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만들어진 명수의 12살, 기억도 재가공 될 수도 있다
'쭈글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명수, 어린 시절 공병을 줍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군것질을 하며 홀로 놀았다는 명수옹은 유독 게임에 약합니다. 누구나 익숙하게 끄집어내는 게임의 룰은 명수옹만은 낯설어 합니다. 그런 명수옹에게 새로운 추억과 기억들을 만들어주기 위해 무도는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세트장에서 30년 전의 게임으로 명수옹에게 '인셉션'을 한 <무도 명수는 12살>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케빈은 12살>이라는 오래된 미국 드라마를 패러디한 듯한 이 제목은 그 드라마가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커다란 기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무도의 작명 실력은 대단합니다. 교묘하지만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게 만드는 그들의 기괴한 능력은 여전히 매력적이기만 합니다.
무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도 자체가 주는 상징적인 부분은 풍자가 뛰어나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동안 '무도'가 다른 예능과 다른 괘를 보인 것은 사회 풍자의 달인이라는 찬사까지 받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보인 김태호 피디와 제작진들의 능력이었습니다. 평범한 레이스를 탁월한 사회 풍자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흥미롭게도 제작진들만이 알고 행하는 그들만의 놀이였습니다.
멤버들에게 최소한의 게임의 룰만 지시한 채, 그들이 행하는 과정들을 리얼하게 담아내며 그 틀 속에서 제작진들이 준비한 주제 의식을 끄집어내는 모습은 탁월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제는 멤버들도 제작진들이 무슨 의미들을 담을지 궁금해 할 정도로 김태호 피디를 중심으로 한 제작진들의 노력은 무도를 새로운 경지의 예능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최근 방송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TV 전쟁'이나 '독도 편'을 보면 제작진들과 멤버들 간의 관계와 시청자들과의 소통 등이 얼마나 정교하게 그리고 이질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제작진들은 자신들이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고 방송을 만들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촬영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멤버들이 자신의 계획을 알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담고 싶은 풍자를 위해서는 멤버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정확하게 알아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멤버들은 제작진들이 제시한 기준에 입각해 최선을 다해 결과에 도달하려 노력하고 제작진들은 멤버들은 미처 생각할 수도 없었던 풍자의 틀 속에 그들을 가둬둡니다. 그렇게 제작진들과 멤버들은 서로를 경쟁하고 활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런 과정들을 시청자들은 바라보며, 제작진들과 멤버들의 대립과 충돌이 어떤 결과물로 다가오는지를 체험하게 됩니다. 이런 무도의 풍자는 그래서 더욱 리얼하고 정교하며 매력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무도를 상징하는 또 다른 가치는 바로 낯선 것들에 대한 도전입니다. 소외된 스포츠 종목에 대한 도전은 하나의 틀로 굳어졌고 이런 도전은 곧 감동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핸드볼, 레슬링, 봅슬레이, 프로 레슬링, 조정, 댄스 스포츠, 에어로빅 등 그들이 도전해왔던 스포츠 종목들은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것들이 아닌 그들만의 것들로 불리는 종목들이었습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 틀 속에서 선수들은 존재하는데 대중의 관심이 적은 이 종목들에 무도가 도전함으로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그 종목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무도는 획기적인 결과들을 양산해 왔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그 종목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실력을 키워가는 과정. 그 과정을 통해 실제 경기에 투입되어 나름의 성과를 얻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리얼 버라이어티가 갖춰야 하는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는 합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기준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들의 도전은, 시청자들을 감동으로 이끌고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과정은 찬사를 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번에 방송된 <명수는 12살>역시 인위적인 설정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상황 극을 위한 무대이고 이런 틀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더욱 이번 특집처럼 30년 전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즐겼던 놀이 문화 속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는 과정은 동시대를 살아왔던 이들에게는 추억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전무 한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놀이 문화를 방송을 통해 체험하게 되는 중요한 경험의 장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잊혀진 놀이 문화를 끄집어내 이를 추억의 소재로 사용하고 소통하는 과정들은 상황 극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무도 특유의 설정들로 흥겨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방통위의 지적을 염려해 철저하게 상황들을 제어하며 노는 그들의 모습에는 어느 정도 풍자도 배어있는 듯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오늘 방송이 추억의 게임을 다시 끄집어내어 간접 체험하게 하는 교육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다음 주 방송되는 <명수는 12살>은 무도가 가장 잘 하는 상황 극의 진수가 보여 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추억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무도 특유의 상황 극은, 멤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며 예능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줍니다.
사회가 발전하며 개인화되고 개별화되면서 함께 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도가 던진 누군가에는 낯설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나 정겨운 놀이 문화는 우리들의 잃어버린 가치를 되살리게 하는 멋진 기획이었습니다. 기억도 재생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도가 만든 과거의 놀이문화의 가치는 우리 시대 잃어버린 소통과 화합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명수를 통해 개별화되고 소통 부재의 사회가 과거를 통해 화합과 그 가치를 배우게 된다는 점에서 <명수는 12살>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상황 극의 정수를 보여줄 다음 주가 기대되는 것은 무도 특유의 재미가 100% 녹아들어가는 특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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