은 언제나 눈물과 함께 시청을 강요한다.
그 아름다운 프로젝트가 기술과 만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되기 시작했다. 지난 해 <VR 휴먼다큐>를 시작으로 올 해도 새로운 이야기가 첫 방송되었다. 첫 방송에서 먼저 떠나보낸 딸과 재회한 엄마와 가족의 이야기는 너무 아프고 사랑스럽게 다가왔었다.
이번 이야기는 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다섯 아이들을 두고 먼저 떠난 아내이자 엄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마지막으로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는 순간까지.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엄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아빠와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살 터울의 아이들이 큰딸이 14살 막내가 6살이던 시절 아이들의 어머니는 이별을 고했다. 통통해서 업어주기 힘들었다는 남편은 병마에 시달리며 말라버린 아내가 너무 가벼웠다고 회상했다. 이제는 18살이 된 큰 아이와 16살 둘째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4년이라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도록 만들었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그 지독한 그리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엄마를 기억의 한 편에 보관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만나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정수 씨와 지혜 씨는 그렇게 부부가 되었다. 항상 함께 한 그들의 삶은 행복했을 듯하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사랑하는 모습만 보며 자랐다. 그만하라는 말을 해야 할 정도로 수시로 뽀뽀를 하며 사랑을 표현했다.
항상 팔벼게를 해주고, 껴안고 잠을 잤다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다복한 다섯 아이들을 낳고 행복한 삶만 살 것처럼 보였던 이 가족에게 불행은 건강하기만 했던 엄마가 아프며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건강했던 엄마의 모습보다는 항상 환자복을 입고 있던 엄마의 기억만 있다. 큰딸과 둘째 딸은 그래도 엄마와의 기억이 더욱 생생했겠지만, 아래 동생들의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아픈 엄마의 힘겨운 모습뿐이다.
아이들과 찾은 엄마가 모셔진 납골당을 찾은 가족. 여전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과 그저 멍하니 엄마 사진을 보는 아이들까지 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큰딸은 갑작스럽게 오열을 하고, 그런 상황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빠의 모습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엄마와 함께 갔던 여행지를 찾았지만, 아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숲에서 캠핑을 하며 함께 했던 자리에서 아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강렬한 그리움 때문에 그 기억들을 봉인했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아픈 장소에서 침묵만 지킬 뿐이었다.
슬픈 아빠를 위해 큰딸은 기억난다며 호들갑스럽게 이야기를 하지만, 그게 어떤 감정인지 그 누구보다 아빠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다가에서 파도와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이 가족들은 그렇게 서로를 감싸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갑자기 평생 사랑했던 여인이 떠났다. 그리고 남겨진 그에게는 보살펴야만 하는 아이들 다섯이 있다. 큰 애는 14살이었고, 막내는 6살이었다. 이 아이들을 혼자 키워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일 수는 없다. 엄마의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아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엄마가 작성했던 일기를 읽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런 아이들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아빠. 엄마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새삼 깨달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들 가족의 모습이기도 했다. 애써 엄마를 잊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엄마이니 말이다.
아이들이 이 프로젝트에 반대했던 것은 다시 그 지독한 슬픔을 감당하기 버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빠의 마지막 소원일지도 모르는 VR 재회를 막을 수는 없었다. 중2병이라며 반항기가 극에 달한 둘째 딸까지 함께 하며 엄마와 아빠가 4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과정은 그래서 특별했다.
여전히 한계는 명확하지만 VR을 통해 재현된 아내와 만나는 남편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그리운 이의 이름을 부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내와 함께 춤을 추는 아빠. 그런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그 모든 것들이 그들 가족의 모습이다.
시대가 변하며 <휴먼다큐>는 VR이라는 과학 기술과 접목시켰다. 먼저 떠나보낸 그리운 이를 소환해 잠깐이지만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그 모든 과정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저 기술을 앞세운 이야기가 아니라, 기술을 이용해 그들의 그리움을 채워주는 그 과정들이 특별함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내고 그 힘겨운 시간들을 견뎌낸 가족들의 모습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완전히 망가지는 이들도 있지만, 서로 보듬고 이겨내려 노력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이들 가족은 서로를 챙기며 힘들지만 단단하게 함께하고 있다.
여전히 풀빵 엄마와 정창원 씨의 이야기가 맴돌고 있는 <휴먼다큐>는 MBC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가치다. 이제 성인이 되었을 풀빵 엄마의 딸과 아들은 잘 살고 있을까? 이모와 이모부 가족과 살게 된 아이들은 엄마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유해진 피디와 친구가 되었던 정창원 씨는 여전히 지역을 떠돌며 살고 있다고 한다. 2년에 한번씩 전국을 떠도는 정창원 씨는 여전히 먼저 보낸 아내를 옆에 두고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가 지배한 지금도 전기기술자 되었다는 정창원 씨는 잘 살고 계실까?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나 어린 나이에 천사가 되어버린 해나.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과 유 피디는 꾸준하게 연락하고 있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대나의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항상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대나의 성장기도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2003년 <뻐꾸기 가족>을 시작으로 2018년 <당신은 나의 금메달>까지 그 긴 시간 5월이면 항상 우리를 찾아왔었던 <휴먼다큐>는 그렇게 VR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사랑의 가치란 무엇인지 되묻는 그들의 질문에 망설여지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지만 망각의 인간임을 매번 확인하기만 하는 모습에 좌절도 하지만 그래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VR로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하는 그 모든 과정들 속에 이들 가족들은 다시 한 번 가족과 사랑이라는 단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 가족만이 아니라 시청자들 모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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